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망 ‘눈’ 뚫렸다”…이란, 미군 레이더 줄줄이 무력화 [박수찬의 軍]
이란이 낮은 비용에 대량생산이 가능한 자폭드론과 미사일 등으로 새로운 전술을 구사, 미군에 상당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

한국도 유사시 북한의 미사일·자폭드론 공격으로 전국 곳곳의 레이더들이 마비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란, 미국의 ‘눈’ 레이더 집중 공격
이란은 개전 직후 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요르단·바레인·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위치한 미군 레이더와 통신·방공체계를 집중 타격했다.
미 ABC 뉴스는 위성영상 등을 근거로 개전 직후 역내 레이더 기지 중 최소 10곳이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가장 큰 피해는 중동 내 최대 미군 기지인 카타르 알우데이드 기지에서 일어났다. 이곳에 있던 대형 조기경보 레이더인 AN/FPS-132가 이란의 공격으로 기능이 저하됐다.
요르단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의 AN/TPY-2 레이더도 손상됐다. 쿠웨이트 아리프잔 기지의 레이더 돔 3곳이 손상됐으며, 바레인의 미 해군 제5함대 본부의 위성 통신시스템도 타격을 입었다.
사우디아라비아 프린스 술탄 공군 기지의 레이더에서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3면에 레이더가 장착된 AN/FPS-132는 5000㎞급 탐지거리와 360도 감시능력을 지닌 첨단 장비다. 이란 미사일 외에도 아라비아 반도 남서부의 예멘 후티 반군 미사일 위협까지 대처할 능력을 갖췄다.
해당 레이더가 미사일 초기 탐지 및 궤적 데이터를 산출하면, 걸프 지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패트리엇(PAC-3)이 이를 토대로 요격작전에 나선다.
그런 상황에서 AN/FPS-132 레이더가 이란의 미사일 또는 자폭드론 공격으로 크게 파손됐다.
걸프 지역 방어망이 레이더 1기에 집중된 상태였지만, 저고도로 빠르게 날아오는 자폭드론 등의 위협은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AN/TPY-2 레이더는 미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일부다.
걸프 연안국들은 지리적 여건상 이스라엘처럼 동지중해의 미국 이지스구축함에서 탐지·요격능력을 지원받기 어렵다.

중동 지역엔 미군과 걸프 연안국들이 배치한 레이더들이 다수 있다.
하지만 AN/TPY-2와 AN/FPS-132는 걸프 지역 조기경보 및 요격체계의 핵심이고, 다른 장비로 대체할 수 없다.
AN/TPY-2 1대의 가격은 2억5000만 달러(3753억 원)가 넘는다. 지금까지 16대만 생산됐으며, 새로 만들려면 수 년이 걸린다. AN/FPS-132는 대당 도입 가격인 10억 달러(약 1조5000억 원)에 달하며, 대체품 구하기가 더욱 어렵다.
대체하기 어렵고, 매우 비싸며, 한 곳에 오랜 기간 고정되어 있어 공중 공격에 취약한 소수의 첨단 레이더는 하나만 파손되어도 광범위한 감시 공백지역이 생긴다.
공백지역을 통해 이란 미사일과 자폭드론이 안전하게 침투할 수 있고, 지상 피해는 그만큼 늘어난다.
미사일 조기경보 능력이 집중된 걸프 지역 방공망의 잠재적 취약점이 이란 전쟁에서 자폭드론과 미사일에 의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방공망의 핵심인 고가의 대형 고정식 레이더는 공격에 취약하다.
전파 송·수신을 위해 안테나면을 노출하므로 장갑을 설치할 수 없다. 한 곳에 고정되어 있어서 위치가 잘 알려져 있다.
표적획득이 쉽고, 수류탄 수준의 폭탄으로도 레이더 가동을 장기간 마비시킬 수 있다.
특히 미사일방어용 대형 조기경보레이더가 피격되면 전략적 차원의 방어계획을 재설계해야 할 정도로 손실이 크다.
공격 측은 이란산 샤헤드 자폭드론처럼 저렴한 자폭드론들을 다양한 경로로 침투시켜 타격하면 레이더를 쉽게 부술 수 있다. 가성비 측면에서 엄청난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군사적 측면에서 대형 조기경보레이더의 피격은 통합·다층방공망의 연쇄적 기능 저하와 구조적 공백을 초래한다. 유사시 치명적인 패배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일이다.

요격미사일을 특정 구역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비효율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방공망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진다.
다층 방공망이 사실상 붕괴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핵심 조기경보레이더나 상층 방공망에 연계된 장거리 레이더는 먼 거리에서 탄도미사일을 포착, 다층 미사일방어체계가 교전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조기경보·장거리 레이더가 적군의 자폭드론 공격 등으로 파손되면, 미사일방어체계는 다른 레이더나 개별 포대 단위의 레이더 등에 표적이 포착된 이후에야 교전을 할 수 있다.
PAC-3를 비롯한 하층 방어체계는 요격에 필요한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임무가 과도하게 집중된다.

이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서방에선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유럽에서의 훈련에선 실제 레이더와 유사한 모형과 전자기파를 만들어 자폭드론을 유인하는 방법이 등장했다. 소형 레이더나 근접방어체계 등을 추가해서 자폭드론을 요격하는 시도도 있다.

이란 전쟁에서 지상 고정 대형 조기경보레이더의 취약점이 드러나면서, 한국군도 이같은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군은 이스라엘산 그린파인레이더 4기를 충청·전남·부산 등에 배치한 상태다. 북한에서 탄도미사일이 발사되면 가장 먼저 정확하게 탐지한다. 탐지거리는 500∼800여㎞에 이른다.

다른 레이더가 커버해도 지구 곡률 등에 의해 탐지거리와 각도가 제한되면서 일정 수준의 정보 공백은 피할 수 없다.
북한이 초대형방사포와 순항·탄도미사일, 자폭드론을 집중적으로 쏘면, 잔여 레이더와 운용요원이 처리해야 할 데이터는 크게 증가한다.

북한군이 각 지역에 있는 레이더들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하면, 한국군은 방어 우선순위 재조정을 강요받게 된다. 이는 방공망 공백 지역을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져 북한군의 집중 공격이 더욱 강해지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그린파인레이더 등의 피격을 막을 수 있는 방어수단도 필요하다.
인근 지역에 저고도·소형 물체 탐지가 가능한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와 근접방어체계, 레이저,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대공포 등을 추가로 구축해서 자폭드론이나 순항미사일 공격을 저지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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