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행정법원, 장애인 재판 문턱 낮춘다…소송구조 쉽게·재판부 전문성은 강화

임현경 기자 2026. 3. 2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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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8월 뇌병변장애인 A씨는 “더 좋은 (장애)등급을 받게 해주세요”라고 직접 소장을 적어 서울행정법원에 장애등급결정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의 경제 사정 등을 고려해 그해 9월 소송구조 결정을 내렸다. 소송구조는 재판 비용과 변호사 선임비를 유예·면제해주는 제도다. 그러나 장애인인 A씨가 직접 변호사를 구하기가 어려웠고, 재판은 6개월이 넘도록 공전했다.

A씨처럼 소송구조 결정을 받고도 장애 등 이유로 변호사를 제때 선임하지 못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장애 관련 사건은 앞으로 사회보장전담 합의부가 재판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사회적 약자가 쉽게 재판을 받고, 재판부는 전문성을 높여 사건을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은 오는 23일 전체판사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안건을 논의하고 추진할 예정이다. 올 1월부터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대법원 예규가 시행된 가운데, 행정법원이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후속 작업에 나선 것이다.

소송구조 ‘쉽게’ 받도록

우선 소송구조 제도가 실질적인 권리 구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했다. 지적장애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알기 쉬운 소송구조 안내문’을 결정문에 덧붙여 송달하기로 했다. 기존 소송구조 결정문에는 선임 절차를 안내하며 법률 용어와 한자어를 기재한 문장이 쓰였는데, “지정변호사에게 전화합니다” “변호사를 만나서 이야기합니다” 등 알기 쉬운 문장과 삽화로 풀어 설명하는 식이다.

직접 변호사 선임을 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변호사를 연결해주는 절차도 마련한다. 재판부가 지적장애 등으로 변호사 선임이 지체되는 상황을 파악하면, 공단과 연계해 전담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행정법원과 법률구조공단이 협약을 맺은 뒤, 공단이 지정변호사를 정하면 해당 변호사가 소송구조 결정이 내려진 사건 당사자를 직접 찾아가 선임 절차를 지원할 방침이다.

장애·모성보호·아동, 합의부가 전담…소송비용 ‘각자 부담’ 원칙

사회보장전담 재판부의 사건 관할도 넓힌다. 합의부 재판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소송 사건을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재판 전문성을 높이는 취지다.

기존 단독 재판부에 배당한 장애 관련 사건은 앞으로 사회보장전담부에 배당된다. 합의부로 운영되는 사회보장전담부는 총 5개다. 해당 재판부는 장애미인정이나 장애등급을 다투는 장애인복지법 관련 사건, 장애인편의증진법, 장애인활동보조법 등 관련 사건을 배당받는다. 기존에 무작위로 재판부에 배당하던 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 제도 사건, 한부모가족·아동수당 등 사회보장수급권 관련 사건도 이들 재판부로 배당될 예정이다.

사회적 약자가 당사자인 사회보장 관련 재판에선 ‘소송비용 각자 부담 원칙’도 도입한다. 원고가 패소했을 때도 소송비용을 각자 부담하도록 해서 국가·행정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권리 구제를 받는 데 장벽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현행 행정소송은 민사소송법상 패소자 비용부담 원칙을 따르고 있는데, 법상 예외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할 방침이다.

행정법원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 사건에 대한 재판 전문성을 강화하고, 국가와 지자체 등 공권력을 상대로 한 권리구제를 신속하고 충실히 하기 위한 것”이라며 “충실한 권리구제를 통해 재판소원으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임현경 기자 hyl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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