‘BTS 2.0’의 화려한 출발…그리고 광화문 공연이 남긴 숙제

이정국 기자 2026. 3. 2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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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5집 ‘아리랑’ 음원차트 휩쓸어
광화문 컴백 공연 완성도는 논란
21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비티에스(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을 앞두고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광화문 앞에 섰다. 빅히트 뮤직,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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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의 새로운 챕터가 시작됐다.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비티에스 컴백 라이브: 아리랑’은 ‘방탄소년단 2.0’의 문을 여는 무대였다. 조선의 왕이 걷던 ‘왕의 길’을 따라 등장한 일곱 멤버가 첫 곡으로 선보인 ‘보디 투 보디’에 삽입된 민요 ‘아리랑’ 선율은 이번 컴백의 상징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공연 전부터 현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2만2천석을 가득 채운 아미(팬덤)들은 멤버들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비티에스”를 연호했고, 아미밤(응원봉)이 광화문 일대를 보랏빛으로 물들였다. 광화문을 비추던 조명이 꺼지고 종소리와 나발 소리가 울린 뒤 멤버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에서 환호가 터졌다. 리더 알엠(RM)은 “안녕 서울, 위 아 백”이라고 외쳤다. 2022년 10월 ‘옛 투 컴 인 부산’ 공연 이후 3년5개월 만의 완전체 무대를 알리는 짧고 강한 선언이었다. 진은 “마지막 부산 콘서트에서 기다려달라고 했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고 떠올렸다. 슈가는 “이번 앨범에는 저희 정체성을 담고 싶었다. 그래서 ‘아리랑’을 타이틀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21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비티에스(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빅히트 뮤직, 넷플릭스 제공

방탄소년단은 전날 정규 5집 ‘아리랑’을 발표했다. 그들의 최대 히트곡 ‘다이너마이트’처럼 즉각적인 글로벌 히트 공식을 반복하는 대신, 한국적 상징과 성숙한 감정, 절제된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 14곡을 담았다. 앨범 첫 곡 ‘보디 투 보디’에선 후반부에 민요 ‘아리랑’이 울려 퍼지고, 앨범 중간에 넣은 6번 곡 ‘넘버 29’에선 1분38초 동안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 소리만이 울린다.

오랜 기다림만큼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다. 출시 당일에만 음반 400만장이 팔렸고, 각종 음원 차트에서도 1위부터 ‘줄 세우기’를 하는 중이다.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 ‘데일리 톱 송 글로벌’에는 앨범 전곡이 1~14위에 올랐다. 유튜브에 공개된 타이틀곡 ‘스윔’ 뮤직비디오는 공개 사흘째인 22일 오후 5시 현재 4700만 조회수를 넘겼다. 방탄소년단이 시장 지배력을 잃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다만 오랜만의 복귀작이다 보니 중압감으로 인해 ‘힘’이 너무 들어갔다는 평도 나온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이 워낙 여러 역할을 동시에 기대받고 또 수행하려다 보니 앨범의 방향성이 다소 혼란스러워진 인상이 있다”고 평가했다. 조혜림 음악콘텐츠 기획자는 “‘아리랑’이란 콘셉트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방탄소년단 특유의 색채가 희석된 지점이 아쉽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무대에서 새 앨범 곡들을 선보이는 데 주력했다. 첫 곡 ‘보디 투 보디’ 순서에선 국립국악원 연주자와 소리꾼들이 메인 무대 뒤에서 광화문을 배경으로 ‘아리랑’을 들려줬다. 이어 ‘훌리건’ ‘2.0’ 등 신곡을 들려줬다. 리허설 도중 발목을 다친 알엠은 무대 중앙을 자유롭게 누비진 못했지만, 의자에 앉거나 한쪽에 선 채 랩을 이어갔고, 다른 멤버들이 그 빈자리를 메웠다. 이들은 1시간 동안 ‘다이너마이트’ ‘버터’ 등 기존 히트곡까지 모두 12곡을 선보였다.

21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비티에스(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에서 방탄소년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빅히트 뮤직, 넷플릭스 제공

이날 공연은 글로벌 오티티(OTT)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190개국에 생중계됐다.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개별 가수 공연을 생중계했다는 점은 방탄소년단의 세계적인 위상과 영향력을 상징한다. 공연 연출은 세계적인 공연 연출가 해미시 해밀턴이 맡았다. 한국의 전통을 상징하는 광화문을 무대의 요소로 활용하면서 서울 도심을 하나의 거대한 야외극장처럼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를 잇는 공간 구조상 객석과 스크린, 스피커 같은 구조물들이 공연장을 분절하면서 현장 분위기가 충분히 달아오르지 못한 인상을 줬다. 광장 특유의 활기와 자유분방함 대신 통제된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어두운 배경에 넷플릭스의 붉은 로고만 전광판 화면에 도드라져 보였을 뿐 광화문이라는 장소가 충분히 살아나지 않았고, 공연도 밋밋했다”고 평했다. 조혜림 기획자는 “광화문과 경복궁이라는 장소가 지닌 역사적 배경과 의미,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복귀 서사를 공연에서 더 분명하게 짚어줬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21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비티에스(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에서 방탄소년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빅히트 뮤직, 넷플릭스 제공

이정국 김민제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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