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에 쏠리는 이목…폐지땐 사건 암장 등 부작용[안현덕의 LawStory]
특징은 수사·기소 분리…특사경 지휘 감독 등 역할 축소
보완수사권폐지 여부에 따라 형사·사법체계 대대적 변화
폐지 땐 검사, 자료만 보고 영장 청구·기소 여부 판단해야
법조계, 각종 부작용 속출…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수사·기소 분리를 핵심 원칙으로 한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오는 10월 2일 사라지는 검찰청을 대신해 기소와 중대 범죄 수사를 맡는 새 형사사법 기구를 설립할 법적 근거라 갖춰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78년 만에 검찰청이 폐지되는 등 대대적인 국내 형사사법 체제 변화에 수사·재판 지연, 사건 암장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2일 정치계에 따르면 국회는 21일 본회의에서 재석 167명, 반대 1명으로 중수청법을 가결했다. 지난 20일 공소청법에 이어 중수청법까지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검찰청을 대체할 기관을 설립하는 데 대한 법적 요건이 갖춰졌다.
두 법안의 핵심 내용은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점이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소속 기관으로 △부패 △경제 △방위산업 △마약 △내란·외환 △사이버범죄 등 6대 범죄 수사를 맡는다. 수사 대상에는 법왜곡죄 사건, 공소청·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원 공무원이 재직 중 저지른 범죄 등도 포함됐다. 개별 법률에서 중수청이나 중수청장에게 고발·수사 의뢰하도록 규정한 범죄도 중수청 수사 대상이다. 공소청법에서는 검사의 직무로 △공소 제기 여부 결정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영장 청구에 관해 필요한 사항 △범죄수사에 관한 사법경찰관리와의 협의·지원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청구 △재판 집행 지휘·감독 △국가를 당사자 또는 참가인으로 하는 소송과 행정소송의 수행 또는 지휘·감독 △범죄 수익 환수, 국제형사 사법공조 등을 명시했다. 반면 검찰의 특별사법경찰관리(특사경)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폐지됐다.
중수청·공소청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자연히 이목은 향후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폐 여부로 쏠리고 있다.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느냐, 유지되느냐에 따라 국내 형사·사법체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제196조에 따르면 검사는 범죄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 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 또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에 관해서는 해당 사건과 동일성ㅇ르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수사할 수 있다. 보완수사권이 유지된다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소한의 수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폐지되면 검사는 증거 등 서류만보고 영장 청구는 물론 기소 여부까지 판단해야 한다.

문제는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사라지게 될 경우 각종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보완수사권이 유지된다면, 경찰에 대한 영장 청구·집행 지휘권과 특사경에 대한 수사 지휘권이 사라진 데 대한 수사 지연 등 부작용을 충분히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완 수사를 통해 증거 등 법적 미비점을 보충하면서 이른바 사건 ‘핑퐁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보완 수사권이 폐지되고, 보완 수사 요구권만 지니게 된다면 수사 지연은 물론 사건 암장 등까지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검경 등 수사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그동안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영장에 대해 보완 의견을 내는 등 지휘를 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경찰이) 송부한 기록만 보고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지 또 기소할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법왜곡죄가 시행된 상황에서 단지 증거 등 서류만 읽고 영장 청구나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완수사요구를 통한 사건 핑퐁은 물론 사건 암장까지 우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검찰청 검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구속영장 청구 건수는 2만7897건으로 이 가운데 발부된 건 2만1862건이다. 발부율은 78.4%. 2018년만 해도 발부율이 81.3%이었으나 현재는 70%대로 떨어진 상태다.
검사의 수사 지휘권 박탈에 따른 특사경 수사 공백도 우려되고 있다. 대검찰청이 외부 용역을 통해 내놓은 ‘2024년 특사경 업무처리 현황 및 성과 지표 분석’에 따르면 2024년 검사의 특사경에 대한 수사 지휘 건수는 4만4083건으로 전체 송치 건수(7만2835건)의 50%가량에 달한다. 특사경 사건 송치율은 91.0%에 달했으나, 기소율은 42.1%에 그쳤다. 그나마도 86%가 약식 기소다.
특사경 사정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 지휘가 사라지더라도 보완수사권이 유지된다면 법적 측면에서 기소 등 사건 처리가 원활하게 될 수 있다”며 “하지만 보완수사권이 폐지될 경우에는 검사가 근무 경력이 짧고, 법적 전문성이 다소 부족하다고 평가되는 특사경의 증거 등 자료만 보고 사건을 처리해야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결국 보안수사 요구만 이어지면서 수사 기간만 길어지고, 일부의 경우 기소치 않으면서 사건 암장의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24년 특사경 업무처리 현황 및 성과 지표 분석’에 따르면 특사경 총 인원은 2만161명으로 이 가운데 3년 미만 근무 경력을 지닌 특사경은 82%(1만6478명)에 달했다. 이들 중 1년 미만이 전체의 48%인 9671명이었다. 반면 3년 이상의 근무 경력을 지닌 3681명으로 단 18%에 그쳤다.
노동 분야 한 변호사는 “특사경 기소율이 떨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임금 체남 등 노동 사건이 다수를 이루기 때문”이라며 “그동안에는 1차 노동청 근로감독관이, 2차적으로 검찰에서 합의 등 절차가 이뤄져 마무리됐으나, 앞으로 검사의 수사 지휘권이 사라진다면, 이 같은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사건이 묻히거나 오히려 법정까지 가지 않아야 할 사건이 재판에 올려지는 등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현덕 법조전문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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