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쫀쿠·봄동비빔밥 이어 또 '상하이 버터떡'… ‘먹거리 유행’ 수명 짧아진다

소민교 2026. 3. 2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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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동비빔밥 유행 열흘 만에 시들 분위기
구하기 힘들던 두쫀쿠는 가격 인하 공지
상하이 버터떡 유행에 관련 제품 출시 봇물
“바이럴 확산 빨라진 만큼 유행도 단기간
먹거리 유행 제품 판매 리스크 살펴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상하이 버터떡·봄동비빔밥 관련 게시물. 맛집 추천, 레시피, 유행 분석 콘텐츠가 잇따라 공유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공간에서 화제가 된 먹거리가 다음 유행으로 교체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말 ‘두바이 쫀득 쿠키’, 이른바 ‘두쫀쿠’ 품절 대란 사태에 이어 최근에는 ‘봄동비빔밥’이 뜨더니 며칠 새 ‘상하이 버터떡’이 새로운 유행으로 떠오르는 식이다. 먹거리 유행 속도가 빨라지면서 반짝 유행을 좇는 소상공인의 제품 판매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21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식 디저트 ‘황요녠가오’를 변형한 디저트 상하이 버터떡이 화제다. 네이버 데이터랩 기준 봄동비빔밥 검색량은 2일, 버터떡 검색량은 13일 각각 100을 기록했다. 네이버는 검색량 기준으로 0부터 100까지 상대 지수로 환산해 보여주는데 최고치 100을 찍으면 그만큼 온라인에서 화제성이 높다는 의미다. 2026년 연초 두쫀쿠가 선풍적 인기를 끌다 봄동비빔밥으로 먹거리 유행이 바뀌더니 약 열흘 만에 다시 상하이 버터떡이 뜬 셈이다. 상하이 버터떡은 찹쌀가루 반죽에 우유와 버터를 넣어 구우면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식감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관련 업계도 상하이 버터떡 유행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지난달 27일 ‘연유뿌린 버터쫀득모찌’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4일까지 1주일간 디저트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이디야커피 측은 이 제품이 SNS에서 화제를 모으며 판매량이 초기 대비 300%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예상치를 웃도는 수요가 몰리면서 일부 매장에서는 일시적인 품절과 수급 지연도 나타났다.

편의점업체 CU도 16일 ‘소금 버터떡’ 출시 계획을 공개했다. CU는 자체 커머스 애플리케이션인 '포켓CU'(멤버십 적립, 예약 구매, 행사 상품 확인 등이 가능한 앱)를 통해 하루 1만 개 한정 판매를 진행한 뒤, 25일부터 전국 점포에서 오프라인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두쫀쿠 가격 인하 공지 게시물. 유행이 빠르게 식으며 판매 가격을 조정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문제는 이런 먹거리 유행 교체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SNS를 장악했던 두쫀쿠는 최근 들어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한국물가정보 조사에 따르면 두쫀쿠 주재료인 카다이프 가격은 유행 초기 68.3%나 올랐고, 완제품 가격도 2배 넘게 상승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주재료 수급과 가격이 안정되면서 인스타그램에 ‘두쫀쿠 가격 인하’를 공지한 판매처 게시물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급등했던 유행 메뉴 가격이 수요 둔화와 함께 빠르게 조정되고 있다는 얘기다.

봄동비빔밥 역시 반짝 유행에 그쳤다는 반응이 나온다. 봄동비빔밥은 제철 채소인 봄동을 넣어 비벼 먹는 메뉴로, 2008년 방송된 TV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속 방송인 강호동의 ‘봄동비빔밥 먹방’ 장면이 온라인에서 다시 주목받으며 지난달부터 화제가 됐다.

그러나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12일 ‘봄동 유행 끝났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는 네이버 데이터랩 기준 봄동비빔밥 검색량이 2일 최고치 100을 기록한 지 열흘 만이다. 게시글 작성자 A씨는 “일주일 정도 재미봤는데 어제부터 조용하다”고 적었다. 댓글에는 “봄동비빔밥이 잘 팔리길래 신나서 봄동을 많이 사놨는데 다 시들게 생겼다”는 반응도 달렸다. 상하이 버터떡 유행 역시 장기간 지속되지 않고 광주 '창억떡' 등으로 대체되는 분위기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최근 먹거리 유행의 수명이 짧아진 배경으로 소비자 취향의 다양화와 숏폼(짧은 동영상) 중심 미디어 환경을 지목했다. 허 교수는 전화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의 개성과 취향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고, 익숙한 것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경향도 강해졌다”며 “특히 다과나 간식류는 늘 먹는 메인 메뉴보다 기분 전환이나 재미를 위해 소비하는 경우가 많아 유행 변화가 더 빠르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숏폼과 SNS 알고리즘이 먹거리 유행의 수명을 짧게 만드는 데 영향을 주고 있고, 언론과 미디어가 유행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행이 빠르게 식는 이유로 희소성의 소멸과 바이럴(입소문) 중심 확산 구조도 꼽혔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전화 인터뷰에서 “두쫀쿠는 처음에는 쉽게 먹을 수 없는 희귀성이 있었고, 이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SNS에 공유하면서 ‘밴드왜건 효과’(다수가 소비하면 자신도 따라 소비하게 되는 현상)가 나타났다”며 “그러나 너무 많은 업장에서 빠르게 판매되면서 희소성이 약해졌고, 그만큼 인기도 빨리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탕후루보다 더 빠르게 열기가 식은 것도 공유 속도가 그만큼 더 빨라졌기 때문”이라며 “상하이 버터떡 역시 카페와 편의점이 앞다퉈 관련 제품을 내놓고 있어 비슷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소상공인에게는 (먹거리 유행 제품 판매가)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유행만 좇아 진입할 경우 초기 투자비 실패와 재고 부담, 매몰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리스크와 기회가 공존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민교 인턴 기자 sohminkyo02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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