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전문가 17인이 쓴 ‘자녀가 읽어주는 상속·증여’
자녀가 읽어주는 상속·증여/이강오· 김정현 등 17인/삼일인포마인/2만5000원
우리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상속’은 더 이상 일부 자산가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 세대가 평생 모은 집 한 채와 금융자산만 있어도 상속과 증여 문제는 현실이 된다. 세무 상담 현장에서는 “상속이 시작되면 가족이 멀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세금 문제와 재산 분할, 가족 관계가 얽히면서 갈등이 생기기 때문이다.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은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이다.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가진 평범한 가정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70대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두 자녀는 상속 절차를 진행해야 했다. 생전에 가족은 “우리 집은 재산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이 문제였다. 10년 전 4억 원이던 아파트 가격이 상속 시점에는 15억 원까지 올라 있었다.
상속세 계산을 해보니 예상보다 큰 금액이 나왔다. 현금 자산이 많지 않았던 자녀들은 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결국 집을 급하게 팔아야 했다. 저자들은 이런 사례가 한국에서 결코 드문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특히 부동산 비중이 높은 자산 구조에서는 상속세를 낼 현금이 부족해 ‘울며 겨자 먹기식 매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가족 갈등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지방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한 기업가는 평생 회사를 키우는 데 몰두했지만, 상속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회사 지분과 부동산을 어떻게 나눌지를 놓고 형제들 사이에 갈등이 시작됐다. 장남은 “회사를 이어가야 한다”며 지분을 더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형제들은 공평한 분배를 요구했다. 결국 분쟁은 법적 다툼으로 이어졌고 회사 경영도 큰 타격을 입었다. 책은 이 사례를 통해 가업 승계는 단순한 상속이 아니라 사전에 구조를 설계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한다.
반대로 상속 준비가 잘된 사례도 소개된다. 수도권에 부동산을 여러 채 보유한 한 부부는 세무 상담을 통해 장기적인 증여 계획을 세웠다. 일정 기간마다 적용되는 증여세 공제 제도를 활용해 자녀에게 조금씩 재산을 이전했다. 처음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효과가 나타났다. 상속 시점에 남은 재산 규모가 줄어들었고, 그 결과 상속세 부담도 크게 줄어들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새로운 상속 문제도 책에서 다룬다. 예컨대 해외 자산 상속 사례가 있다. 한 부모가 미국 주식과 해외 펀드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해 두고 세상을 떠났다. 자녀들은 투자 계좌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해외 금융자산 신고 규정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신고가 늦어지면서 가산세가 부과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글로벌 투자가 늘어나면서 이런 사례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설명이다. 해외 자산은 국가마다 세금 규정이 달라 상속 절차가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상속을 단순한 재산 이전이 아니라 세금·법률·가족 관계가 동시에 얽힌 복합적 문제로 설명한다. 상속 절차, 상속세 계산 방식, 재산 평가 기준 등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도표와 체크리스트도 함께 담겨 있어 실무적인 활용도도 높다.
책에서 저자들이 강조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상속은 준비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만 준비하면 관리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상속을 먼 미래의 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현실이 된다는 것.
우리 사회는 빠르게 ‘대상속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막대한 규모의 자산이 다음 세대로 이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속과 증여가 더 이상 일부 부유층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 가정이 마주하게 될 생활 문제로 변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상속 문제를 보다 현실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안내서다. 복잡한 세법을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 상담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는 점에서 실용성이 크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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