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38도’ 폭염 오면 ‘중대경보’…‘잠시 멈춤’ 가능할까?

최근 여름마다 반갑지 않은 기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2025년과 2024년 여름은 역대 가장 무더웠습니다. 전국 평균기온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는데, 연간 폭염 일수를 봐도 2024년(30.1일)과 2025년(29.7일)은 2018년 '31일'에 이어 가장 많았습니다. 2024년에는 열대야 일수까지 24.5일에 이르러 압도적인 1위였습니다. 여름철 평균기온이 상승하는 가운데 밤낮없이 무더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치솟는 기온에 건강에도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입니다.
질병관리청 집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지난 8년간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2만 1,352명, 사망자는 192명에 이릅니다. 특히 2025년 전국의 온열질환자는 4,460명으로 폭염이 가장 잦았던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 10년간 국내 자연재해 사망 원인 1위는 폭염이었다."며 "2위인 호우와 비교해 2배 이상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폭염특보제 '18년' 만에 손 본다…'폭염 중대경보' 신설
현행 폭염특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합니다.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예상될 경우 폭염주의보, '35도 이상'이면 폭염경보가 발령됩니다.
그런데 최근 '일 최고기온 33도 이상인 날'로 정의하는 폭염 일수가 한 달 정도로 길어졌습니다. 한 달 내내 폭염특보가 계속되는 셈인데, 시민들의 경각심은 줄고 피로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폭염특보가 경고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기상청은 생명을 위협하는 극단적인 더위가 잦아지면서 2단계로 발령되는 현행 폭염특보만으로는 위험을 전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올여름부터 폭염주의보와 경보에 이어 '중대경보'를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기상청은 폭염 중대경보는 온열질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임계온도, 일 최고 체감온도 '38도' 이상을 기준으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폭염특보는 '이틀 이상' 지속되는 것이 조건이었지만, 폭염 중대경보는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하루' 이상만 예상돼도 내려집니다.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전날 오후 4시에 발령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총괄 예보관이 아닌 기상청장이 직접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폭염특보제가 처음 도입된 것이 2008년이니 18년 만에 중대경보가 추가된 셈입니다. 앞서 2018년에는 최장 폭염이 이어지면서 '자연재난'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한파특보제가 60여 년 전인 1960년대부터 운영돼 온 것과 비교하면 폭염은 그리 오래된 재난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와 맞물리면서 위력을 떨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폭염의 시작이 5월로 빨라지고 늦더위는 9월까지 길게 이어지는 등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급증한 밤더위, '열대야 주의보' 만든다
열대야도 가파르게 늘고 있습니다. 이제는 밤 시간대 피해로 이어지고 있지만 이에 대응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문제였습니다.
기상청은 열대야의 기준이 되는 최저기온만 예보하고 있을 뿐 별도의 특보제를 운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올여름부터는 밤 시간대 최저기온 25도 이상이면 '열대야 주의보'를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지역적 차이를 고려해 열섬 현상이 심한 대도시나 습도가 높은 해안, 섬 지역은 최저기온 26도 이상, 제주도는 27도 이상을 기준치로 두기로 했습니다.

기상청이 열대야 주의보를 신설한 이유는 낮에 이어 밤까지 무더운 조건이 이어지면 인체가 받는 열 스트레스가 급증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온열질환자는 한낮에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밤 시간대 집 등 실내 공간에서도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과거 113년(1912~2024년)간의 기후 자료를 보면 폭염 일수는 매 10년 0.2일 비율로 늘었지만, 열대야 일수는 1.1일로 증가세가 5배나 더 빨랐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대응 공백이나 마찬가지였던 밤 시간대에 처음으로 열대야 주의보가 만들어진 겁니다. 단 자연재난으로 지정된 폭염과 달리 열대야는 아직 재난으로 분류된 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추가할지 논의해야 합니다.
■'폭염 중대경보' 내려져도 쉴 수 없다면?
올여름 폭염 중대경보와 열대야 주의보가 도입되기에 앞서 고민해야 할 점도 많습니다.

기상청이 예상하는 폭염 중대경보의 발령 빈도는 '10년에 한 차례' 정도입니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역설적으로 중대경보가 발령되지 않으면 극심한 폭염이 아니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일본의 경우 2024년 '열중증특별경계주의보'를 도입했지만, 아직 한 번도 발령된 사례는 없었습니다.
폭염 중대경보가 내려져도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한 보호 조치가 강제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 없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2025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체감온도가 31도를 넘으면 작업장에서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의무화했습니다.

하지만, 이 법은 '근로자'에게만 적용될 뿐, 택배기사나 배달 라이더 등 특수 형태의 근로 종사자는 포함하지 않습니다. 또 체감온도 35도 이상에선 오후 2~5시 사이에 야외 작업을 중지하게 돼 있지만, '권고'일 뿐 '의무'가 아닙니다.
폭염 중대경보는 체감온도 38도 이상일 경우 발령되는 최상위 경보입니다. 폭염 중대경보가 내려져도 현장에서 일을 멈출 수 없다면, 그것은 경보가 아니라 참고사항에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황 교수는 "2025년 폭염 당시 이탈리아는 13개 지역에서 실외 작업을 완전히 금지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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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방실 기자 (weez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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