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올인하는 손정의...“인류 최대 단일 데이터센터 짓겠다”

오로라 기자 2026. 3. 2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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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합작 750조원 ‘포츠머스 컨소시엄’ 발족
“손, 일본 대미 투자 ‘지휘관’으로”
‘AI 올인’ 투자에 우려도...‘미국 경제 내건 도박’
20일(현지 시각) 오하이오주 가스 화력발전소 착공식에 참석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왼쪽)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AP연합뉴스

‘문제 해결사(The fixer)’

22일 닛케이아시아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5000억달러(약 753조원) 규모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한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을 이렇게 묘사했다. 이날 발표된 투자안은 지난해 7월 일본이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대신, 2029년까지 미국에 5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약속을 실행으로 옮긴 첫 사례다. 테크 업계에선 “한국이나 대만과 다르게 반도체 공장이라는 협상 카드가 없는 일본은 약속된 거대 투자를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해왔는데, 손 회장이 나서서 액수에 맞는 판을 짠 셈”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인류 역사상 최대 단일 부지 투자’

손 회장은 지난 20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등과 오하이오주 파이크턴에서 열린 가스 화력발전소 기공식에 참여해 이 같은 투자안을 발표했다. 현지 지명을 딴 ‘포츠머스 컨소시엄’을 발족하고, 일본 도시바·히타치제작소·미즈호은행·골드만삭스 등 미·일 주요 기업 21사와 함께 연내 오하이오 지역에 데이터센터 착공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포츠머스 컨소시엄은 지난해 1월 소프트뱅크가 오픈AI·오라클 등과 손잡고 추진하기로 한 글로벌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와는 별개 사업이다. 사업 비용은 포츠머스와 스타게이트 모두 5000억달러지만, 스타게이트가 미국 전역과 아랍에미리트(UAE)·인도 등에 분산 투자하는 것과 달리 포츠머스는 오하이오 한곳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차이가 있다. 손 회장은 이날 해당 프로젝트를 “인류 역사상 단일 부지로서는 최대 규모의 투자”라고 하며 “이번 투자 규모는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앤스로픽 등 전 세계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규모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크다”고 자신했다.

다만 5000억달러의 거금을 소프트뱅크가 모두 직접 조달하는 것은 아니다. 소프트뱅크는 대출을 받아 데이터센터 개발 및 전력 시스템 구축을 감독하는 비용을 댄다. 기존에 약속된 오하이오 가스 화력발전소 건설 투자금 330억달러 중 일부가 여기에 포함된다. 반면 전체 투자액의 60~70%에 달하는 돈은 앞으로 이 데이터센터를 실제 사용할 빅테크 기업들이 AI 반도체 구매 및 서버 구축 비용으로 충당하게 될 전망이다. 손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해당 데이터센터의 입찰이 시작됐으며, 4월부터 예비 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풍쟁이’ 손정의, AI에 올인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손 회장이 일본 정부를 대신해 ‘손 안 대고 코 풀기’ 식의 판을 짜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손 회장은 이날 입찰 기업도 정해지지 않은 대규모 투자를 서둘러 발표했는데, 이는 전형적인 손정의의 모습”이라며 “자신을 허풍쟁이라 칭하는 그는 과거에도 투자자와 사업 파트너를 유치하기 위해 거창한 약속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손 회장은 이날 “시작은 5000억달러로, 추후 투자금은 1조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러트닉 상무장관은 기존에 약속됐던 가스 화력발전소 이후의 거창한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이번 투자 발표로 손 회장의 ‘AI 제국 건설’ 야심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손 회장은 코로나 시절 테크 기업의 주가 폭락으로 막대한 손실을 본 후, AI를 부활의 필승 무기로 삼아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오픈 AI에 누적 640억달러를 투자하고, 인텔에 20억달러, 데이터센터 장비 생산을 위해 GM의 전기차 공장 인수에 30억달러를 쏟아붓는 식이다. 더 많은 투자를 위해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10월 58억달러 규모의 엔비디아 주식을 매도하고, 11월엔 5000억엔(약 4조5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공격적 투자에 우려도 따른다. 손 회장은 전형적으로 ‘욕망과 직감’을 따르는 투자 스타일로, 자신이 유망하다고 본 산업군에 자산을 과하게 투입한다. 실제로 올해 초 기준 소프트뱅크 순자산 가치 중 60~70%가 이미 AI 관련 자산으로 채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AI 산업이 조금이라도 주춤하면 소프트뱅크는 또다시 크게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오픈AI가 미국 국방부와 계약을 하며 비판에 직면하자, 소프트뱅크 주가는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최대 50% 폭락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가 스타게이트·포츠머스 컨소시엄과 같은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만큼, AI 버블이 터질 경우 손실은 소프트뱅크 하나로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타임지는 “손 회장은 이제 소프트뱅크의 운명뿐 아니라 미국 경제와 국민의 운명까지 걸고 도박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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