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춤 검증까지…베일에 싸인 中 로봇 생산 기지 가보니 [차이나 워치]
기술 혁신, 빠른 상용화 위해 기업·연구기관에 공개
시제품 생산, 안정성 검증까지 '원스톱'
촘촘한 부품망 위에 로봇 생태계 구축

지난 20일 찾은 중국 베이징 남동쪽 이좡 경제기술개발구에 위치한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 센터 시험·검증 플랫폼'.
9700㎡ 부지 위에 널찍하게 세워진 6층짜리 건물에 들어서자 성인 남성과 비슷한 외형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두 대가 규칙적인 발소리를 내면서 쉴새 없이 트레드밀(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 옆에선 또 다른 로봇 두 대가 노란 줄로 표시된 몇 개의 사각형 안을 반복적으로 걷고 있었다. 이 플랫폼의 한 관계자는 "걷기와 달리기로 구성된 노화 테스트를 통해 로봇의 성능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십여개의 테스트를 끊임없이 받는 로봇들은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열린 로봇 마라톤에서 우승을 차지한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의 톈궁 시리즈였다. 로봇들은 안정성·기능성 테스트를 받기 위해 줄줄이 공중에 매달린 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곳은 물리적인 실체를 갖고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인공지능(AI) 로봇을 전문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올 1월 공식 출범했다. 대량 생산 전 로봇 기업과 대학, 연구소가 시제품을 제작하고 성능·공정을 검증하기 위해 마련됐다.

실제 이 곳은 중국의 로봇 공급망 전체를 압축한 형태로 이뤄져 있었다. 물류 창고에선 바퀴 달린 운반 로봇들이 사람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부품을 찾거나 쌓아놨다. 그 위층에선 로봇의 몸통과 팔, 다리가 각각 제작됐고, 엔지니어들은 로봇 관절의 가동 범위와 강도, 반응 속도를 기록했다.
또 다른 층에선 조립을 마친 로봇의 운동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다양한 테스트가 이어졌다. 운동 능력 검증 구역에선 기본적으로 직립이 확인된 로봇들이 30분간 달린 뒤 20분간 걷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 과정을 무사히 마친 로봇은 50분간 또 다시 걷고 달려야 하는데 설정된 속도로 움직이면서도 바닥에 표시된 눈금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야 통과하는 구조였다.
형형색색 블록으로 만들어진 미로를 정해진 시간 안에 통과하는 테스트도 받아야 했다. 기준에 맞춰 미로를 통과한 로봇에 대해선 시야와 반응 속도에 대한 재검증이 이어졌다.

이런 과정을 모두 거친 로봇은 중국 로봇의 상징으로 불리는 춤 동작 테스트까지 받는다. 이렇게 걷고 달리고 춤추는 실력까지 인정받아야 최종 표면 처리를 받는다.
로봇 한대의 테스트 시간은 640개 항목에 걸쳐 8시간 정도다. 조립부터 출고까지 치자면 총 이틀이 걸린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생산 공정이 완벽하게 자리 잡은 전기차와 달리 로봇은 아직 관절 각도와 부품 강도, 반응 속도를 일일이 따져봐야 한다"며 "현재는 연간 5000대의 피지컬 AI 로봇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은 각 단계에서 사람이 개입하는 비중이 큰데 갈수록 자동화 비중도 높여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화 테스트 시스템을 구축하면 생산과 검증 시간이 크게 단축돼 생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곳은 중국 내 다양한 기업과 대학, 연구 기관에 개방돼 있다. 대규모 생산 설비와 공장을 갖추지 못한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을 지원하고 다양한 기술 시도를 장려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선 시제품 제작, 성능 검증, 공정 최적화, 기능 조정, 완제품 조립, 테스트의 전 과정이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베이징시 관계자는 "연구개발 단계의 로봇을 양산으로 연결하는 중간 단계 인프라인 셈"이라며 "이를 통해 로봇 산업의 상용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했다.
중국 정부는 피지컬 AI 로봇을 핵심 미래 산업으로 정하고 막대한 투자를 지속 중이다. 올해부터는 대규모 데이터 구축과 훈련 인프라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실행력으로 중국의 로봇 산업은 급성장 중이다. 중국 가오공로봇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는 1만8000대 규모다. 전년 대비 650% 가량 뛰었다. 올 2분기엔 2만5000대를 넘고, 연간 출하는 10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가격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휴머노이드 로봇 단일 기기 원가는 10만위안(약 2180만원)이다. 지난해만 해도 15만위안이었는데 30% 이상 낮아졌다.

한편 중국 1위 로봇 기업인 유니트리의 왕싱싱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안에 휴머노이드 로봇의 100m 달리기 기록이 10초대를 돌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몇 달 안에 100m 달리기 세계기록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의 9초58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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