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거 캠프 ‘러시아 스캔들’ 수사한 뮬러 특검 별세
FBI 국장 시절 조직 재정비 성공
트럼프 “그가 죽어서 기쁘다”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정부가 공모했다는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81세로 별세했다. 뮬러 전 특검의 유족은 21일 성명을 내고 그가 전날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 장소와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뮬러는 수사와 정보 수집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던 미 연방수사국(FBI)을 재도약시키고, 살아있는 권력인 현직 대통령에게 칼날을 겨눈 특검 수사를 이끈 인물이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FBI는 러시아가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 당선을 위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 수사는 트럼프가 그해 11월 당선된 이후에도 이어졌고, 트럼프는 2017년 5월 수사 책임자인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해임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가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코미를 해임했다는 ‘대통령의 사법 방해 의혹’ 비판이 일었고,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이 수사를 이끌기 위해 2017년 5월 임명된 사람이 전 FBI 국장인 뮬러였다. 뮬러는 2019년 3월까지 22개월간 약 60명으로 구성된 특검팀을 이끌며 트럼프의 측근과 러시아 정보 요원 등 34명을 기소했다. 대통령이 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던 살아 있는 권력 트럼프는 수사가 진행되는 내내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지만, 트럼프 캠프 선대위원장이었던 폴 매너포트, 첫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플린, 트럼프의 정치 고문 로저 스톤 등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뮬러 특검팀은 448쪽 분량의 수사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가 SNS 여론 조작 등을 통해 대선에 개입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가 공모했다는 점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했다. 사법 방해 의혹에 대해서 특검팀은 트럼프와 측근들이 FBI 수사를 방해하려 시도한 사례를 나열한 뒤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결론짓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를 무죄라고 확실히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를 두고 현직 대통령은 기소할 수 없다는 미 법무부 내 법률 해석의 영향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뮬러는 트럼프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를 소환 조사하지 않고 서면 조사로 대신해 일각에서 “타협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트럼프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뮬러의 사망 소식에 대해 “잘됐다, 그가 죽어서 기쁘다”며 “이제 그는 더 이상 무고한 사람들을 해칠 수 없다”고 했다.

뮬러는 FBI를 새로운 조직으로 바꿔놨다는 찬사를 받는다. 연방 검사 출신인 그는 강력 사건 전문가였다. 검사 시절 전화를 받을 때도 “뮬러입니다. 살인과입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던 그가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FBI 국장에 임명되고 정확히 일주일 뒤 9·11 테러가 발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뮬러가 물려받은 FBI는 대테러 및 정보 임무를 수행하기에 치명적으로 무능했다”고 전했다.
이때부터 뮬러는 FBI 재건에 나섰고 강력한 기관으로 거듭났다. FBI 국장 임기는 10년이지만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그에게 2년 더 일해 줄 것을 부탁했다. 2013년 뮬러가 물러날 때 오바마는 “뮬러의 리더십 아래 FBI가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 오늘날 수많은 미국인이 살아 있고 더 안전하다”고 극찬했다. 그는 항상 흰 셔츠와 어두운 정장을 입는 것으로 유명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수사에 대해 거의 말을 아꼈다. NYT에 따르면 심지어 FBI 국장으로 지명됐을 때도 약 45초 동안만 소감을 밝혔다.
1944년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난 그는 프린스턴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시절 친한 친구가 베트남전에서 전사하자 해병대에 자진 입대해 제3해병사단 소총 소대를 이끌어 동성훈장과 퍼플 하트 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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