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슬로스타터였다” 바꾸고 또 바꾼 노경은은 야구 인생 ‘슬로스타터’가 됐다

안승호 기자 2026. 3. 2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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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은. SSG 랜더스 제공

지난 1월9일 사이판에 차려진 WBC 대표팀 1차 캠프에서 SSG 노경은 (42)은 전체 투수 중 가장 먼저 불펜 피칭을 시작했다. 1월초의 불펜 피칭이 대부분 투수에게는 이례적이었지만, 노경은은 익숙한 듯 공을 던졌다. 주변의 물음에 노경은은 “난 원래 이렇게 한다”고 답했다.

WBC 대표팀 투수로 여정을 마치고 팀에 합류한 노경은은 지난 주중 스포츠경향 야구전문 유튜브 채널 ‘최강볼펜’과 인터뷰에서 “그런 훈련 루틴을 만든 건 SSG로 이적한 2022년부터”라고 했다.

2003년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프로 20년차 시즌. 노경은은 변화를 택했다. 노경은은 “여러 시즌을 보내면서 나 스스로 ‘슬로스타터’라는 진단을 하게 됐다. 시즌 초반이 어렵고 점점 나아지는 경우가 많았다. 서둘러 몸을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제를 보고 처방을 내려 움직인 그때가 바로 터닝포인트였다. 노경은은 2022년 전천후 투수로 41경기에 등판하며 12승5패 1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 3.05를 기록한다. SSG가 그해 시즌 전 기대값을 뛰어넘어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한 데는 노경은이라는 계산 밖 ‘플러스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

노경은이 1월초 대표팀 캠프에서 불펜피칭을 하고 있다. 심진용 기자

나이 마흔을 앞두고도 받아들인 과감한 변화는 ‘슬로스타터’ 노경은을 야구인생의 슬로스타터로 인도했다. 노경은은 이듬해부터 전문 불펜투수로 3년 연속 30홀드 이상을 쌓아가며 최근 2년 연속 홀드왕에도 올랐다. SSG 유니폼을 입고 나이 마흔이 접어든 4년간 32승21패 6세이브 110홀드 평균자책 2.92라는 황금기의 지표를 그렸다.

20대 혈기왕성했던 노경은은 전형적인 파이어볼러였다. 그러나 그때의 노경은은 가진 100% 힘을 타자와 싸움에 활용하지 못했다. 지금의 노경은은 심신에 내재한 경험과 기술 그리고 힘을 120%로 활용하고 있다.

노경은은 자기 자신이 어떻게 움직여야 최대치의 경기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읽고 실행하고 있다. 예컨대 불펜에서는 80%까지만 몸을 덥히고 실전 마운드에 오른다. 노경은은 “가급적 과하게 몸을 풀지 않으려고 한다. 난 불펜에서부터 빵빵 때리고 올라가면 심장 박동수가 올라가 제어가 어려운 유형이다. 그런 조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WBC 1라운드 호주전에서 선발 손주영이 1회만 던지고 팔꿈치 통증으로 강판한 뒤 긴급 등판이 가능했던 것도 몸에 익은 루틴 덕분이었다. 노경은은 불펜에서 몸을 다 덥히지 못하고 등판했지만 빠르게 밸런스를 잡아가며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노경은은 인터뷰 중 “감사하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WBC 대표팀에서 보낸 시간 자체에 깊은 고마움을 실었다. 더불어 “우리 후배 투수들이 WBC 경험으로 리그에서 분명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은은 “나 또한 후안 소토, 블라디미리 게레로 주니어 같은 대단한 타자들과 승부한 경험이 우리 리그에서 더 좋은 피칭을 하는 배경이 될 것”이라며 농담도 살짝 섞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노경은이 조병현(왼쪽), 이로운 등 후배 투수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리그 최강급인 SSG 불펜진을 놓고는 올시즌 한번 더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노경은-이로운-조병현으로 이어진 이른바 ‘노이조 라인’에 성장세가 뚜렷한 젊은 투수들이 가세할 것을 확신했다. 노경은은 “팀내에서 내 역할이 줄어들까 싶어 사실 긴장하고 있다”며 웃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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