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리단길 관광 호황 뒤 숨은 위기…임대료 폭등에 상권 지속성 흔들
월 수백만원 임대료 부담에 ‘속 빈 상권’ 우려 확산

천년고도 경주의 대표 관광지 황리단길.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국내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골목마다 카페와 음식점, 기념품점이 들어서며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화려한 외형 뒤에는 그림자도 짙다.
최근 이 일대의 임대료와 매매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급등했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황리단길 메인 도로 상가 매매가는 평당 약 6000만~7000만 원 수준에 형성돼 있으며, 일부 구간은 그 이상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 골목 안쪽 역시 평당 1000만 원 안팎까지 올라 과거와 비교해 큰 폭 상승했다.
임대료도 급등세다. 10평 기준 월 임대료가 300만~400만 원 수준에 형성돼 있으며, 보증금도 1억 원에 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권리금이 임대료에 녹아 사실상 초기 투자 부담이 매우 큰 구조"라고 전했다.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 A(64·황남동)씨는 "최근 메인 도로는 기본이 수천만원대고 골목도 계속 오르는 추세"라며 "임대료는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인데도 관광객이 많아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상인은 "장사가 되니까 버티는 거지, 상식적으로 부담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건물주 상당수가 외지인이라는 점이다. 현지에서는 "90% 이상이 외지 자본"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들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임대료 인상에 적극적인 반면, 장기적인 상권 유지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자본력이 부족한 소상공인들은 점차 밀려나고 있다. 실제로 초기 황리단길을 형성했던 개성 있는 소규모 점포들이 사라지고, 프랜차이즈나 자본력이 있는 업종으로 대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가 지속될 경우 상권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개성과 다양성을 잃은 상권은 결국 관광객의 발길도 끊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지역 상인은 "지금은 사람이 많지만 임대료를 못 버티면 가게들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며 "다른 도시처럼 쇠퇴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관광 특수를 기반으로 급성장한 황리단길. 지속 가능한 상권으로 남기 위해서는 임대료 안정화와 지역 상인 보호를 위한 제도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