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에너지 전쟁 중···에너지 가격 낮은 지역에 산업도 집중”

도철원 2026. 3. 2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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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호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국내원전 향한 세계적 신뢰도 높아
탄소중립 위해선 원전 추가설립 필요
재생에너지와 함께 가야만 목표 달성
한빛원전 노후화 위험성 전혀 없어
AI 등 고부가산업엔 에너지 공급 중요
에너지 비용 낮추면 들어올 기업 많아
황주호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16일 무등일보 커뮤니케이션룸에서 탄소중립 등 에너지쟁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최근 광주를 찾은 국내 원자력 분야의 최고권위자인 황주호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세계는 지금 에너지 전쟁 중”이라고 단언했다.

황 전 사장은 세계적으로 원전이 다시 주목을 받는 이유는 탄소중립에 가장 적합한 발전시설인 데다 안정적으로 대규모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서라며 전남에 들어서는 AI데이터센터 등 역시 안정적 공급이 가능한 대규모전력원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AI·반도체 등 대부분의 고부가가치산업의 경우 에너지 다소비 산업으로 향후 에너지 가격을 낮게 공급할 수 있는 지역에 몰릴 수밖에 없다”며 “광주·전남의 미래 역시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함께 가야만 한다. 탈탄소화 시대를 어떻게 맞이해 나갈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황주호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16일 무등일보 커뮤니케이션룸에서 탄소중립 등 에너지쟁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다음은 황주호 전 사장과 일문일답

-지난해 한수원 사장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는데 재임 기간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

▲37개월의 임기동안 경영 목표는 거의 다 달성을 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떠오르는 건 우리 회사가 세계적으로 3위다. 단일 원자력 회사 중 러시아 로사톰, 프랑스의 EDF(프랑스전력공사), 그리고 한국의 한수원이 3위다. 발전량으로도 그렇고 이 정도 규모의 회사가 국제적으로 조금 더 알려져야 하고 조금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기동안 국제행사도 자주 조직도 하고 했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 국제원자력기구(IAEA),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 등 국제기구에서 기여를 더 강화할 수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시작은 많이 했지만 그 기여들이 조금 자리를 잡지는 못했다. 그게 좀 아쉬운 부분이다. 앞으로 다른 분들이 계속해 나갈 것으로 본다.
지난해 6월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10주년을 맞아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미 민간 원자력 협력 콘퍼런스 ‘The Next Decade: Shaping the Future of US-ROK Nuclear Energy Cooperation’에서 황주호 전 한수원 사장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수원 제공

-한수원이 세계 3위 업체라고 하셨는데 세계가 바라보는 우리 원전의 위상은 어떤가.

▲세계적으로 우리 한수원에 대해 ‘그만큼 믿을만한 곳이 없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신뢰를 받고 있다. 가령 미국의 모 원자력회사가 단독으로 원전을 짓겠다 하면 골드만삭스 등 미국 5대 은행이 투자를 안 한다고 한다. 근데 우리와 같이 손잡고 하면 투자하겠다고 했다. 해당 은행 담당자들이 직접 이야기할 정도로 우리에 대한 신뢰는 거의 절대적이다. 아랍에미리트의 바라카원전을 예산 범위 내에서, 또 정해진 기일 안에 지었다는 것은 거의 신화적인 일이다. 그 부분에 이 사람들이 찬사를 보내는 거다. 체코 역시 우리의 그러한 능력을 믿고 선정했다. 체코가 산업화 수준이 우리보다 조금 뒤떨어져 있을 뿐이지 기술 수준은 우리보다 굉장히 앞서 있는 나라다. 그런 나라가 우리를 선택했다는 것은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된다.

-최근 정부에서 기존 계획됐던 원전 건설을 그대로 이어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원자력학회에서는 12차 전기본에 추가로 대형원전 2~4기, 소형모듈원전(SMR) 2기 정도 포함돼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학회가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잘 안 믿을 거 같다. 근데 2020년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2050년에 탄소중립을 하겠다는 목표였다. 당시 에너지 전문 컨설팅회사인 우드맥킨지에서 중국과 일본, 한국이 탄소중립을 하려면 어떤 투자가 필요하고 분야별 용량은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등에 대한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그때 우리 전력생산량이 약 550 TWh(테라와트시) 정도 됐고 전체 에너지 중 전기 에너지 비중이 22% 수준이었다. 우드맥킨지에서 추천하기를 2050년까지 전기화를 60% 정도 달성해야 한다. 자동차, 건물, 산업열 등 이런 부분을 다 전기화를 해야 탄소중립이 가능하다고 봤다. 중요한 건 우리가 원자력이 20.5기가 수준인데 이를 두 배 수준인 41기가까지 늘려야 한다고 했다. 현재 국내 원전이 계속 운전 10기를 포함해 25기가 운영 중인데 16기가 추가로 더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총발전량을 1천700 TWh까지 늘려야 한다고 했다. 거의 지금의 발전량 3배가 더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탄소중립에 원전이 핵심인프라라고 하셨는데 탈원전 기조와 다른 내용 같은데.

▲최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탈원전 정책을 두고 잘못됐지만 돌이킬 수 없다고 얘기했으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탈원전에 대해 전략적 실수라고 비판했다. 현재 유럽 곳곳에서 탈원전 정책을 뒤집고 다시 원전을 건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현재 탄소배출량이 가장 적은 전력생산이 바로 원자력이다. 전력 생산 과정에서 태양광, 해상풍력보다 탄소배출량이 낮다. 어떤 정책적인 방향을 설정할 때 인간 생활의 기본에 대한 부분에 대한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 어떤 건 좋고 어떤 나쁘다 이렇게 가려 선안 된다. 우리 같이 에너지를 97% 수입하는 나라에선 재생에너지 사업도 제대로 해야 한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라도 태양광, 풍력도 있어야 한다. 모든 생활의 기본이 되는 전기가 모자라지 않게 해야 한다.

-지역에 들어서는 AI데이터센터 등이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한빛원전 활용방안을 주장해 오셨는데.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전력 다소비 국가지만 지역 간 전력 인프라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동남부지역은 대형원전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한다. 영광을 비롯한 호남권도 한빛원전 6기가 운영되고 있는 데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 전력 공급량은 많지만 상대적으로 전력 소비는 적다. 반면 수도권은 국가 전체 전력소비의 약 40%를 차지하면서도 발전시설은 부족해 외부 전력 의존도가 높다. 정부가 에너지 고속도로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보내려 하고 있지만 송전선로 구축만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사이 재생에너지 발전이 활발한 호남 지역의 잉여 전력은 버려지거나 원전의 출력을 제한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그래서 제안한 아이디어가 호남 지역에 하이퍼스케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청정수소 생산시설 등의 인프라를 배치하고 한빛 원전이 생산하는 전력 중 일부를 이들 시설에 ‘직접’ 공급하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남는 송전용량을 활용해 호남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하면 된다. 실제로 AI 데이터센터는 1개소당 100~300 메가와트(㎿) 이상 전력을 상시 요구하며, 대규모의 안정적인 전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원전이 이러한 조건에 가장 적합하다. 따라서 호남에 이 같은 인프라를 배치하면 수도권 송전 부담을 줄이면서 국토 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한빛원전 노후화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저장시설 논란도 나온다. 안전성에 문제는 없는가.

▲그 부분은 제대로 설득을 못한 우리의 잘못이다. 일례로 월성원전만 해도 저장시설에 들어가 보면 방사능 레벨이 서울시보다 낮다. 그리고 우리가 매년 원년 1기 당 투자하는 유지보수비용만 연간 3천억 원에 이를 정도로 굉장히 많은 비용을 사용하고 있다. 지속적인 설비교체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 노후화라고 하는데 일반적인 개념으로 원전을 비교하는 부분은 많이 안타깝게 생각한다. 유지보수에 지역 회사들도 참여를 많이 하고 있는데 깨끗하고 깔끔하게 관리하고 있다. 물론 실수를 할 수도 있겠지만 우려하는 것 하고는 전혀 다르다.

-에너지 공급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호남도 미래산업을 위해 에너지 확보 방안을 더 마련해야 한다고 보는가.

▲지금 미국도 에너지 공급을 두고 소송까지 벌어지고 있다.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글로벌기업들이 요구하는 전력량을 맞추기 위해 미국 원전회사들하고 대규모 전력 구매 계약을 맺으면서 일반 주민들한테 가는 전기가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소송으로 이어졌다. 그 정도로 전력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분명한 건 에너지 다소비 산업 들 중 고부가가치 산업이 많다는 것이다. 산업은 에너지 없이는 유지될 수가 없다. 앞으로 에너지 비용을 낮게 공급할 수 있는 곳에 산업이 몰릴 수밖에 없다. 이건 국내고 해외고 할 것 없이 마찬가지다. 호남 역시 현명한 미래를 위해, 이제는 특별시민들의 시각이 필요하다.

-탈탄소화를 위해 SMR을 활용한 스마트넷제로시티의 필요성을 언급하셨는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역소멸과도 연계되는 부분이다. 재직 시절 지자체장들을 만나면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소멸 이야기를 많이들 하셨다. 그래서 저희가 보여드린 모델이 바로 스마트넷제로시티다. 스마트넷제로시티는 SMR을 기반으로 인구 20만 정도 도시를 구성해 거기에 산업단지도 넣고, 재생에너지, 수소공장을 포함해서 도시 전체를 탈탄소화하는 모델이다. 이미 지자체와 함께 모델을 개발했는데 해당지역 주민들도 상당 부분 동의하고 원하고 있다. 원전 유치에 나서는 지자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왜 그런 경쟁이 벌어지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광주·전남 지역민들도 앞으로 미래도시 방향이 어떻게 가야 할 것인 고민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

도철원기자 repo333@mdilbo.com
황주호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16일 무등일보 커뮤니케이션룸에서 탄소중립 등 에너지쟁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황주호 전 한수원 사장 약력

▲경희대학교 공과대학 원자력공학과 교수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국가주도기술전문위원장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

▲한국에너지공학회 회장

▲경희대학교 공과대학장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이사장

▲경희대학교 국제부총장

▲한국수력원자력 혁신성장위원회 위원장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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