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파병 못 얻어낸 트럼프 “한국 사랑해”…정부의 선택은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호르무즈 파병을 사실상 거부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는 한국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면서 한국의 역할을 재차 촉구했다. 정부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비판하는 주요7개국(G7) 성명에 동참했지만 당장의 군사적 지원에는 선을 그으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한국·중국·일본 등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는 주요 에너지 수입국들이 해협 항행 정상화에 직접 나서야 한다면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한국을 사랑한다. 우리는 한국과 훌륭한 관계다. 우리는 한국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답했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풀기 위해 동맹국들과 중국이 군대를 파병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일본마저 우회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자, 한국에 군사적 기여를 재차 촉구한 취지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19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일본 총리는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핵개발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일본 평화헌법 9조의 제약을 거론하면서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자위대 파견이 불가능하다고 사실상 거절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는 일단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비판하는 주요7개국(G7) 성명에 동참했다.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네덜란드·캐나다가 한국시각으로 20일 오전 “이란군에 의한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폐쇄를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고, 한국은 이날 밤 늦게 이 공동성명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호르무즈 해협 내 안전하고 자유로운 통항을 보장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기여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를 확인한다는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 호주, UAE, 바레인 등이 동참하면서 성명 참가국은 현재 22개국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 성명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비판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요구와는 선을 긋고 있다.
정부는 이란과도 외교 채널은 가동해 관계 관리를 계속하면서도, 우리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위한 양자 협의 등에 나설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장관이 21일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적 이외 선박의 통과는 가능하며 해당국과 협의해 통항 안전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면서, “협의를 거쳐 (일본 선박)의 통과를 허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우리 정부도 이란과 협의에 나설지가 관심을 모았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을 포함한 관련국들과 다각적으로 소통해 오고 있다”고 밝혔지만 우리나라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위한 이란과의 직접 협상을 할 단계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들은 현재 일본도 이란과 일본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협의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우리 정부도 이란과의 외교 채널을 통해 관계를 관리하고 긴밀히 소통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 선박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게 하는 이란과의 양자 협상을 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외교 당국자는 “미국과의 관계, 우방국가들과의 조율된 반응, 이란과의 관계 관리 등을 모두 고려한 고차방적식을 풀어야 한다”면서 “상황이 계속 변하는 가운데 성급한 결정은 대단히 위험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신중한 행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데 대해서도 정부 내에서는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군함 파병은 어렵고 다른 방식의 기여에 대해서는 계속 검토한다는 기류가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오는 25~27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G7 외교장관 회의에 초청을 받아 참석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하면서 미국의 입장을 더 구체적으로 듣고 협의할 예정이지만, 이란 상황이 긴박해지면서 루비오 장관의 참석도 유동적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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