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철 칼럼] 이재명의 분노, 그 끝을 보고 싶다
그 대가가 내란으로 만신창이가 된 한국…언론 성찰 없어
명백한 가짜임에도 의혹으로 포장, 유권자 판단에 대혼란

이재명 대통령의 '조폭 연루' 가짜 뉴스를 여과 없이 퍼뜨린 언론들의 행태가 새삼 회자되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 12일,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국제마피아파와 유착돼 현금 20억원을 받았다는 가짜 뉴스를 제기했던 변호사 장영하(국민의힘 당협위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한 2심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장영하는 2021년 10월 20일 성남 지역 폭력조직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박철민의 주장을 근거로 이 같은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 장영하는 앞서 국민의힘 의원 김용판에게 자료를 전달했다. 김용판은 가짜 사진까지 곁들이며 이 대통령의 조폭 연루설을 그해 10월 18일 국정감사장에서 흔들었다. 언론들은 사실 검증은 내팽개친 채 받아쓰기에 바빴다. 하지만 김용판의 주장과 사진은 불과 수 시간 만에 이른바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 가짜로 밝혀졌다. 이 대통령은 김용판이 면책특권 뒤에 숨어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강력 반발했으나 언론은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조폭 연루의혹은 2018년 SBS가 첫 포문을 열었다. SBS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당시 이 시장의 조폭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다 20대 대선을 5개월 앞두고 장영하와 김용판에 의해 의혹이 확대 재생산됐다.

이 대통령의 '조폭 연루설'과 '현금 20억 수수설'이 불거졌을 때, 언론들이 보여준 행태는 '가짜 뉴스에 발맞춰 깨춤을 췄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참담했다. 돈다발 사진이 허위로 드러났음에도 언론은 가짜라고 말하지 않았다. 진위 논란이라는 그럴싸한 표현으로 상황을 중립적으로 포장했다. 팩트체크 대신 여야 간 공방 형식으로 이슈를 다루며 중계자 역할에 머물렀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논란을 증폭시켜 유권자의 눈과 귀를 가렸다.
언론은 아무런 물적 증거도, 검증된 사실도 없이, 오직 조폭 출신 인물의 진술에만 의존했다. 그리고 아낌없이 지면과 전파를 할애했다. 명백히 의도된 유포다. 허위 정보 유통 한복판에 뛰어든 언론에 법원은 한 술 더 떴다.
고발된 장영하에 대해 법원이 1심(부장판사 우인성)에서 허위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며 허위사실 공표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 2심은 이재명 정권이 들어선 지도 한참 지난 지난해 10월 열렸다. 항소심(부장판사 이재권)에서는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이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대선에서 낙선한 이상 이 사건 범행이 선거에 끼친 영향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20대 대선에서 불과 0.73%포인트(24만 7077표) 차이로 패배했다. 허위 의혹을 검증 없이 확산시킨 언론의 보도가 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면, 오보를 넘어 민주주의 선거 과정에 대한 침해다.
새삼 한국기자협회의 '언론윤리헌장'의 서문을 펼쳐본다.
'언론은 시민을 위해 존재하며, 시민의 신뢰는 언론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중략)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를 통해 시민의 올바른 판단과 의사소통을 도우며...(중략)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다.'
가짜 뉴스를 퍼 나른 언론사들이 속속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한국 언론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정치적 편향에 따라 의혹을 증폭시키는 관행, 검증보다 속보를 우선시하는 문화, 면책특권 뒤에 숨은 발언을 그대로 중계하는 타성, 그리고 오보가 드러나도 제대로 된 정정보도를 하지 않는 무책임 함이 그것이다. 어쩌면 진짜 문제는 가짜를 '사실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술과 유통 구조' 일 수도 있다.

언론이 허위 정보의 스피커가 될 때, 그 피해는 특정 정치인 한 명에게 그치지 않는다. 유권자의 판단 능력이 침해되고, 민주주의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윤석열의 내란으로 만신창이가 된 대한민국이 그 증거다.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뒤덮고 있다. 그 유령은 공산주의다.'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선언' 첫 머리에 나오는 구절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가짜 뉴스라는 유령과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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