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로 세 바퀴째 돌기만”···BTS 광화문 공연에 ‘장애인’은 없었나

지난 21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공연을 찾은 신수정씨(62)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휠체어에 탄 장애인인 신씨는 검문을 마친 뒤 공연장 인근에 들어섰지만 경찰은 계속 앞으로 이동하라고만 안내했다. 결국 동행자와 함께 광화문 일대를 세 바퀴나 돌아야 했다. 그는 “아미(BTS 팬) 중에는 나처럼 장애인도 있는데 너무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번 BTS 광화문 공연은 사고 없이 마무리됐지만 휠체어 이용자 동선과 좌석 등 장애인 접근성 측면에서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공 행사’를 표방한 만큼 장애인 관람객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가 아쉬웠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찰은 인파 밀집을 우려해 보행자들이 멈추지 않고 계속 이동하도록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휠체어 이용자와 노인 등 이동 약자들은 지쳐서 골목 구석에 멈춰 서거나 바닥에 앉는 상황이 벌어졌다. 목발을 짚은 시민이 카페 계단 앞에 앉아 있자 경찰이 “영업에 방해되니 이동해달라”고 요구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장애인들은 이동 약자를 고려한 동선 설계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신씨와 동행한 박승부씨(73)는 “검문을 마친 관람객을 통로 주변에 앉도록 안내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안전 통제를 이유로 무조건 이동만 요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씨 역시 “이리 가라 저리 가라 계속 이동만 하라고 해서 지친다”고 말했다.

화장실 등 기본적인 접근성도 부족했다. 인천에서 광화문을 찾은 신향미씨(55)는 “장애인들은 이런 상황이 익숙해 애초에 공연을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며 “주변 건물까지 통제돼 장애인 화장실 이용도 어렵지 않냐”고 말했다. 남용식씨(49)는 “바리케이드가 너무 많아 휠체어 이동이 불편하다”며 “며칠 전부터 오고 싶었는데 저녁까지 기다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좌석도 다른 공연 때보다 적었다. 이날 공연의 총 2만2000여 석 가운데 휠체어석은 10석(1·2차 예매 각각 5석)에 불과했다.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보면 관람석이 2000석 이상인 공연장은 최소 20석 이상의 장애인 관람석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이번 공연은 상설 공연장이 아닌 임시 무대 형태로 진행돼 이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는 “2만 석 중 10석은 0.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공공성을 강조한 행사였지만 과연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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