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31] 북한에서 '레트(let)'를 왜 '다시하기'라고 말할까

김학수 2026. 3. 22.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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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는 영어 'let'를 발음대로 표기한 외래어이다.

서브에서 레트가 발생하면 다시 하면 된다.

북한에서 레트는 '다시하기'라고 부른다.

레트와 다시하기의 남북한간 차이는 '정확한 국제 표준'과 '직관적인 이해' 사이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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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세계탁구선수권에 참가 한 남북 여자 탁구선수들이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하고 함께 사진촬영을 하는 모습. [대한탁구협회 제공]
‘레트’는 영어 ‘let’를 발음대로 표기한 외래어이다. 탁구나 테니스 등에서 서브한 공이 네트를 스치고 코트에 들어가거나, 상대가 미처 준비하지 않은 때에 서브하는 일을 뜻한다. 서브에서 레트가 발생하면 다시 하면 된다. (본 코너 1042회 ‘탁구에서 왜 ‘레트(Let)’라고 말할까‘ 참조)
영어용어사전 등에 따르면 ‘let’는 방해하다는 뜻을 가진 고대 색슨어 ‘lettian’이 어원이며, 고대 영어 ‘’lettan’을 거쳐 12세기부터 현대 어법으로 사용했다. 영국에서 테니스 규칙이 만들어진 1870년대 이전부터 테니스 용어로 사용했다고 한다.
‘let’의 또 다른 어원설은 영어 ‘net’와 의미가 같은 프랑스어 ‘finet’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테니스가 프랑스 귀족 공놀이인 ‘죄드폼(jeu de paume)’에서 넘어왔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나름 타당성이 있는 말이다. ( 본 코너 901회 ‘왜 ‘테니스’라 말할까‘ 참조)
우리나라 언론에서 외래용어인 레트를 경기 기사로 쓴 적이 많지 않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를 검색해도 기사를 찾아 볼 수 없다. 세부 경기용어인 레트가 스코어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레트는 ‘다시하기’라고 부른다. 점수를 인정하지 않고, 경기를 다시 시작한다는 뜻이다. 북한식 표현으로 다시하기는 설명을 듣지 않아도 의미가 즉각적으로 전달된다.북한 스포츠 용어는 전문가만의 것이 아니라 누구나 직관적으로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 예를들면 ‘서브’는 ‘넣기’, ‘스매시’는 ‘내리치기’라고 말한다. 동작을 묘사하는 말로 바꾸면서, 용어 자체가 곧 설명이 된다. 이는 외래어를 줄이고 고유어를 살리려는 정책적 방향과도 맞닿아 있지만, 동시에 언어를 기능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레트와 다시하기의 남북한간 차이는 ‘정확한 국제 표준’과 ‘직관적인 이해’ 사이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 쪽이 더 우월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국제 대회에서는 레트가 효율적이고, 교육이나 대중적 접근성 측면에서는 ‘다시하기’가 더 적합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방식이 반드시 대립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레트(다시하기)처럼 병기하는 방식은 정확성과 이해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언어는 고정된 체계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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