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판서 조깅한 佛 해군 장교, 항공모함 위치 노출시켰다[이현호의 밀리터리!톡]
팔로우한 사람은 위치 실시간 확인 가능
佛해군 “작전보안(OPSEC) 수칙 위반”

현대전에서는 정보가 강력한 무기가 되기 때문에 ‘작전보안’(OPSEC·Operation Security)은 전투력의 핵심이자 작전의 성패를 좌우하는 필수조건이다.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작전보안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가 잇따랐다. 최전선에 있는 군인들이 무심코 올린 소설미디어(SNS) 게시글이나 사진 한 장, 아무 생각 없이 나눈 휴대전화 통화 등이 부대 위치 노출시켜 적의 공격을 유도해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이란의 ‘12일 전쟁’ 당시 이란의 경호 요원들이 휴대폰을 사용한 탓에 극비인 위치 정보가 이스라엘에 유출돼 고위 인사들이 목숨을 잃을 뻔했다. 지하 30m 벙커에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회의가 열리자 마자 이스라엘 공군이 벙커를 공습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휴대폰을 소지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인스타그램의 ‘친구 지도’ 서비스 시작되자 주한미군은 공지를 통해 이 기능을 완전히 비활성화하도록 권고했다. 특정 부대 및 시설의 위치 추정이 가능해 보안이 손상될 수 있다는 이유다. 우리 군 당국도 문제점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군사작전 관련 위치 정보 노출 방지 대책’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전 군에 하달했다.
이처럼 장병과 군사시설의 위치 정보가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미·이란 전쟁으로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프랑스 해군이 기밀에 해당되는 핵추진 항공모함 좌표(위치)가 유출되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해 전 세계의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보도에 따르면 핵추진 항공모함 샤를 드골호에서 근무하는 젊은 해군 장교가 최근 약 262m 길이의 갑판 위에서 36분간 조깅을 하며 기록한 운동 기록이 운동앱 ‘스트라바(Strava)’에 자동으로 업로드됐다. 문제는 그의 프로필이 ‘공개’ 상태로 설정돼 탓에 동지중해에 배치된 샤를 드골호의 정확한 위치가 노출됐다.
스트라바는 GPS(위치 정보) 기반 피트니스 앱이다. 등산과 러닝, 사이클, 하이킹 등 다양한 운동 기록을 올리고 공유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세계 1억 3500만 명이 넘는 사용자가 이용하는 글로벌 앱이다.

실제 데이터에는 운동 기록과 함께 항공모함 갑판의 윤곽을 따라 그려졌다. 이를 통해 당시 함정이 키프로스 북서쪽, 튀르키예 해안에서 약 100㎞ 떨어진 지중해 바다 위에 떠 있다는 사실이 실시간으로 알려졌다. 젊은 해군 장교는 갑판 위를 빙글빙글 돌며 약 35분 동안 7㎞가 조금 넘는 거리를 달렸다.
이 젊은 해군 장교를 단순히 조깅을 통해 운동량을 기록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스마트워치로 측정된 위치 데이터가 그대로 업로드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실제로 그의 프로필엔 항모 갑판 윤곽을 따라 그려진 이동 경로와 운동 기록이 그대로 올라와 있다. 실시간 좌표는 엄격한 군사 기밀이다.
게다가 조깅을 끝낸 지 1시간여 후에 촬영된 위성 사진을 보면 길이 262m 샤를 드골호의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르몽드는 프랑스 정부가 샤를 드골호를 동지중해에 긴급해 배치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긴 했지만 항공모함과 그 호위함대의 정확한 위치가 사실상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건 중동 전쟁 국면에서 부주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 운동앱의 보안 취약점은 이전에도 수차례 지적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경호 요원들이 해당 앱을 사용하다 신원이 특정돼 보도된 사례가 있다.
2018년에는 스트라바가 사용자들의 이동 경로를 모아 보여주는 ‘활동 지도’ 기능을 공개해 인적이 드문 시리아 사막 한 가운데에 위치한 비밀 군사 기지들이 노출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프랑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사건을 ‘작전 보안(OPSEC)’ 수칙 위반으로 규정했다. 프랑스군 합동참모본부는 스트라바를 통한 위치 공유가 “현행 지침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지휘부에서 해당 장교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밝혔다. 아울러 전 장병을 대상으로 개인 기기 사용 지침 및 보안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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