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장기전’ 조짐에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 커져

김상범 기자 2026. 3. 2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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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화물선들이 정박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따른 유가 불안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주요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빠르게 풀릴 것이라는 낙관론은 전쟁이 4주째에 접어들면서 점차 사그라들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3.26% 상승한 112.19달러에 마감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던 2022년 7월 이후 최고치(종가 기준)를 기록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2.27% 상승한 98.32달러에 마감했다.

지난달 28일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장중 119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의 빠른 종식을 시사하면서 진정세에 접어들었다가 다시 반등해 현재 100~110달러선을 오가고 있다.

시장은 점차 ‘고유가 장기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네덜란드 ING은행은 “원래는 호르무즈 해협이 2주간 차단된 후 3월 나머지 기간 동안 (원유 수송량이) 점진적으로 회복돼 4월에는 거의 정상적 흐름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가정했다”며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예측이었다. 미국·이란 공방이 이달 말까지만 지속된다고 가정해도,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은 3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중동산 원유 가격의 대표적 벤치마크(기준)인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지난 19일 사상 최고치인 166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메시지를 내면서 채권금리도 뛰고 있다. 미국의 이란 공습 전인 지난달 27일 3.962%였던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지난 20일 4.392%로 0.43%포인트나 올랐다. 한국의 국고채 금리도 지난 20일 기준금리 인상 우려로 일제히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9~20일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2거래일 연속 1500원을 웃돌았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 권효성 박사는 지난 19일 금융투자협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유가가 108달러를 넘어서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진입하는 ‘비관적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기대를 억제하기 위해 이르면 3분기부터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산 원유 제재 완화 가능성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조기 종전 가능성 언급 등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회피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며 “극단적인 비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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