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에 김건희 얘기"…관저 공사, 어떻게 무면허 업체가 맡았나[법정B컷]
| ▶ 2026.3.4. '관저 이전 사건' 공판, 검사→A종합건설 부회장 증인신문 |
| 검사 "김태영 (21그램 대표) 피고인이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던가요?" 증인 "코바나컨텐츠 이야기를 했고…. 제가 놀란 게 (처음 만난) 그 자리에서 김건희씨 이야기를 했고요. 그래서 제가 (21그램의) 영향력을 좀 물어봤습니다. 근데 인터넷에 잘 안나오더라고요. … 규모도 그렇고 제가 좀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면허 대여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검사 "김태영 피고인이 김건희씨와의 친분을 과시했나요?" 증인 "은근히 좀 표현을 했죠. 코바나컨텐츠에서 일을 여러 번 같이 했다고 그걸 좀 강조했고. 그래서 제가 설계능력이 있는지 물어봤더니 '능력이 된다'고, 자기가 클 것 같으니까 (면허 대여를) 좀 해달라…." |

2022년 3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대통령실과 관저를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하는 작업이 한창이던 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행정안전부의 의뢰를 받고 약 한 달간 이전 공사를 준비해오던 A종합건설사는 갑자기 불청객을 만나게 됐습니다.
A사의 주모 부회장을 찾아온 김태영 21그램 대표는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난데없이 예비 영부인 김건희씨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당면한 '미래 권력'과의 친분을 강조하는 김 대표에게 주 부회장은 부담감을 느꼈습니다. 특히 김 대표가 김건희씨와의 관계성을 이야기 하면서 결국 요청한 일이 A사의 종합건설업 면허를 빌려달라는 것이어서 더욱 난감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A사는 면허 대여를 거절했고 한 달간 준비해온 관저 공사에서 밀려났습니다. 그 자리는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 21그램이 차지했습니다. 공사 현장에서 이른바 '여사님 업체'라고 불린 곳입니다. 다만 공사 계약서에는 21그램 대신 현장에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원담종합건설'이라는 제3의 회사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업자가 찾아갈테니 챙겨보시라" 尹인수위, 불법 주선했나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이영선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차관과 황○○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실 행정관, 김 대표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주 부회장은 당시 기억을 차분히 더듬어갔습니다.
김 전 차관은 인수위 청와대이전TF(이하 이전TF) 1분과장을 맡아 집무실·관저 이전 업무 등을 총괄했고, 대통령 취임 이후엔 대통령비서실 관리비서관으로 일했습니다. 황 전 행정관도 인수위 이전TF 1분과 시설팀장을 맡다가 관리비서관실에서 관련 업무를 이어간 인물입니다.
주 부회장과 김 대표의 만남을 주선한 건 다름 아닌 김 전 차관과 황 전 행정관이었습니다.
| ▶2026.3.4. '관저 이전 사건' 공판, 검사→A종합건설 부회장 증인신문 |
| 검사 "증인은 호출 받고 인수위 사무실에 갔는데, 거기서 누구를 만났고 어떤 얘기를 나눴나요." 증인 "김오진, 황○○을 만났고…. (중략) 몇번 조사하면서 기억을 더듬어 봤는데 제가 나이도 있고 그러다보니 … 확실한 건 고등학교 얘기를 김오진씨하고 했고. 누가 업자가 갈테니 챙겨보시라고…." 검사 "업자가 찾아간다는 이야기는 뭔가요?" 증인 "관저 공사 관련해서 누가 찾아간다니 챙겨보시라고." 검사 "'챙겨보시라'는 건 어떤 의미로 받아들였나요." 증인 "(관저 공사를 맡게 될) 누가 중간에 다시 대두가 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죠. 다른 업자가 나타난 게 아닌가. … 누가 갈테니 챙겨보시라고 해서 직감적으로 뭐가 있나보다 했어요. 저희가 감이 있잖아요. 아닌 것 같다." 검사 "'아닌 것 같다'는 게 어떤 의미죠?" 증인 "저희는 (공사에서) 빠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거죠." |
당시 A사는 관저 이전 후보지였던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3회 현장실사하고 관저 외관 컨셉이미지와 내부 구조 도면, 내부 인테리어 컨셉이미지 등이 포함된 제안서도 제출한 상태였습니다. 1차 제안서를 보내고 윤 전 대통령(당시 당선인)의 피드백이 인수위를 통해 하달되자 수정·보완을 거쳐 2차 제안서도 보냈습니다.
그런데 2차 제안서를 보낸 2022년 4월 11일, 김 전 차관과 황 전 행정관이 주 부회장을 인수위 사무실로 불러 '업자가 찾아갈테니 챙겨보시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한 겁니다. 주 부회장은 이를 관저 공사에서 A사가 밀려났다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주 부회장을 신문하던 검사는 "(공사에서) 빠지게 될 사람한테 (다른 누구를) 뭘 챙겨주라고 한 것은 이상하다"며 "그게 무슨 의미인지, 그때 생각했던 걸 말씀해 달라"고 했고, 피고인 측은 "과도한 유도신문을 자제해 달라"며 즉각 제지했습니다. 이때 재판장이 나섰습니다.
| ▶2026.3.4. '관저 이전 사건' 공판, 재판장→A종합건설 부회장 증인신문 |
| 재판장 "잠깐만요. '빠진 것 같다'고 하셨는데 … 누가 힘을 썼거나 이 계약을 못하는구나 생각하는 건 당연할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걸 넘어서 '챙겨주라'는건 무슨 소리죠? 끼어들 사람이 오는 건 얘기가 다르잖아요." 증인 "다른 업자가 오는 거라고 생각했고요." 재판장 "그럴 수 있어요. 그 사람을 보내는 건, (공사에서) 떨어진 업체에 (사람을) 보내는 건 별개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 이 계약은 못하는 구나 직감적으로 느낌이 드셨고. 나아가 '빠지는 업체에 왜 챙기는 사람을 보내지' 이것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생각해보지 않으셨나요." 증인 "구체적으로 업자 이름은 안 나왔어서요." 재판장 "그 사람을 만나보면 되겠지 정도로 생각하셨던 건가요." 증인 "그렇습니다." |
그렇게 김 전 차관과 황 전 행정관이 챙겨주라며 보낸 사람이 김 대표였습니다. 주 부회장은 챙겨달란 말의 의미를 'A사는 면허만 빌려주고 실제 공사는 21그램이 수행할 수 있게끔 하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 부회장은 "(김오진·황○○의 부탁을) 한 번에 거절할 수는 없었지만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은 늘 갖고 있었다"며 "만나보니 면허 대여를 하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고 어떻게 적절히 거절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제 막 출범을 앞둔 정부의 요구를 단칼에 거절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주 부회장은 "솔직히 그 당시 정권이 진출하던 때니까 조심스러웠다"며 "하지만 큰 틀에서는 회장님도 안된다고 말씀하셨고, 어떻게 거절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A사는 2차 제안서에 대한 피드백을 몇 차례 문의했지만 인수위나 행안부로부터 아무런 연락이나 통지, 통보도 받지 못한 채 관저공사에서 배제됐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가짜 계약서…뭘 감추려 했나

공교롭게도 주 부회장이 인수위 사무실에서 '챙겨보시라'는 말을 들었던 날, 김건희씨는 최초 관저 이전 대상지인 육군참모총장 공관이 아니라 한남동 외교부장관 공관을 방문했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언론에는 인수위가 관저 대상지를 외교부장관 공관으로 변경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고, 4월 24일 인수위 대변인이 이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 ▶2026.3.16. '관저 이전 사건' 공판, 검사→에스오이디자인 대표 증인신문 |
| 검사 "공사방향은 물론이고 증축 범위 결정, 구조물 결정 방법 등을 21그램에서 결정했죠? 증인 "네 21그램이랑 설계 사무소에서…." 검사 "증축 공사 관련해서 에스오이디자인에서 의사결정한 사람은 없었나요? 증인 "저희가 의사결정하는 구조 아니고 제안을 하는 정도였고요. 의사결정은 21그램과 설계사무소에서 했습니다." 검사 "증인은 특검 조사에서 관저에 갈 때마다 김 대표를 봤다고 진술했는데 사실인가요?" 증인 "네. 갈 때마다 거의 본 것 같습니다." 검사 "에스오이디자인의 (공사 현장) 출입 등록은 21그램 측을 통해 이뤄졌죠?" 증인 "네." 검사 "원담종합건설 직원들이 관저에 오거나 현장에 관여한 사실이 있나요?" 증인 "현장에 방문한 사실은 없고요. 계약과 관련해선 제가 소통했습니다." |
관저 공사에 참여하게 된 황 대표는 공사 현장에 2022년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약 한 달간 출입했고, 대부분의 공사는 7월 하순에 마무리됐습니다. 그러나 원담종합건설이 참여했다고 명시된 계약서상에는 증축 공사 기간이 8월 16일부터 31일까지로 명시됐습니다. 하지만 앞선 조사에서 황 대표를 비롯한 여러 현장 관계자들은 원담종합건설 측을 현장에서 본 적이 전혀 없다고 진술했습니다.
지난 16일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황 대표에게 검사는 계약서상 공사기간이 허위로 기재된 이유를 아는지 물었습니다. 황 대표는 "제가 잘은 모르고 내부 상황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건 아는데, 들은 얘기로는 예산 관련해서 확보가 안돼서 그렇다고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21그램이 에스오이디자인에 발행한 세금계산서에 '인하대역점 인테리어공사'라고 명시된 것에 대해서도 "인하대가 아니고 한남동 관저 공사에 관한 세금계산서"라며 "(21그램 측이) 한남동 공사를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전체 공사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던 인수위 단계에서 21그램에 일부 공사금액을 주고 추후 잔금을 더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서, 21그램과 2차 계약의 형태를 취하게 되면 '쪼개기 계약' 및 무면허 업체의 공사 주도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이같은 방식을 택했다는 게 김건희특검의 조사 결과입니다.
김건희특검은 김 전 차관 등의 공소장에 "김건희씨가 대통령 당선인을 통해 A사의 관저공사 제안서를 받아봤지만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고, 자신이 거주하게 될 공간인 관저 공사를 아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좋겠다는 등의 이유로 21그램에 총괄 수행하도록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적었습니다.
다만 김건희특검 수사는 윗선까지 뻗어나가지 못했습니다. 김건희씨의 이같은 의사가 관철되도록 한 인물로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인수위 청와대이전 TF 팀장)을 지목하긴 했지만 기소하지 못했습니다. 특검은 윤 의원이 김 전 차관에게 "김건희 여사가 고른 업체이니 21그램이 관저 공사를 도맡아 할 수 있도록 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내용만 공소장에 담았습니다.
정권 출범 전부터 시작된 불법·탈법적 권력 남용 행위의 윗선은 지난달 출범한 2차 종합특검(권창영 특별검사)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종합특검은 지난 16일 윤 의원의 자택과 국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윤 의원의 압수수색 영장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가 적시됐습니다. 종합특검은 공무원 신분이 아닌 김건희씨에게도 해당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혹은 김씨가 21그램에게 특혜를 주고 대가를 취했는지,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의혹을 감추기 위한 추가적인 불법적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밝힐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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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다운 기자 jd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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