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게 더 멋스러워”…‘제니픽’ 올봄 여심 사로잡은 숏점퍼 [트랜드]
항공점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봄버 재킷으로 재해석
봄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던 ‘롱 트렌치 코트’ 자리를 기장이 짧은 ‘숏 점퍼’가 위협하고 있다. 최근엔 여성들 사이에서 밑위가 짧은 항공점퍼(MA-1) 및 봄버 재킷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봄버 재킷은 지난 1월 블랙핑크의 제니가 착용한 모습이 공개되면서 주목받았다. 제니는 도쿄에서 개최된 블랙핑크 월드 투어 ‘데드라인’에서 ‘맥퀸(세련되면서 반항적인) 스타일링’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배우 윤여정은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드레스 위에 MA-1 모티브 재킷을 매치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전통적인 남성성의 상징이었던 MA-1 재킷이 여성 패션 씬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전환점이었다.
◆ 20세기 중반, 미 공군이 택한 재킷
나일론 외피에 니트 칼라, 밑단 밴딩 처리된 짧은 기장. 오늘날 봄 시즌 여성복 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실루엣의 출발점은 전장(戰場)이었다.
MA-1 항공 점퍼 1940년대 후반 제트기 시대의 개막과 함께 탄생했다. 기존 B-15 재킷의 모피 칼라가 산소마스크와 간섭을 일으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피를 제거하고, 가볍지만 보온성이 뛰어난 나일론 소재를 채택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 재킷은 1949~50년경 한국전쟁에 참전한 파일럿들을 위해 개발돼 베트남전쟁까지 미 공군의 표준 비행 재킷으로 자리잡았다.
항공 점퍼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는 오렌지색 안감이다. 전투 중 추락한 파일럿이 재킷을 뒤집어 입으면 선명한 오렌지색 겉감이 돼 구조팀에 위치를 알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생사를 가르던 이 기능적 디테일은 훗날 패션계에서 MA-1의 상징적 요소로 재소환된다.
◆ 군 창고 나와 민간에 보급…브랜드 통해 대중화
군 창고를 나온 MA-1 재킷은 거리로 향했다. 1980년대 중반 민간에 보급되기 시작한 이 재킷은 노동자 계급과 스킨헤드 등 하위문화를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먼저 소비됐다. 영국에서는 노동자 계급의 상징으로, 미국에서는 반항적 청년 문화의 도구로 진화했다.
군용 MA-1의 공식 제조업체인 알파 인더스트리(Alpha Industries)는 1970년대부터 일반 소비자를 위한 제품을 출시하며 대중화의 물꼬를 텄다. 이후 라프 시몬스, 헬무트 랭 등 브랜드가 런웨이에서 MA-1을 재해석해 선보이며, 하이패션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2022년 프라다는 플로럴 장식과 깃털을 더한 오버사이즈 MA-1을 선보이며 군용 아이템에 럭셔리 무드를 입혔다.
JW 앤더슨의 2026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봄버 재킷이 더 커지고 느슨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하며 캐주얼 전용 아이템이라는 오랜 공식을 깼다는 평가를 받았다.
◆ 소재·디테일 재해석한 직장인룩으로 재해석

미쏘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이달 16일까지 MA-1 관련 아이템을 포함한 아우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3% 증가했다. 미쏘 디자이너들은 이랜드 패션연구소 내 밀리터리 섹션에서 봄버 재킷, 필드 재킷 등 방대한 샘플 아카이브를 분석했다. 특히 여성 고객 목소리를 반영하며 상품을 기획, 실용성과 레이어링 스타일을 접목했다.
미쏘 관계자는 “MA-1 재킷은 기능성과 스타일을 모두 갖춘 아이템으로, 출근룩과 일상복의 경계가 흐려지는 요즘 라이프스타일에 특히 잘 맞는 아우터”라며 “셔링 디테일을 더해 여성스러운 실루엣과 캐주얼한 감성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남녀 구분이 없는 젠더리스(genderless) 제품 인기도 지속되고 있다. 남성복 카테고리에서 자신의 사이즈보다 큰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 패턴이 2030 여성들 사이에서 확산하면서 유통업계도 관련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유니클로(UNIQLO)는 지난 20일 ‘2026 SS Uniqlo U 컬렉션’을 출시했다.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 및 취향의 변화를 반영한 일상복으로, 틴티드 화이트 및 워시드 블루와 같은 여름 무드의 컬러 팔레트로 가벼운 리듬감을 컬렉션 전반에 녹였다. 특히 여유로운 슬리브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는 코튼 블렌드 쇼트 블루종과 부드러운 원단의 쇼트 블루종은 계절에 상관없이 항시 입을 수 있는 모던한 아우터로, 남녀 모두 입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 출시됐다.
LF가 전개하는 컨템포러리 남성복 브랜드 TNGT에도 여성 고객이 유입되고 있다. 25FW 컬렉션 출시를 시작한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여성 고객의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5% 증가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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