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의 파워인터뷰 | '브레이크넥' 저자 댄 왕] 공대에 미친 중국, 법대에 미친 미국… 초강대국 G2의 민낯

김지수 - 마인즈 커넥터 (Minds Connector) 2026. 3. 22.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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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왕 -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객원 연구원, 미국 로체스터대, 예일대 로스쿨, 현 가베칼 드래고노믹스 기술 분석가, '브레이크넥' 저자 /사진 댄 왕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연구원이자 중국계 캐나다인인 댄 왕(Dan Wang)이 쓴 ‘브레이크넥(Breakneck)’은 출간 전부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는 중국을 ‘엔지니어의 나라’, 미국을 ‘변호사의 나라’로 정의했다.

한때 가장 역동적인 나라였던 미국은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가 절차와 소송으로 막혀 무언가를 만들고 세우는 건설적 행위가 멈춰선 상태다. 반면 공학도의 나라 중국은 만드는 데 집착한다. 선전의 아이폰 부품부터 시골 구이저우성의 비현실적으로 거대한 교각까지, 정부 주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 사회 기반 시설과 산업단지, 첨단 기술을 육성하고 수십 년 만에 미국을 따라잡았다. 그러나 기술과 통제로 국가를 운영하는 중국 정부는 사회문제도 공학 모델로 접근해 ‘한 자녀 정책’ 당시 3억 건 이상의 낙태가 이뤄졌다.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상 경제와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을 향한 압박도 심각하다.

김지수 - 마인즈 커넥터 (Minds Connector), 전 조선비즈 문화전문기자,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위대한 대화' 저자

초강대국은 어떻게 다른 길을 가게 됐을까. 중국과 실리콘밸리에 정통한 기술 전문가로 평가받는 ‘브레이크넥’의 저자 댄 왕을 인터뷰했다. 댄 왕은 미국과 중국의 진짜 경쟁은 더 큰 공장, 더 높은 기업 가치가 아니라 ‘누가 더 국민을 생각하는가’라고 했다. 중국을 엔지니어의 나라, 미국을 변호사의 나라로 봤다.

“이 관점은 내가 홍콩, 베이징, 상하이에서 6년간 기술 분석가로 일하며 얻었다. 중국이 경이로운 성장을 이루는 동시에 제로 코로나로 고통받던 시기였다. 이후 2023년 예일대 로스쿨로 옮겨 미국의 실체를 보니, 미국은 ‘변호사의, 변호사에 의한, 변호사를 위한’ 정부였다.

대부분 법률가 출신으로 이루어진 미국의 사회 지도층은 주로 무언가를 가로막고 방어하는 데 능하지만, 공학자나 기술자 출신이 대부분인 중국 고위 지도부는 무언가를새롭게 만들어내는 데 능하다. 결과적으로 과거의 미국은 위대했지만, 지금의 미국은 결과보다 절차에 집착한다.

반면 중국은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후진타오(胡錦濤·수력발전 기술자), 시진핑(習近平·화학공학 전공)에 이르기까지, 지도부 상당수가 혹독한 공학 훈련을 거친 엔지니어 출신이다. 엔지니어의 본능은 건설이다. 하지만 그들은 사회마저도 하나의 수학 문제처럼 다루는 경향이 있다. 인구가 많으면 한 자녀 정책이라는 수치로 출산을 억제하고, 바이러스가 퍼지면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식이다.”

공돌이와 법돌이로 양극화된 세계라니, 창의적이다.

“나는 중국의 변방인 윈난성 산악 지대에서 태어났다. 중국 대도시에서는 늘 아웃사이더였다. 캐나다와 미국에서 성장했기에 미국에서도 여전히 이방인이다. 이 어정쩡한 위치가 오히려 특권이 되었다. 각 나라의 엘리트가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blind spots)를 보는 ‘제3의 눈’을 갖게 되었으니까.”

구이저우성과 톈진은 어떤 곳인가.

“구이저우성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량 100개 중 45개가 있는 곳이다. 이곳의 가구 소득은 미국 뉴욕주의 15분의 1에 불과하지만, 고속도로 길이는 뉴욕주의 세 배에 달한다. 특별한 목적지 없이 교량부터 건설된 경우도 일부 있지만, 몇 년이 지나면 결국 이 교량을 중심으로 사람이 모여든다. 중국 전역에서 쉴 새 없이 비슷한 공공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톈진은 ‘중국의 맨해튼’을 목표로 건설된 도시지만, 내가 방문한 2020년에는 상가에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중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97층의 고층 건물과 멋진 도서관이 있지만, 가까이 가보니 서가에 꽂힌 건 표지만 씌운 가짜 책이었다.

내 눈에 톈진 도서관은 중국 경제 전체를 상징하는 일종의 은유로 보였다. 훌륭한 겉모습과 달리 내부는 텅 비어 있고, 남은 건 감당할 수 없는 부채뿐이다. 무디스에 따르면, 톈진시와 구이저우성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이탈리아 수준에 육박한다.”

실리콘밸리에 돌아왔을 땐 어떤 징후를 느꼈나.

“지난해 초 예일대를 떠나 스탠퍼드대로 옮겼는데, 10년 전보다 훨씬 더 기묘해져 있었다. 과거엔 앱이나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던 이가 지금은 인공지능(AI)이라는 ‘상자 속 신(God in a Box)’을 만들려고 몰두하고 있다. 기술 거물은 세상에 대한 균형 잡힌 모델을 개발하기보다 몇 가지 아이디어(가령 일론 머스크의 전기차와 우주 발사)에만 병적으로 집착한다. 샌프란시스코는 미래를 발명한다는 명분 아래 세상의 다른 일에는 무관심하다.”

책 '브레이크넥'. /사진 웅진지식하우스

실리콘밸리 사람이 AI에 관해 뭐라고 하기에.

“AI 비판론자는 전력 요금 상승과 쓰레기 정보의 확산을 우려하지만, AI 설계자는 주로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파괴해 실업률을 20%까지 끌어올릴 잠재력에 집중한다. 올해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많이 읽힌 에세이는 ‘AI 2027’이었다. 2027년에 초지능이 깨어나고, 10년 뒤 생물학무기로 인류를 멸망시킨다는 시나리오를 담고 있다. 초지능이 모든 것을 바꿔 놓을 것이므로, 향후 5년이나 10년 뒤 문제에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들이 유일하게 두려워하고 존경하는 대상은 중국 기업뿐이다.”

미국 엘리트는 중국을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반반이다. 워싱턴 D.C.의 엘리트는 ‘중국이 언제 무너질까’를 묻지만, 실리콘밸리는 ‘중국이 성공하면 어떻게 될까’를 묻는다. 나는 후자가 훨씬 중요한 질문이라고 본다. 많은 미국인이 중국의 혁신을 ‘복제와 확장’ 수준으로 치부하지만, 실제 중국은 매일 생산 현장에서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초의 태양전지는 미국의 벨연구소에서 발명됐지만, 산업 전체를 삼킨 것은 중국이었다. 미국은 발명만 하고 ‘상업적 대량생산’을 포기하는 우를 계속 범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야심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시진핑의 야심은 경제 침체나 청년 실업에 개의치 않고, 세계와 단절된 채 생존할 수 있는 ‘요새화된 중국’을 건설하는 것이다. 전 세계에 필수적인 거의 모든 제품을 독점 생산해서 적을 무력화하고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다.

고대 중국 황제는 만리장성이나 대운하 건설을 위해 백성을 강제로 동원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지금 중국 통치자는 과거 황제보다 야심이 더 크다. 현재 중국의 태양광발전 및 풍력발전 설비는 전 세계 다른 국가를 모두 합친 규모 이상이며, 중국 공장은 전 세계 제품 생산의 절반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황제의 나라였던 중국이 ‘기술과 통제’ 중심의 공학도의 나라가 된 것, 이민자의 나라로 독립한 미국이 법률가의 나라가 된 것은 필연적인 귀결 아닌가.

“필연이란 없다. 특히 미국에 관해서는. 미국은 원래 ‘엔지니어링 국가’였다. 철도, 댐, 고속도로, 맨해튼 프로젝트 그리고 달 착륙까지. 차이가 있다면 변호사의 종류다. 이전 세대 변호사는 나라를 키우는 데 관심이 있었고 협상을 통해 일을 성사시키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등장한 새로운 변호사는 규제와 소송으로 정부의 손발을 묶는 데 집중했다. 주택이나 도로 같은 기본적인 것조차 제대로 건설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나는 미국이 다시 예전처럼 국민을 위해 집을 짓고, 달 착륙 같은 기술적 경이로움이 세계인을 놀라게 하던 과거의 야성을 되찾기를 고대하고 있다.”

법률가의 나라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인구 집단은.

“공공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쪽은 가난한 사람이다. 변호사 중심 사회가 각종 절차와 규제로 건설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대형 화재 이후에도 정부가 주택 건설을 충분히 허용하지 않고 있다. 대중교통을 진지하게 확충하려는 도시도 많지 않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저소득층에게 돌아간다.”

'브레이크넥'의 저자 댄 왕. /사진 댄 왕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이 노동자의 분노를 영리하게 악용했지만, 미국의 제조 업체가 무너진 데는 사실 월가의 책임이 결정적이지 않나.

“전적으로 동의한다. 미국 기업은 아시아 기업에 비해 과도하게 ‘금융화된 사고방식’ 에 젖어 있다. 그들은 ‘좋은 제품’보다 ‘재무 비율’과 ‘단기 이익’을 우선시한다. 그들은 당장의 비용 절감을 위해 제조업 생태계를 파괴하고, 생산 기지를 중국으로 옮기며 국가 안보를 위협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이 너무 쉽게 포기한다는 점이다. 반면 중국 기업은 포기하지 않는다. 정부 지원을 믿고 수년간 적자를 감수하며, 이익보다 시장점유율을 뺏기 위해 끝까지 싸운다. 이 끈기의 차이가 성패를 갈랐다.”

AI에 대해서도 두 나라는 관점이 다르다.

“현재 전 세계 AI 인재의 상당수가 중국인이다. 중국 기업은 AI를 인류를 위협하는 예측 불가의 변덕스러운 힘이 아니라, 공장 설비와 로봇에 이식해야 할 활용 가능한 도구(통제된 기술)로 본다. 미국이 딥러닝에 대한 고위험 베팅을 하고 있다면, 중국은 철저히 자국의 강점인 제조업의 우수성에 AI를 결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 통제 국가의 운명’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나는 1992년 중국에서 태어났다. 나를 낳기 위해 어머니는 수많은 서류를 작성해야 했는데, 그중에는 내가 태어난 후에는 불임수술을 하겠다는 서약서도 있었다. 이 정책으로 낙태가 3억 건 이상 발생했고, 남성 2500만 명이 불임수술을 받았으며, 4000만 명의 여자아이가 실종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출산 위기에 빠지자, 중국은 다시 엔지니어 방식으로 여성의 몸을 재설계하고 있다. 지역위원회는 이제 기혼 여성에게 생리 주기를 묻고 아이를 몇 명 낳을 것인지 압박을 가한다. 제로 코로나 정책도 같은 맥락이다. 2022년 상하이의 도시 봉쇄는 인류 사상 최대 규모의 감금 실험이었고, 디지털 감시 체계로 중국 정부는 개인의 욕실 이용까지 통제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 두 사건은 엔지니어적 사고가 사회통제와 만났을 때 어떤 비극이 일어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다.”그런 식의 사회통제를 미국 사회가 따르고 있지 않나. 트럼프는 이민과 무역의 문제를 수학적 통제, 사회공학적 무력으로 돌파하려고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트럼프식 파괴를 멈추는 것이다. 약자에 대한 잔인함, 동맹국에 대한 공격, 제도에 대한 침식을 중단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미국 정부는 자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국민이 삶에 대한 좌절감을 느끼지 않도록, 정부가 제 기능을 하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다.”

실무 지식을 갖춘 숙련 노동자, 진정한 사회 인프라를 되찾기 위해 미국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나.

“더 많은 엔지니어, 더 적은 변호사! 엔지니어는 더 많아지고, 변호사는 더 줄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제조업 생태계가 무너진 지 40년이다. 복구가 가능할까.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재건은 외국의 도움으로 시작되고 있다. 애리조나주의 TSMC(대만),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한국), 주배터리 공장(중국)이 그 증거다. 미국이 제조업 기반을 재건하려면 아시아의 도움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가장 이상적인 건 중국 제조 업체의 도움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 기업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연구하고, 그들의 혁신에서 배우며, 인재를 영입하는 노력까지 해야 한다. 스스로 겸손해질 때 비로소 진정한 학습이 시작되리라 본다.”

마지막으로 복합 위기를 겪는 한국 독자에게 조언한다면.

“한국은 산업 정책 분야에서 모범적인 성과를 보여온 나라다. 반도체, 특히 최근 주목받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해 조선, 자동차, 화학 등 여러 산업에서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인구 규모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데도 캐나다보다 훨씬 뛰어난 기술 역량을 축적해 왔다는 사실이 놀랍다. 계속해서 위대한 기술을 만들어내라. 압도적인 기술력만이 미국과 중국, 두 거대 제국 모두로부터 존중을 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고, 한국이 번영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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