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코트 “대선후보 등록 전 신속 판결 필요”, ‘이재명 불가론’ 자백하다

대법원이 2025년 4월29일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기일(5월1일)을 발표하자, 언론들은 선고 결과를 전망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전망은 둘로 갈렸다. 하나는 2심 무죄판결을 그대로 확정하는 상고 기각, 다른 하나는 1심 유죄판결 취지대로 다시 재판하라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 환송이었다.
‘상고 기각’ 전망은 2심 판결이 2020년과 2024년에 나온 대법원 최신 판례를 따른 것을 근거로 들었다. 최신 대법 판례의 흐름을 ‘조희대 코트’가 쉽게 뒤집지 못할 것으로 봤다. 2020년 판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재명 후보의 또 다른 선거법 위반 사건을 다뤘다. 이 후보가 2018년 경기지사 선거를 앞두고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을 부인했다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당선무효형(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는데, 대법원은 7 대 5로 무죄 취지로 파기했다. 정치적 발언의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2심 무죄판결, 정치적 ‘표현의 자유’ 보장한 최신 대법 판례 반영

2024년 판례는 이학수 정읍시장 사건 판결이다. 이 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방송 토론회 등을 통해 상대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가 2심까지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2부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들어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사후적 해석을 가미해 형사처벌의 기초로 삼는 것은 선거 과정에서 장려돼야 할 표현을 위축·봉쇄하게 된다”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대법원은 이 판례의 의미를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의 기본 원칙에 입각해, 선거운동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대의민주주의를 택한 헌법정신을 따른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2부에는 나중에 ‘이재명 선거법’ 사건의 주심을 맡게 되는 박영재 대법관과 오경미, 권영준 대법관이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 사건이 바로 검찰이 ‘사후적 해석을 가미해’ 기소한 사건이었다. 주심인 박 대법관이 이학수 시장 사건의 판단을 유지한다면 상고 기각 가능성이 커질 터였다.
‘파기 환송’ 전망은 이례적인 속도전이 강력한 근거였다. 전원합의체 재판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이 소부(대법원 2부)에 배당됐던 이 사건을 1~2시간 만에 전원합의체로 넘긴 것은 2심을 파기하려는 의도를 암시한다는 것이다. 선거법 사건의 ‘6·3·3 원칙’(1심 6개월, 2·3심 각 3개월 내 선고)을 강조해온 조 대법원장이 직접 재판장을 맡았다는 것은 반드시 대선 전에 결론을 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만약 무죄 확정을 위해 상고를 기각할 것이라면 재판을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었다.
조선일보는 한술 더 떠 ‘파기 자판’(원심을 파기한 뒤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대법원이 직접 판결하는 것)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대법원이 대선 후보 등록일(5월10~11일) 전에 이 후보의 출마 자격을 박탈하면 더불어민주당도 대체 후보를 빨리 낼 수 있어서 정치적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률심(법령 해석·적용·절차 위반 여부를 심리하는 재판)을 하는 대법원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선고 형량까지 결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파기 환송 전망의 법리적 근거는 2심 판결이 유권자의 상식에 기반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것이었다. 허위사실공표죄는 유권자가 올바른 정보의 토대에서 선거할 수 있게 하려고 만든 법이기 때문에 출마자의 표현의 자유도 선거인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한도 내에서 지켜져야 한다는 취지다. 아무리 정치 활동의 자유가 중요하더라도 유권자에게 거짓말을 할 자유까지 보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래 정의와 양심에서 벗어난 적 없어”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은 1심과 2심의 판단이 정반대로 갈릴 정도로 법리적 쟁점이 팽팽하게 맞선 사건이었다. 대법원은 이런 사건을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에서 심도 있는 ‘합의’(合議)를 통해 판결해왔다. 최고 법원의 재판은 판결 내용뿐만 아니라 절차에서도 다른 재판의 모범이 돼야 한다. 특히 이 사건은 정치적 파장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에 더욱 그래야 했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과 윤석열이 임명한 9명의 대법관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조 대법원장은 2025년 4월22일 대법원 2부에 배당된 이 사건을 곧바로 전원합의체로 넘기고, 당일 1차 합의기일까지 진행했다. 이는 전원합의체 합의기일에 심리할 사건은 대법원장이 ‘10일 전’까지 지정하도록 한 내규를, ‘신속한 심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라는 단서 조항을 이용해 우회한 것이다. 조 대법원장이 취임 뒤 진행한 전원합의체 사건(18개) 가운데 단 하루 만에 소부에 배당된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넘겨 합의기일까지 연 사건은 이 사건 말고는 없었다. 누가 봐도 대법원 2부에 있는, 문재인 정권 때 임명된 오경미 대법관을 피하려는 꼼수로 보였다.
조 대법원장은 2025년 10월13일 국회 대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여당 의원들로부터 왜 이렇게 했는지 질문을 받았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대신 인사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대법원장으로 취임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왔으며, 정의와 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이후 진행된 절차도 전례 없는 ‘속도전’이었다. 조희대 코트는 1차 합의기일 이틀 만인 4월24일 2차 합의기일을 열고 곧바로 표결을 진행했고, 일주일 뒤인 5월1일 선고공판을 열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일반적인 전원합의체 재판 절차와 크게 차이가 난다.
“재판연구관의 보고→대법관의 추가 보고 지시→전원합의체 합의기일 진행(주심 대법관의 설명, 추가 보고를 지시한 대법관의 설명, 자유토론)→표결→집필자 확정→의견서 작성과 회람 및 수정→최종 판결문 완성 및 서명→선고(통상의 경우 표결 및 집필자 확정 2개월 후)”(‘전직 대법관 김선수의 탐색’ 248쪽, 김선수 지음, 2026.)
특히 주목되는 건 선고공판이 대법관들의 표결이 끝나고 판결문 집필자가 확정된 뒤부터 2개월이 지난 시점에 열린다는 사실이다. ‘표결’과 ‘선고’ 사이에 이처럼 긴 시간을 두는 이유를 김선수 전 대법관은 이렇게 설명했다.
“표결이 끝난 뒤에도 의견이 다른 대법관들 사이에 수많은 의견이 오간다. 다수의견을 먼저 쓰면 그에 대한 반대의견(소수의견)을 가진 대법관들이 반박하고, 그에 대해 재반박이 이뤄지는 식이다. 상대방이 지적한 내용 가운데 맞는 것은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아예 의견을 바꾸는 대법관도 있다. 판결문을 집필하는 이 시간 동안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정교하게 가다듬어진다.”(2025년 6월18일 인터뷰)

“대법관 상호 설득·숙고 필요” vs “지연된 정의는 정의 아냐”
두달 동안의 판결문 집필 시간은 대법관들의 ‘숙고의 시간’이다. 이흥구, 오경미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이렇게 일갈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요체는 서로 다른 경험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 대법관들 상호 간의 설득과 숙고에 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논거의 타당성을 재확인할 수도 있고, 상대방의 반박논리 등을 경청하고 그 타당함을 일부라도 인정하여 자신의 논거를 일부 수정할 수도 있으며, 때로는 의견 전체를 반대쪽으로 바꾸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한 상호 영향의 과정에서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이 가지는 가치의 진면목이 발휘된다.”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가만있지 않았다. 주심인 박영재와 서경환, 신숙희, 이숙연, 마용주 대법관이 나서서 이렇게 반박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중략) 짧은 기간에 모든 쟁점을 망라한 다음 집약적으로 깊이 있는 심리를 진행하는 집중심리주의가 우리 소송절차법에서 채택한 지혜이고,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심리 방법이다. 이 사건처럼 적시 처리가 강력하게 요구되는 사건에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근본 원칙이다.”
윤석열 정권 임명 대법관들 ‘21대 대선 후보 등록 시기’ 언급한 까닭
이들이 말한 ‘적시 처리’의 기준은 21대 대선이었다. “이 사건은 대통령선거 후보자가 피고인인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대법원에 이 사건이 접수되었을 때(2025. 3. 28.)에는 이미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등록이 가까운 시기에 이르게 되었다. (중략) 절차 지연과 엇갈린 실체 판단으로 인한 혼란과 사법 불신의 강도가 유례없다는 인식 아래, 철저히 중립적이면서도 신속한 절차 진행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대다수 대법관 사이에 형성되었다.”
5명의 보충의견은 전례 없는 속도전의 동기가 ‘이재명 대통령 불가론’이었음을 자백한 셈이다.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시민들의 12·3 내란 진압 덕분에 사법권을 지킨 법원이 오히려 시민을 불안하게 합니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 그 일당에 대한 단죄가 지지부진한 탓입니다. 대법원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내란 세력을 심판하려는 시민의 선택을 방해했습니다. 여론의 사법개혁 요구는 사법권 독립을 들어 반대합니다. 한때 ‘국민을 섬기는 법원’을 다짐했던 그 사법부가 맞나 싶습니다. 이런 사법부가 과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사법개혁이 왜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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