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에도 없던 '유령 휴게실'서 9명 사망… 대전 화재 공장 불법 증축의 비극
1층 환풍기서 불... 절삭유 등 타고 확산
사망자 9명 나온 휴게실 불법 증축 정황
노조 측 "안전보다 이윤 중시한 인재"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자동차 부품 생산공장 화재는 불법 증축과 안전 불감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해당 공장 노조 측은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한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인재(人災)"라고 비판했다.
22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총 74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사망 14명, 중상 25명, 경상 35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자 2명은 화재 진압 과정에서 다친 소방관이다.
1층 환풍기에서 불... 절삭유 타고 확산
이번 화재는 20일 오후 1시 17분쯤 대전 대덕구 문평동 자동차 엔진밸브 제작업체 안전공업에서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불이 1층 주차장 환풍기에서 발생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발화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발화 직후 불길은 가공 공정에서 사용되는 절삭유와 내부 벽면의 기름때 등을 타고 순식간에 2, 3층으로 확산했다. 가연성이 높은 내장재인 샌드위치 패널이 설치돼 피해는 더 커졌다. 불이 난 공장에는 스프링클러 등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화재 당시 공장 내부에는 170명의 근로자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직원들은 화염을 피해 창문으로 급박하게 뛰어내렸다가 골절상을 입거나 다쳤고, 연기를 흡입했다.
공장 내부에 있던 금수성 물질인 나트륨(101㎏) 이동으로 소방 대응이 지연된 점도 피해를 키웠다. 소방당국은 나트륨 이동 작업 등으로 화재 발생 9시간여 만인 20일 오후 10시 50분쯤 건물 내부에 구조대원을 투입했다. 구조대원은 같은 날 오후 11시 3분쯤 2층 휴게실 입구에서 숨진 40대 남성을 수습했으며, 다음 날 0시 20분쯤 2층 복층 공간에 있는 체력단련장(휴게실)에서 9명의 사망자를 발견했다.


도면에 없던 휴게실서 9명 사망
9명의 사망자가 발견된 공간은 불법 증축한 곳으로 파악됐다. 해당 공간은 2층과 3층 사이의 복층형 체력단련장이다. 직원들이 점심 직후 휴식을 취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행정 당국에 따르면 해당 공간은 건축 도면에 표시돼 있지 않다. 3층 주차장 경사로와 건물 사이의 자투리 공간을 임의로 층을 나눠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측면에 작은 창문만 있고, 통로가 좁아 대피에 어려움이 컸을 것으로 추정됐다. 전날 오전 다른 사망자 3명은 2층 물탱크실 인근에서 발견됐다. 이들 역시 탈출 과정에서 이동하다가 연기 확산 등으로 고립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현장에서 수습된 14명의 시신은 불에 훼손돼 이르면 23일 신원이 확인될 전망이다.
황병근 안전공업 노동조합위원장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이번 화재는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한 경영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중대한 인재로 판단하고 있다"며 "작은 화재라도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예방 조치를 요구해왔지만 이를 회사가 방치해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사측에 유증기와 기름 찌꺼기 등의 축적으로 화재 위험성을 우려하며 집진 시설과 공조·배관 등 시설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자동차와 선박용 엔진밸브를 제조·판매하는 안전공업은 1953년 설립된 중견기업이다. 현대차 그룹의 주요 협력업체 중 한 곳이며 지난해 차량용 중공밸브 연 1,000억 원 이상 수출 공로로 정부로부터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2024년 12월 기준 매출액 1,351억 원, 임직원 수는 364명이다. 화재가 난 공장은 연면적 1만135㎡, 지상 3층 규모로 1996년 준공 허가를 받았다.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는 이날 대전시청 1층 로비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정말 죄송하다”며 “피해를 본 분들과 유족께 실질적인 도움이 되게끔 필요한 지원과 피해 복구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유족 2명 포함 현장감식 진행 예정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이날 유족들과 함께 현장 감식 사전대책 회의를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본격적인 합동 감식에 앞서 유족들과 함께 현장을 확인하고 사전대책을 논의했다"며 "현재까지는 안전이 확보되지 않아 내부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향후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한 뒤 안전성이 확보되면 합동감식을 실시해 구체적인 화재 원인 등을 규명할 계획이다. 합동감식에는 유족 대표 2명도 참관할 예정이다. 대전경찰청은 수사 인력 131명으로 전담팀을 꾸려 안전공업 대표 등을 상대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관련 수사를 진행한다.
대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대전= 이재명 기자 nowlight@hankookilbo.com
대전= 김준형 기자 junb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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