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20도에서 서핑을?

북극권 혹한 속에서 파도를 찾아 나서는 서퍼들이 있다. 영하 20도에 가까운 기온과 동상 위험까지 감수하며 북극해에서 서핑을 즐기는 이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극한의 서핑 환경을 경험하는 사람들이다.
22일 CNN 보도에 따르면, 호주 출신 서퍼 딜런 그레이브스와 스웨덴 서퍼 팀 라테는 지난해 12월 노르웨이 북부 핀마르크 지역 바렌츠해에서 서핑했다. 두 사람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해안까지 약 한 시간 동안 눈길을 걸어 이동해야 했다.
그레이브스는 바다에서 서핑을 마친 뒤에야 추위를 실감했다. 당시 북극 소용돌이(polar vortex)의 영향으로 기온은 순식간에 영하 5도에서 영하 15~20도까지 떨어졌다. 그는 “얼음 행성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물 밖으로 나왔을 때 손과 발의 감각이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동상 가능성을 우려한 일행은 감각이 돌아오지 않으면 병원에 가야 한다고 판단했고, 차량까지 다시 한 시간 넘게 눈길을 걸어 이동했다.

핀마르크 지역은 겨울철 해가 지평선 위로 거의 떠오르지 않는 곳으로 하루 동안 햇빛을 볼 수 있는 시간도 약 세 시간에 불과하다. 극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북유럽 서핑은 점점 관심을 끌고 있다. 스웨덴 출신 라테는 스톡홀름에서 성장해 서핑을 시작했지만 처음에는 좋은 파도를 찾기 위해 해외를 오가야 했다. 그는 “스칸디나비아에서 서핑을 하면 대부분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며 “하지만 여러 나라를 계속 다니다 보니 결국 북유럽에서 서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해안은 비교적 서퍼가 적고 아직 개발되지 않은 파도 포인트가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라테는 “이 지역은 아직 거의 탐험되지 않은 곳이 많다”며 “특히 겨울이 파도가 가장 좋은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레이브스는 유튜브 시리즈 ‘위어드 웨이브스(Weird Waves)’ 진행자로 전 세계 독특한 서핑 장소를 탐험하고 있다. 그는 노르웨이 북부에서 북극해 대륙붕 파도를 타자는 제안을 듣고 호주에서 35시간을 이동해 이 지역을 찾았다.
핀마르크는 노르웨이 사미 원주민 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는 지역이다. 사미족은 스칸디나비아 북부와 러시아 콜라반도에 걸친 지역에서 약 8만 명이 살아가며 순록 목축을 중심으로 생활한다.

그레이브스는 숙소에서 받은 특별한 환영 선물도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현지 숙소 주인이 “맥주와 함께 먹으면 좋다”는 메모와 함께 순록 심장을 남겨두었다는 것이다. 그는 “서핑 여행에서 이런 경험을 하는 것이 매우 특별하다”며 “새로운 문화와 자연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CNN은 “북극권 서핑은 위험과 동시에 강한 매력을 지닌다”며 “사람이 거의 없는 파도, 거대한 자연 풍경, 그리고 극한 환경에서 자신을 시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레이브스는 “요즘처럼 붐비는 서핑 환경에서 사람 없이 좋은 파도를 탈 기회는 매우 드물다”며 “완전히 낯선 환경에서 서핑을 하는 것은 큰 도전이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배우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서핑은 종종 다른 세계에 들어간 것 같은 경험을 준다”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이해하고 한계를 시험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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