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보험료만 172만원… 현재를 포기한 남편의 패착 [재테크 Lab]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이혁기 기자 2026. 3. 2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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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부부의 재무설계 1편
퇴사 후 쇼핑몰 운영하는 남편
보험을 비즈니스 수단으로 여겨
사업 번창했지만 한푼도 못 모아
늘기만 하는 보험료 답 있을까
자영업자 중에선 사업 자금과 가계 생활비를 혼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여기 매월 500만원의 생활비를 쓰면서도 한푼도 저축하지 못한 부부가 있다. 겉보기엔 서울에 내집 마련도 성공해 남부럽지 않게 사는 듯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매월 170만원이 훌쩍 넘는 보험료 때문에 가계부는 매월 적자 신세다.

# 하지만 자영업자인 남편이 "사업상 필요하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어 손대기 쉽지 않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을까.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사연을 들어봤다.

"맞벌이는 안 된다고 몇 번을 말해?" 오민혁(가명ㆍ51)씨는 '아르바이트라도 하겠다'는 아내 한미나(가명ㆍ40)씨의 말에 날카롭게 반응했다. 가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꺼낸 말이었건만, 남편은 '밖에서 고생하는 걸 볼 수 없다'며 미나씨의 제안에 번번이 선을 그었다.

두 사람은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로 만났다. 집안의 반대에도 11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했다. 은행 대출을 활용하긴 했지만, 서울에 번듯한 자가 아파트도 마련하며 나름대로 안정적으로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문제는 민혁씨가 직장 생활에 염증을 느껴 퇴사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졌다. 퇴직금으로 작은 쇼핑몰을 창업한 민혁씨가 불규칙한 수입을 올리면서 가계가 조금씩 기울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금은 10살이 된 자녀를 임신해 미나씨까지 회사를 퇴직하니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쇼핑몰이 조금씩 번창했지만, 가계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민혁씨가 몇 년째 생활비를 올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미나씨는 민혁씨로부터 월 500만원씩 생활비를 받아 가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500만원이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어째서인지 미나씨가 아무리 씀씀이를 줄여봐도 가계부는 늘 적자를 기록했다.

답답해진 미나씨는 '생활비를 더 올려줄 수 없냐'고 물었다. 남편은 "쇼핑몰 물건 매입 자금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면서 거절했다. 그러면서도 미나씨가 아르바이트하는 것에는 결사반대하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미나씨는 필자의 글을 접했고, 남편을 설득해 재무상담을 받기로 했다.

부부의 재정 상태가 어떤지 파악해보자. 작은 쇼핑몰을 운영하는 민혁씨는 아내 미나씨에게 월소득 500만원 전부를 생활비로 지급하고 있다. 정기지출로는 공과금 29만원, 통신비 14만원, 식비ㆍ생활비 90만원, 자녀 학원비 35만원, 주택담보대출 51만원, 유류비ㆍ교통비 31만원이 발생한다. 보험료는 172만원이나 된다. 이밖에 의류비 24만원, 부부 용돈 총 50만원, 자녀 용돈 5만원, 문화생활비 4만원을 합치면 505만원이다.

1년에 걸쳐 쓰는 비정기지출로는 미용비(200만원), 명절비ㆍ경조사비(200만원), 휴가비(200만원), 자동차 관련 비용(200만원) 등 800만원이다. 월평균 67만원씩 쓰는 셈이다. 저축이나 주식 투자 등 금융성 상품은 없다.

이렇게 부부는 한달에 572만원을 쓰고 72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 월소득이자 생활비(500만원)를 넘어서는 지출은 남편이 그때그때 사업자금을 활용해 메꾸고 있다. 현재 자가 아파트(시세 약 5억원)에 살고 있으며, 부채로는 주택담보대출금(잔여 4450만원)이 있다. 부부가 모아둔 돈은 '제로'다.

부부의 가계부를 짓누르는 가장 큰 원인은 다름 아닌 '보험료(172만원)'다. 매달 170만원 넘는 돈이 보장성 보험료로 고정적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미나씨는 대출을 갚고 집도 넓히기 위해 당장 보험부터 손보고 싶지만, 남편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사업상 인맥 유지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지출"이라며 보험료를 유지하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 지인의 장례식장에 다녀온 뒤로는 부부와 시어머니를 위한 치매 보험까지 추가하자고 제안해 미나씨의 애를 태우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도 현재를 포기하면서까지 과도한 보험을 짊어지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남편의 의지가 워낙 완강해 설득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현재 보험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따라서 이번 시간엔 식비ㆍ생활비(90만원)만 조금 줄였다. 세 식구가 생활하기에 90만원이 과소비라고 보긴 어렵지만, 지금은 당장 줄일 수 있는 항목부터 억제해야만 한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부부는 배달 음식과 잦은 외식 횟수를 줄이고, 일주일에 한번씩 예산에 맞춰 마트에서 장을 보는 식으로 식비를 통제하기로 약속했다. 이를 통해 식비와 생활비를 기존 90만원에서 70만원으로 20만원 절감했다.

하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다. 가계부는 여전히 매월 52만원의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근본적인 적자 구조를 끊어내고 가계의 숨통을 트려면, 172만원의 보장성 보험료를 반드시 손봐야 한다. 부부의 보험엔 시간이 지날수록 보험료가 점점 늘어나는 '갱신형 보험'이 적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과연 부부는 지출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더 이야기해 보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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