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나는 과학 ]모터 없이 1초 안에 움직이는 로봇 손…KAIST, 형상기억 액추에이터 개발
열 자극만으로 1초 안에 스스로 형태 바꾸고 원형 복귀
우주 전개 구조물이나 로봇 그리퍼 활용 기대

우주 구조물이나 로봇 팔의 움직임을 결정짓는 핵심 부품은 바로 구동 장치, 즉 액추에이터입니다. 하지만 기존 로봇 구동 시스템은 대부분 무거운 모터와 복잡한 기계식 구조에 의존합니다.
정밀한 제어는 가능하지만 장치가 복잡해질수록 무게가 늘어나고 자유로운 동작을 가로막는 벽이었습니다. 이는 특히 극한 환경의 우주나 초소형 로봇 분야에서는 치명적인 성능 저하로 이어집니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모터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소재를 찾아왔습니다. 외부 자극만으로 형태를 바꾸고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스마트 소재가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지만 실제 산업이나 우주 환경에 적용할 만큼 빠르고 안정적인 기술을 구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오랜 숙제를 풀고 실제 구동 기술로 구체화됐습니다.
KAIST 기계공학과 김성수 교수 연구팀이 별도의 모터 없이도 열과 같은 외부 자극을 받으면 1초 안에 스스로 형태를 바꾸고 원상 복귀하는 양방향 형상 기억물질 기반 지능형 액추에이터를 개발했습니다.
◆ 무엇이 기존 기술과 다른가
"모터를 빼고도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기존 구동 장치는 전기 모터와 기어, 제어 시스템이 필수였습니다. 구조가 복잡해지고 무게도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기술은 외부에서 열을 가하면 스스로 움직입니다. 별도의 구동 장치 없이 소재 자체가 역할을 수행합니다. 구조 단순화와 경량화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한 셈입니다.

◆ 핵심 소재는 무엇인가
연구팀은 형상기억합금(SMA)과 형상기억고분자(SMP)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복합재를 설계했습니다.
형상기억합금은 열을 가하면 원래 형태로 돌아가는 금속이고, 형상기억고분자는 온도나 자극에 따라 형태가 변하는 소재입니다.
연구팀은 두 소재를 결합해 각각의 장점을 살렸습니다. 금속은 빠른 반응과 강도를 맡고, 고분자는 유연한 변형을 담당합니다.
◆ 기존 형상기억 소재의 한계는 무엇이었나
반복 동작과 속도에서 문제가 있었습니다.
기존 소재는 한 번 변형되면 원래 상태로 돌아오기 어렵고 회복 속도가 느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금속과 고분자의 물성이 달라 반복 사용 시 형태 복원이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실제 장비에 적용하기 어려웠던 이유입니다.
◆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나
소재와 구조를 함께 바꿨습니다.
연구팀은 형상기억고분자의 화학 조성을 조절하고 탄소섬유로 보강해 강도를 높였습니다.
여기에 '테이프 스프링' 구조를 적용했습니다. 줄자처럼 휘어졌다가 펴지는 구조로 변형 과정에서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한 번에 방출하는 이른바 '스냅-스루' 현상을 유도합니다.
이를 통해 반응 속도와 정확도를 동시에 잡았습니다.
◆ 실제 성능은 어느 정도인가
1초 안에 움직이고 거의 완전한 복원이 확인됐습니다.
열을 가하면 빠르게 굽혀지고, 온도가 내려가면 다시 펴지는 양방향 구동이 구현됐습니다.
변형 후 원래 형태로 돌아오는 복원율도 거의 100%에 가까운 정확도를 기록했습니다. 원형 형태로 돌아오는 속도로 크게 향상돼 반복 동작에서도 성능이 유지됐습니다.
무엇보다 별도의 복잡한 제어 없이도 안정적으로 작동했다는 점이 실용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됩니다.
◆ 왜 중요한가
로봇과 우주 장비 설계 자체를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동 장치가 단순해지면 무게와 에너지 소비가 줄어듭니다. 특히 우주 환경에서는 무게는 발사 비용과 직결되는 요소입니다.
또 반복 동작이 필요한 로봇 손이나 우주 전개형 구조물에 적용하면 구조를 크게 단순화할 수 있습니다.
'기계 중심 설계'에서 '소재 중심 설계'로의 전환 가능성을 제시한 것입니다.

◆ 앞으로 활용 가능성은
우주와 로봇 분야에서 확장성이 큽니다.
연구팀은 로봇 그리퍼, 우주 전개 구조물 등 반복적이고 정밀한 움직임이 필요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성수 교수는 "이번 연구은 소재의 물성적 한계를 독창적인 구조 설계로 극복하고 형상기억 액추에이터의 성능을 끌어올렸다"며 "앞으로 반복적인 그리핑 동작이 필요한 로봇 손이나 우조용 전개 구조물 등 다양한 응용 분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강다정 박사과정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논문은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1월 19일 자 온라인 판에 실렸습니다. 또 3월에는 같은 학술지 표지 논문으로 채택됐습니다.

(사진=KAIST, 생성형 AI)
김건교 취재 기자 | kkkim@tj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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