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 시론] 하버마스의 마지막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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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4일(현지시간) 현대 철학의 거장 위르겐 하버마스가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아마도 앞으로는 사상가가 사회에 영향을 주는 일이 거의 없을 것이므로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친 마지막 사상가가 세상을 떠났다고 볼 수 있다.
공론장 논문 때부터 줄곧 하버마스는 시민사회의 다양한 담론이 어떻게 민주주의의 기반이 될 수 있는지 혹은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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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3월14일(현지시간) 현대 철학의 거장 위르겐 하버마스가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아마도 앞으로는 사상가가 사회에 영향을 주는 일이 거의 없을 것이므로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친 마지막 사상가가 세상을 떠났다고 볼 수 있다.
돌이켜보면 하버마스만큼 그를 읽어내는 학자나 독자마다 제멋대로 해석한 경우도 드물 것이다. 그것은 그 자신의 학문 활동과도 무관치 않다. 프랑크푸르트 학파 아도르노의 제자였던 하버마스는 이른바 교수 자격 취득 논문 《공론장의 구조 변동》이라는 책을 1961년 출간했다. 2000년대 초에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데서 알 수 있듯이 1980~90년대에 이 책은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했다. 주로 부르주아 공론장(公論場)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역사·사회적으로 추적한 매우 전문적인 학술서이기 때문이었다.
그다음 하버마스의 대표작이 《의사소통 행위이론》이다. 공론장 논문 때부터 줄곧 하버마스는 시민사회의 다양한 담론이 어떻게 민주주의의 기반이 될 수 있는지 혹은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부르주아 국가의 정당성 확보에 기여하는 의회와 언론의 역할을 비판하면서도 그 긍정적 기여를 놓치지는 않았다. 물론 그 시기에 우리나라는 민주화를 향한 힘겨운 행군을 거듭하고 있을 때였기 때문에 이 같은 하버마스의 활동이 다소 한가하게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비로소 민주화 단계로 접어든 1990년대가 되면서 《의사소통 행위이론》이란 책이 학계, 특히 신문방송학계를 중심으로 큰 인기와 주목을 끌었다. 이 책은 생활세계, 즉 우리의 일상생활에 정치나 경제 논리가 침투해 의사소통을 왜곡하는 현상을 사회 이론적으로 규명했다. 그건 철학이나 정치학, 사회학의 관심 분야이지 신방과의 영역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의사소통'이라는 개념 하나 때문에 유행처럼 번져갔던 해프닝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도 한창 꽃피는 듯하더니 인터넷, 스마트폰 등 기술적 변화와 더불어 어느새 곳곳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걱정하는 소리가 늘어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사실 지금이야말로 하버마스의 사상을 우리 지식인과 학자들이 널리 읽어야 할 때인지 모른다.
하버마스는 90세를 넘긴 2022년에 《공론장의 새로운 구조변동》(세창출판사, 한승완 옮김)이라는 짤막한 책을 내놓았다. 100쪽 남짓한 작은 책자지만 노사상가의 응축된 통찰력으로 가득하다. 그중 한 대목이다. '정부의 행위, 대법원의 결정적 판결, 의회의 입법, 정당의 경쟁, 자유로운 정치 투표는 활발한 시민사회와 만나야 한다.'
그가 제시한 몇 가지 항목으로 점검해 보아도 우리의 민주주의는 결코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 특히 건강한 시민사회가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책에서 놀랍게도 하버마스는 뉴미디어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지적을 빠트리지 않았다. 그는 뉴미디어의 근본 특징으로 플랫폼을 언급한다.
'뉴미디어는 이제까지 의미의 미디어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공론장에서 주도적이었던 의사소통의 모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원칙적으로 모든 잠재적 이용자가 독립적이고 동등한 저자가 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즉 인쇄술의 등장이 모두를 독자로 만들었다면 뉴미디어는 우리 모두를 저자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하버마스는 다시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진다. '독자가 되기 위해서도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저자가 되기 위해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가 답할 차례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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