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화려한 무대보다 ‘보이지 않는 동선’에 집착하는 기획자, 진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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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축제의 성패는 종종 화려한 조명이나 유명 가수의 섭외가 아니라,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뛰는 한 사람의 '집요함'에서 갈린다.
영덕문화관광재단의 진병욱 선임(사진)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누군가는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며 과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 집요한 결벽이 결국 축제의 표정을 바꾼다.
다만 이런 '집요한 기획자'들이 지역 곳곳에서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여전히 지역 축제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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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축제의 성패는 종종 화려한 조명이나 유명 가수의 섭외가 아니라,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뛰는 한 사람의 ‘집요함’에서 갈린다. 영덕문화관광재단의 진병욱 선임(사진)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는 직함보다 ‘현장’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활동가에 가깝다.
낮과 밤의 경계가 희미해진 사무실에서 그는 기획안을 다듬고 또 다듬는다. 관람객의 발걸음이 머무는 동선 하나, 행사 진행의 작은 순서 하나까지 수십 번 점검하는 일은 그에게 일상이다. 누군가는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며 과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 집요한 결벽이 결국 축제의 표정을 바꾼다.
2026년 영해 3·18 독립만세운동 문화제는 그런 ‘축적의 시간’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자칫하면 매년 돌아오는 관성적인 기념행사로 흐를 수 있었던 자리에, 그는 ‘이야기’와 ‘참여’라는 숨결을 불어 넣었다. 무대는 크지 않았으나, 그 공간을 채운 주민들의 표정은 분명 예년과 달랐다. 학생들은 교과서 속 박제된 역사를 몸으로 체험했고, 어르신들은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기억을 꺼내 놓았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의 반응은 예산의 규모보다 뜨거웠다. 영해면의 한 주민은 “예전에는 그저 구경만 하고 돌아갔는데, 이번엔 ‘우리 동네 역사’라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다”며 “아이 손을 잡고 다시 오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 ‘공감’의 영역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다.
이런 변화의 뒤편에는 진 대리의 ‘현장 중심’ 철학이 있다. 그는 프로그램을 단순히 나열하는 행정적 편의를 거부했다.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역사의 흐름 속에 동참할 수 있도록 구조를 짜는 데 공을 들였다. 축제는 흔히 예산과 규모로 평가받지만, 그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지역 문화행정은 종종 ‘무난함’이라는 관성에 기대기 쉽다. 사고 없이, 늘 하던 대로.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누구의 기억에도 잔상을 남기지 못한다. 이번 문화제가 남긴 긴 여운은 결국 누군가가 조금 더 괴롭게 고민하고, 조금 더 집요하게 현장을 파고든 결과다.
진병욱이라는 이름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아도 좋다. 다만 이런 ‘집요한 기획자’들이 지역 곳곳에서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여전히 지역 축제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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