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실리콘밸리 유니콘 기업이 일하는 방식은

실리콘밸리/강다은 특파원 2026. 3. 2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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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80시간 근무, 제품 출시 전엔 일주일 숙식
AI와 함께 AI 만들어 효율 높여
소규모 조직, 빠른 업무 속도와 의사결정이 장점
지난 13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AI스타트업 '감마' 사무실에서 전 직원이 모여 '쇼앤텔' 행사를 하고 있다./강다은 특파원

지난 13일(현지 시각) 오전 11시 미 샌프란시스코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감마’(Gamma) 사무실. 소파·폰 부스 등에서 제각기 일하던 직원 50여 명이 사무실 중간 공용 공간에 모였다. 17일 새 제품 출시를 앞두고 열린 전 직원 회의 ‘쇼앤텔’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외부에 있는 직원들은 화상으로 참여했다. 신제품 출시팀 직원이 “지난 8주 동안 엔지니어링 팀은 100개 이상의 템플릿과 수많은 기능을 만들었다”며 새 기능과 각 팀의 역할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그러자 직원들 사이에 “3월에 출시하는 이유가 뭐냐” 등의 질문이 나왔다. 감마는 AI로 문서·프레젠테이션(PPT)·웹페이지 제작 도구를 개발하는 회사다. AI에 원하는 PPT 스타일이나 넣고 싶은 정보를 말하면 자동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준다. 설립 5년 만인 지난해 11월 기업 가치 21억달러를 인정받아 유니콘에 올랐다.

새 제품 출시를 앞둔 실리콘밸리 유니콘 스타트업은 어떻게 움직일까. 기자가 이날 하루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해봤다. AI와 함께, AI 관련 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 시간은 외부보다 2~3배 빠르게 흐르는 느낌이었다. 생산성이 올라간 만큼 조직은 더 효율화됐고, 더 많은 일을 빠르게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한국과 달리 직원 대부분 밤낮 없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밤낮 없이 빠르게 일한다

감마의 가장 큰 특징은 빠른 업무 속도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의사 결정이었다. 감마는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제품을 출시하지만, 거의 매주 새로운 기능을 내놓고 있다. 감마 관계자는 “새 기능 출시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했다. 구글 같은 빅테크가 거의 매달 새 기술을 내놓고 있다 보니, 스타트업들은 더 빨리, 더 자주 새로운 것을 내놔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고 한다. 그랜트 리 최고경영자(CEO)는 “스타트업으로서 당연히 거대 기업들보다 훨씬 더 빨라야 하며, 더 크고 과감한 베팅을 해야 한다”며 “수천 명 직원을 둔 거대한 ‘화물선(cargo ship)’이 아니라 빠르게 방향을 전환하고 아이디어를 당일에 테스트해 배포할 수 있는 ‘쾌속정(speedboat)’처럼 움직이려 한다”고 했다.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은 거의 없다. 이메일이나 사내 메신저 대화보다 대면 소통이 더 신속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날 복도 곳곳에서 직원들이 선 채로 짧은 대화를 나눈 뒤 의사 결정을 내리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제품 개발 책임자가 공용 주방 커피머신 앞에서 디자이너를 마주치자 그 자리에서 “현재 개발 중인 새 문서 시스템 형식을 봤는데, 시각적으로 조금 더 직관적이었으면 좋겠다”고 피드백하는 식이다.

출시를 앞둔 제품을 준비하는 팀은 한 달 넘도록 주 80시간 일했다고 한다. 제품 출시 일주일 전에는 핵심 직원 10여 명이 샌프란시스코에서 4시간 거리 산골에 들어가 함께 숙식하며 최종 기술 점검을 한다. 새로운 제품 출시 준비가 끝나면 곧바로 ‘다음’ 제품 준비에 돌입한다고 했다.

◇AI와 함께 AI 제품 만든다

조직 효율화가 중요한 실리콘밸리 AI 스타트업 업계에서 감마는 소규모 조직으로 잘 알려졌다. 감마 서비스는 전 세계 1억명이 사용한다. 하루 100만개의 콘텐츠가 감마를 통해 생성되고 있다. 이런 큰 회사를 움직이는 직원은 단 70명. 직원 수 50명이던 지난해 11월 기준 직원 1인당 매출은 200만달러에 이른다.

소규모 조직으로 빠른 제품 개발이 가능했던 것은 AI 덕분이다. 감마 직원은 직무와 무관하게 전원 ‘바이브 코딩’이 가능하다. 리 CEO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AI 도구를 사용하고 있고, 모든 직원이 클로드 코드, 커서, 노션 AI 등 하나 이상의 AI를 쓴다”며 “거의 모든 업무에 AI가 투입되는 셈”이라고 했다.

직원들끼리 ‘AI 코딩 길드’라는 AI 스터디도 한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AI 도구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는 것은 실리콘밸리 직원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이날 오후 1시 한국인 디자이너 안채민씨가 직원 10여 명 앞에서 디자인 업무에 앤스로픽의 AI 도구 ‘클로드 코드’를 적용한 경험을 소개했다. 안씨는 “그간 써왔던 피그마(디자인 도구)보다 실제 환경과 유사한 프로토타입을 훨씬 빨리 구현한다”며 “사용자 테스트를 할 때 더 정확하고 유용한 피드백을 얻기 유리하다”고 했다. 안씨 외에도 직원 4명이 저마다 AI 도구 활용법을 발표했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슬로건은 ‘지루하지 말기(Don’t be boring)’다. 늘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직원 중에는 디제잉, 가구 제작 등 특이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 많다고 한다. 안씨는 “감마 제품을 활용해 누가 더 재밌는 콘텐츠를 만드는지 겨루는 행사도 자주 한다”며 “재밌고 창의적인 사람들이 모여 혁신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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