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고소, 4년째 수사 중…경찰은 누가 견제하나요?”

김임수 기자 2026. 3. 2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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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변호사들이 본 검찰개혁 “지연·핑퐁 수사에 피해자 고통 커져”
與 법사위, 보완수사권도 반대…“검사가 해주던 일, 이젠 돈 써서 해야”

(시사저널=김임수 기자)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개혁 1단계가 완수됐다. 78년간 이어져온 검찰청을 대신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신설법 모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숙의 요청과 여당 법사위 강경파의 어깃장 사이에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당·정·청 협의안에는 결국 검사의 손과 발을 묶는 강경파 입장이 대부분 반영됐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당·정·청 협의안에 대해 "검찰 개혁은 수십 년 동안 민주당이 추구해온 목표였고, 국민이 보내준 염원이었다"고 자평했고,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검찰 개혁은 변호사 시절부터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저의 길"이라며 자화자찬했다. 야당 간사 격인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 인권을 완전히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날"이라고 비판했다.

법조계는 형사사법 시스템의 '뉴노멀 시대'가 열렸다는 반응 일색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공소청 검사는 경찰에 대한 영장 집행·청구 지휘도, 중수청에 대한 입건 요구도,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지휘·감독도 할 수 없다. 수사 과정에서의 수사 지휘 및 사법 통제 역할을 수행해온 검사들은 기계적 공소 업무만 맡도록 역할이 묶인 반면 경찰 등은 사건 수사에서 한층 자유로워졌다. 현직 변호사들은 이번 정부의 검찰 개혁에 대해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심각해진 사건 지연·암장·핑퐁 문제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검찰 권한 남용이 정치인과 기업인 등에 주로 영향을 미쳤다면, 경찰 권한 남용은 일반 국민과 범죄 피해자들의 삶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서초구 법조타운 ⓒ시사저널 박정훈

"불송치에 대한 이의신청? 돈 있어야 하죠"

시사저널은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새변)' 소속 변호사들의 도움을 얻어 경찰 입회(조사) 단계에서의 수사 지연 사례를 다양하게 청취했다. 취재에 응한 청년 변호사들은 "수사 지연은 이미 일상이 됐다" "경찰 권한 남용 및 지연·부실 수사를 막을 후속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범죄 피해자들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을 때 돌아오는 건 하염없는 기다림이다. 올해로 9년 차인 A변호사(남성)는 "2022년 10월 고소한 사건이 3년5개월째 결론이 안 났다. 청각장애인이 금전 피해를 봐 고소를 진행한 사건이었다"며 "고소장 접수 2년이 지난 2024년 12월 검찰로 송치됐는데, 이후 보완수사 요구가 내려왔다. 그리고 다시 1년 넘게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이 사건을 주고받는 전형적인 '핑퐁' 사례다. A변호사는 "담당 수사관에게 진행 사항을 물어보면 '수사 중'이라고만 할 뿐이다. 사건이 검찰에 넘어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경찰이 수사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변호사는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의 이의신청이 최근 받아들여진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대여금 사기 사건이었는데, 검찰 보완수사로 바로잡혔다. 담당 수사관이 형법의 적극재산과 소극재산 법리를 잘 이해하지 못해 가해자의 적극재산만 살펴보고 피해자에게 변제할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해 사건을 종결해 버렸다"고 말했다. 검찰은 피해자 측 A변호사의 이의신청에 따라 가해자의 모든 계좌를 추적해 '기망의 의도'가 있다고 보고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고 한다. A변호사는 "불과 몇 년 전까지 경찰임용시험에서 형법은 선택과목이었다. 형법책 한 번 보지 않고 경찰관이 된 사람이 많은데, 이런 분들이 법리를 이해하지 못해 잘못된 판단을 내리면 구제받기 어렵다. 이의신청도 피해자가 돈이 있어야 진행하자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인 B변호사(여성)는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코인 편취 등 민생경제범죄의 수사 지연이 만연화됐다고 토로했다. B변호사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리한 사건이 1년여 만에 불송치돼 결과를 받아들인 적이 있다. 임대인이 갑자기 노숙자로 바뀐 사건이었다. 방송에서도 다뤄졌던 것과 유사한 사례였고, 피해자도 20명가량 됐다. 최초 담당 수사관은 피해자 고소 건을 병합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해 잘 처리될 거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담당 수사관이 바뀌면서 사건들이 병합도 안 됐고, 결국 불송치됐다"며 "피해자에게 (비용이 드는) 이의신청을 이야기하기도 미안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B변호사는 그러면서 "여청(여성·청소년) 사건은 그래도 좀 수사가 되는 편이지만 재산범죄는 진짜 수사가 안 이뤄진다.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담당 경찰관에게 추적해야 할 계좌 리스트와 수사 방향을 담은 일종의 리포트까지 내야만 해줄까 말까다. 차라리 대놓고 그런 걸 요구하는 경찰관들이 오히려 고마울 정도"라며 "피해자를 대리하는 일이 너무 고되다 보니 오히려 가해자 쪽을 변호하기가 쉽다는 생각도 할 때가 있다. 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닐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기·경제범죄, 3건 중 1건은 3개월 초과

취재에 응한 새변 소속 청년 변호사들은 경찰 사건 지연이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확연히 체감되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는 감사원 통계로도 확인되는 부분이다. 2025년 경찰청 등에 대한 정기감사 결과에 따르면, 경찰이 입건한 사건의 처리 기간은 수사권 조정 이전인 2020년 59.7일에서 2024년 63.9일로 늘어났다. 이는 사건 접수부터 1차 종결(송치·불송치)까지의 건만 해당하고,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나 재수사 요청 사건을 포함한 '전체 수사 기간'은 아예 통계조차 없다. 감사원은 별도 통계치를 기반으로 보완·재수사 사건의 처리 기간을 가늠한 결과 2024년 기준 140.9일로 추정된다고 했다.

부서별 사건 지연 편차도 컸다. 단순 사고를 처리하는 교통수사팀의 경우 3개월 초과 사건 비율이 5.4%에 불과했으나, 사기·경제범죄를 담당하는 지능팀은 33.5%에 달했다. 사건 처리 지연도 문제지만 폭넓은 법리 이해를 바탕으로 한 수사·기소 품질도 문제로 지적된다. 수사권 조정 이전인 2021년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무죄율은 3.5% 남짓인 반면 조정된 이후인 2022년 11.5%, 2024년 9.4%로 2~3배 상승했다. 재판 무죄율은 공소 업무를 담당하는 검사만이 아닌 수사를 담당한 경찰 역시 공동으로 책임질 부분이 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형사사건 전문 로펌에서 일하는 C변호사(여성)는 "부동산 투자금 명목으로 3억3000만원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작년 말 고소를 진행했다. 가해자가 동종 범죄로 전과가 있었고, 다른 피해가 의심되는 상황인데 수사관이 피고소인 조사를 아직도 안 했다. 그냥 이런 경우가 일상"이라며 "동료 변호사의 경우 요양병원에서 환자가 사망한 뒤 병원 관계자를 살해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1년 넘게 검찰로 송치되지 않고 있다. 사망 사건마저 이런 지경인데, 재산 피해는 경찰이 거의 구제해 주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C변호사는 그러면서 "경찰관들도 본인들 사정을 잘 알아서 '민사로 해결하는 게 빠르다' '다단계 사기가 뻔한데 왜 당했느냐'는 식으로 나무란다. 계좌 추적 등이 귀찮으니까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말을 하며 두 번 울리는 것"이라며 "경찰관들이 나빠서 벌어지는 일도 아니다. 현장에서는 적은 인력으로 밀려드는 사건을 처리하느라 허덕이고 있다. 그나마 현재는 검찰이 일부 보완수사를 직접 하면서 수사 책임을 나누고 있지만, 이마저 못 하게 된다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본다"고 한탄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이 3월17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 개혁 입법인 중대범죄수사청법·공소청법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법안 처리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서민들에겐 '정치검찰' 아닌 '수사 지연'이 더 문제"

한편, 정부여당은 오는 10월 중수청·공소청 출범 전까지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남길지, 보완수사 요구만 가능하게 할지 등을 논의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에도 나선다. 이 대통령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은 검사의 수사 효율성과 원활한 공소 업무를 위해 보완수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으나, 민주당 법사위 강경파는 수사-기소 분리가 검찰 개혁의 대원칙이라며 직접 보완수사권 삭제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김용민 의원은 "검찰 개혁은 당이 주도해야 한다"며 정부안에 대한 또 한 번의 칼질을 예고한 상태다.

현직 변호사들은 검사가 보완수사 요구만 가능해질 경우 경찰 처리 사건 증가에 따른 사건 지연·암장·핑퐁은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본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는 지난해 11만 건으로 이미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검사가 기소 판단에 앞서 부족한 기록을 단순 보완하는 것까지 금지되면, 한 해 경찰에 사건이 다시 보내지는 건수가 30만~40만 건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수사 현장에서의 인권 침해를 막고 사건 지연 해소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은 공소청 검사가 동일성 범위 안에서 직접 보완수사를 하는 것이지만, 지금 민주당 강경파 스탠스를 봐서는 안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정치검찰이 문제라는데 그건 정치인이라서 해당하는 것이고, 일반 서민이나 범죄 피해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내 사건이 빨리 처리되고,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는 것이다. 그 일을 경찰이 하든 검찰이 하든 아무 상관이 없고, 오히려 검찰이 공짜로 해주던 것을 앞으로는 변호사를 써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을 지낸 정재기 브라이튼 법률사무소 변호사도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검찰을 위한 것이 아니다. 고소장을 내고 1년째 기다리고 있는 피해자를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수사기관이 망나니 칼춤을 추며 사건 관계자들을 괴롭혀도 막아줄 사람이 없다. 형사사법 시스템에 반하는 일이자, 역사적 퇴보"라고 비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떤 선진국도 수사와 기소를 완벽히 분리하는 나라는 없다. 앞으로 사건 처리가 훨씬 복잡해지고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검찰 보완수사가 문제라면,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하는 것도 '기소 판단'의 일종인데, 민주당은 그건 왜 문제 삼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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