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도 주식처럼 사고 판다”…도쿄서 확인한 ESS 시장의 ‘폭발력’

전지성 jjs@ekn.kr 2026. 3. 2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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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X JAPAN 주관 ‘스마트 에너지 위크 2026’, 에너지 신산업 총망라
민간까지 열린 전력시장…태양광·BESS 결합 비즈니스 급성장
LS일렉트릭 “일본서 100MW 규모 실적…1GW까지 확대 목표”
▲3월 17~19일까지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스마트에너지위크 2026' LS ELECTRIC 전시관. 전지성 기자

일본 도쿄 빅사이트.

'스마트 에너지 위크 2026' 전시장 한가운데, 컨테이너 형태의 설비 앞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태양광 옆에 설치되는 에너지저장장치(BESS)다.

현장에서 만난 LS ELECTRIC 관계자는 일본 전력시장을 한마디로 이렇게 설명했다.

“여기는 ESS에 저장된 전기를 주식처럼 사고팝니다."

“쌀 때 저장, 비쌀 때 판매"…ESS가 수익을 만든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태양광 발전만으로는 수익 구조가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태양광과 ESS를 결합한 '축전소 사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장에서 확인된 핵심 구조는 단순하다. △낮 시간 → 태양광 전력 저장 △저녁 피크 → 전력 판매 △가격차로 수익 확보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전력이 쌀 때 저장했다가 비쌀 때 판매하는 구조가 기본"이라며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게 바로 ESS"라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이 거래가 단순 전력회사가 아니라 민간 중심 시장에서 이뤄진다.

“증권사처럼 전력 거래"…어그리게이터 시장 활성화

한국과 가장 큰 차이는 '거래 구조'다. 일본은 '어그리게이터(aggregator)'가 핵심 역할을 한다. 어그리게이터는 다수의 ESS와 분산형 전원을 하나로 묶어 실시간 전력시장에서 대신 거래해주는 중개 사업자로, 일종의 '전력 증권사' 역할을 한다.

개별 사업자는 ESS를 설치한 뒤 이를 어그리게이터에 맡기면, 어그리게이터가 전력 가격 변동에 맞춰 전기를 사고팔아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배분하는 구조다. 특히 전력이 저렴할 때 충전하고 가격이 급등하는 피크 시간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이 같은 구조 덕분에 일본에서는 ESS가 단순한 계통 보조 설비를 넘어 '투자형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장 설명을 정리하면 △개인·사업자가 ESS 설치→△어그리게이터에 위탁→△실시간 가격 기반 거래 수행→△수익 분배 구조다.
▲3월 17~19일까지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스마트에너지위크 2026' 전력 어그리게이터 기업이 전력거래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일본 업체 관계자는 “증권회사처럼 전력을 사고파는 시스템"이라며 “이 때문에 ESS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2MW·8MWh 규모 ESS 기준 △설치비 약 40억 원 △월 수익 약 4억 원 수준 사례도 있다"며 “전력이 '투자 상품'으로 작동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vs 한국…“ESS 설비는 한국이 많지만 시장 규모는 일본이 더 커"

이 같은 구조는 한국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한국은 ESS 설치 규모에서 일본을 크게 앞서고 있지만, 활용 방식에서는 차이가 뚜렷하다. 한국이 전기요금 절감과 계통 보조 중심의 '설비 확산형 시장'이라면, 일본은 전력 가격 변동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시장 기반형 ESS 산업'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대비가 뚜렷하다.

일본은 ESS 전체 누적 설치 용량이 약 1~2GW 수준으로 추정되며, 여전히 보급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히 계통연계형은 0.2~0.3GW 수준에 불과해 실제 전력시장 활용은 이제 막 시작된 단계다. 그럼에도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전력시장 개방이 맞물리면서 ESS가 전력 거래 수단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향후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초기 성장 시장'으로 평가된다.

반면 한국은 ESS 누적 설치 용량이 약 6~7GW 수준(산업용·계통용 포함)에 이르며 설비 보급 자체는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그러나 대부분이 피크저감, 수요관리, 계통 보조 서비스에 집중돼 있어 일본처럼 전력 거래 기반 수익 모델은 아직 제한적이다. 이제 막 제주도에서 중앙계약시장 실증이 시작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설비 보급은 앞섰지만 시장 모델은 정체된 구조', 일본은 '보급은 초기지만 시장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일본과 한국의 ESS 시장 규모는 이미 뚜렷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2025년 기준 일본 ESS 시장은 약 93억 달러(약 12조 원) 수준으로, 약 30억 달러 규모의 한국 시장보다 3배 이상 큰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일본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시장 개방이 맞물리면서 ESS가 '전력 거래를 통한 수익 창출 자산'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계통 안정화나 피크저감 중심의 제한된 활용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차이가 크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격차가 기술이 아니라 시장 설계와 제도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한국 역시 전력시장 개방 여부에 따라 ESS 산업 성장 속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60% 목표"…ESS 수요 폭발

아울러 일본 정부는 2030년 이후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대 60%까지 확대하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약 20% 수준에서 3배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ESS는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 △계통 안정화 △가격 차익 거래를 위한 필수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올해부터 일본에서 축전소 시장이 본격적으로 불붙었다"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초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LS일렉트릭은 일본 시장에서 △2021년부터 사업 진출 △약 100MW 규모 실적 확보 △한국 기업 중 최대 수준과 같은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일본 내에서 △변압기 △차단기 △ESS 시스템 등 패키지 공급 역량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업체들은 인허가·납기 문제로 4~5년 걸리는 경우도 많다"며 “우리는 2년 내 공급이 가능해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1GW까지 확대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향후 더욱 공격적인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력시장 개방이 산업을 키운다"

도쿄 현장에서 확인된 핵심 메시지는 분명했다. 전력시장 구조가 산업을 만든다는 점이다.

일본은 △시장 개방 → △민간 투자 활성화 → △ESS 급성장 구조로 가고 있는 반면 한국은 △규제 중심 → △제한적 시장 → △성장 정체 양상이다.

재생에너지 확대 논쟁을 넘어 '전력시장 설계' 자체가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도쿄에서 열린 스마트 에너지 위크는 단순한 기술 전시를 넘어 전력시장의 방향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3월 17~19일까지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스마트에너지위크 2026' LS ELECTRIC 전시관. 전지성 기자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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