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예술이다"…용어에 담긴 말의 본래 뜻은?

신동진 2026. 3. 2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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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6년 3월 14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신동광 언어연구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 (이하 최휘) : 이번에는 미디어 속 언어를 재해석해 보는 미디어 언어 시간입니다. 예술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지난해 총 관람객 수는 346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개관 이래 최고 기록이라는데요. 클래식 음악회도 임윤찬, 조성진 같은 스타 연주자들에 대한 팬덤 문화가 정착되면서 이전보다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예술을 우리가 더 즐겁고 정확하게 즐길 수 있는 어원들에 대해서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매일경제에서 '말록 홈즈'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는 어원 연구가 신동광 작가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작가님 어서 오세요.

◇ 신동광 언어연구가 (이하 신동광) : 말 속에 답이 있다, 안녕하세요. 말록 홈즈 신동광입니다.

◆ 최휘 : 오늘은 예술 관련 용어들의 어원을 살펴볼 텐데요. 작가님은 좋아하는 예술 활동이 있으세요?

◇ 신동광 : 성악 레슨을 3년 정도 받았습니다.

◆ 최휘 : 어쩐지 목소리가 좋으시더라고요.

◇ 신동광 : 감사합니다. 그런데 실력은 그냥 그렇고요. 초등학교 학예회 수준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 최휘 : 다른 활동도 혹시 하세요?

◇ 신동광 : 작년 말부터 미술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요. 기대했던 것보다 굉장히 재밌습니다.

◆ 최휘 : 어떤 점들이 그렇게 재밌으세요?

◇ 신동광 : 어릴 때는 전통적 개념의 예술이 두려웠어요. 굉장히 고지식하고 엄숙해서 지루하고 답답한 느낌을 많이 받았었는데요. 이 예술들을 나중에 차근차근 들여다보니까 단순하게 그림이나 음악 같은 장르를 넘어서 그 시대가 가지고 있던 역사와 사상 문화까지 이렇게 융합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굉장히 흥미롭게 그 진실과 지식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 최휘 : 예술의 흥미를 느끼게 된 계기가 어원에 대한 연구였다고 제가 들었는데 맞나요?

◇ 신동광 : 맞습니다. 말의 뜻을 찾다 보니까 예전에 안 보이던 의미들이 보이기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이런 재미도 어떻게 보면 일이고 어떻게 보면 취미인데 저한테 많이 성장의 기회가 되는 것 같습니다.

◆ 최휘 : 그 성장의 기회를 오늘 청취자 분들과도 나눠주시길 기대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신동광 : 알겠습니다.

◆ 최휘 : 예술에 대해서 하나씩 들어볼 텐데 먼저 예술의 어원은 뭔가요?

◇ 신동광 : 예술이라고 하는 말이 한자어예요. '재주 예'자와 '재주 술'자로 이루어진 단어인데 우리는 아름다움을 만드는 재주 정도로 해석을 할 수가 있습니다. 예술을 뜻하는 영어 단어, 아트도 무언가를 만드는 탁월한 기술을 의미하는 라틴어 '아르스'에서 유래했어요. 그래서 고대에는 만드는 재주 즉, 인간이 만드는 정교한 기술과 숙련을 의미하다가 세월을 거치면서 아름다움으로 그 영역이 맞춰진 거예요.

◆ 최휘 : 결국 동양이나 서양이나 예술이라는 말의 뿌리는 모두 제주였다 이렇게 봐도 되겠죠?

◇ 신동광 : 맞습니다. 예술이 사실은 아트를 번역한 번역어예요. 동아시아에는 원래 예술이라는 말이 없었습니다. 그림이나 조각이나 음악처럼 특정 분야를 가리키는 단어들은 있었는데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과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 최휘 : 이것도 몰랐던 사실인데 그럼 예술이라는 말이 언제 만들어진 거예요?

◇ 신동광 : 이 말은 일본에서 만들어졌어요. 일본이 메이지 유신 이후에 근대화를 추진할 때 서양의 아트라는 말을 번역한 것이죠. 그래서 우리 예전에 여러 차례 얘기했던 일본식 신조 한자어, 화제한어(和製漢語) 혹시 기억하세요?

◆ 최휘 : 기억하죠? 화제한어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입니다.

◇ 신동광 : 일본이 만든 한자어라서 화제한어라고 하는데요. 영어 아트도 한자어 예술도 아름다움을 만드는 재주니까 본질은 같습니다. 그런데 예술을 아름다움을 만드는 기술이라고 정의하면 예술보다는 아름다울 미자를 써서 미술이 더 잘 어울릴 것 같긴 해요.

◆ 최휘 : 그럼 미술은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는지도 알려주실까요?

◇ 신동광 : 여기서 우리는 혼란에 봉착하게 되는데요. 미술의 영어 단어 역시 아트예요. 혼란스러우시죠?

◆ 최휘 : 이게 혹시 일본이 도입한 말인가요?

◇ 신동광 : 네. 요즘에 제가 화제한어 때문에 고민이 많아요. 분명히 좋은 점들이 있습니다. 동양에 없던 말들을 들여와서 보급을 시켰으니까 좋은 부분들은 있는데 이 말들이 본질을 제대로 담고 있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요. 그런데 이 말들이 우리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한국의 모든 영역에 깊게 뿌리내려 있어요. 그래서 본래 단어의 의미로 다듬으면 미래 세대의 학습뿐만 아니라 보통 성인들이나 모든 계층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를 해요.

◆ 최휘 : 그렇군요. 그럼 결국 예술과 미술이라는 번역어가 본래 의미와 다른 건가요?

◇ 신동광 : 맞습니다. 예술과 미술 모두 일본이 만든 신조 한자어예요.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서구적 근대화를 추진하면서 유럽에는 있고 당시에 한자 문화권에는 없던 사물과 개념을 담은 단어들을 만들어 냈는데요. 사회 발전에 긍정적 측면은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적 정서와 표현이 중심이라서 우리 민족에겐 직관적 이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 최휘 : 그렇군요. 그러면 고전주의나 낭만주의 같은 예술사조도 일본식 번역어인가요?

◇ 신동광 :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클래식을 고전이라고 우리가 해석을 해요. 그런데 고전이라는 말은 뭐냐 하면 오래된 법칙이란 뜻이에요. '옛 고'자에다가 법칙이라든지 아니면 방식을 얘기하는 '전'자를 쓰거든요. 그런데 오래됨이라는 의미를 가리키는 영어로 다른 말이 있어요.

◆ 최휘 : 앤틱.

◇ 신동광 : 예, 맞아요. 이 '오래됨'을 가리키는 말로 앤틱(antique)이 있습니다. 하지만 클래식의 의미는 '최고의 수준'입니다. 품격이 높다는 의미로 '격조(格調)'란 말이 적합해 보이는데 상당히 익숙하지는 않죠.

◆ 최휘 : 그럼 사실주의는 어떤가요? 그대로 가나요?

◇ 신동광 : 사실주의(寫實主義)는 리얼리즘(realism)의 번역어인데요. 놀랍게도 진실을 의미하는 팩트(fact)나 트루스(truth)의 '일 사(事)'자가 아니라, '베낄 사(寫)'자를 씁니다. 본래 재산이나 실제 존재를 의미하는 라틴어 'res'에서 온 말인데요. 그래서 '실재(實在)주의'란 말은 어떨까 고민해 봤습니다.

◆ 최휘 : 그렇군요. 놀랍습니다.

◇ 신동광 : 실제로 우리가 직관적으로 접했을 때 본질의 의미를 몰라요. 그리고 여기에는 일본적 사고 정서가 들어갔는데 당시에는 일본의 학자들이 근대화를 읽으면서 만들었던 굉장히 주관적인 생각들이기 때문에 그것들이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 것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 최휘 : 그렇군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잘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원래 주제인 예술로 돌아가 볼게요. 예술의 본질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 신동광 : 시인과 화가와 그러니까 시인과 화가와 연주자는 창조하고 독자와 관람객과 관객은 읽고 보고 듣습니다. 창작자의 메시지를 감상자가 이해하고 깨닫는 과정을 통해서 작품에 대한 감동과 의미도 함께 자라죠. 또한 감상자의 개인적 직관 경험 상상이 더해져서 창작자의 의도와 다른 또 다른 새로운 감동이 움트기도 합니다.

◆ 최휘 : 그 감동과 즐거움이 더 커질 수 있도록 예술을 감상하는 방법도 알려주신다고요?

◇ 신동광 : 어원을 통해서 감상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어원을 통해서 그 분야의 본질을 우리가 생각해 볼 수가 있잖아요. 어원을 통해서 분석하는 것들은 모든 분들께 권하지 않아요. 적어도 예술에 대한 애정이 있으면서 어느 정도 한자나 영어에 대한 지식을 갖춘 분들이 이것들에 대해서 부담 없이 즐기실 수가 있는데 이런 인프라가 깔려 있지 않으면 너무 오히려 예술에 대해서 어렵게 다가가실 수가 있어요.

◆ 최휘 : 그럼 사례를 알려주시죠.

◇ 신동광 : 네, 그러려고 나왔습니다. 시(詩)는 '말씀 언'과 '절 사'자가 모인 말입니다. 절에서 경문을 읽을 때 우리가 율에 맞춰가지고 읽잖아요. 무미건조하게 낭독을 하는 게 아니라 리듬이 들어가죠. 시라는 말 자체는 뭔가 운문 그러니까 운율에 맞춰서 읽는 글이라는 의미를 가져요. 그래서 시를 가리키는 다른 말 '운문(韻文)'은 '운치/정취를 담은 글'입니다.

◆ 최휘 : 운치와 정취를 담은 글이 시다. 참 아름답게 느껴지는데 음악 용어들도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신동광 : 교향악이라는 말이 있죠. 교향악(交響樂: 사귈 교, 소리 향, 음악 악)은 '여러 악기들의 소리가 어우러진 음악'으로, 심포니(symphony)의 번역어입니다. '함께'를 뜻하는 'syn'과 소리를 가리키는 'phone'가 모였습니다. 그리고 음악의 3요소 중에서 혹시 화성 들어보셨죠? '화성(和聲: 어울릴 화, 소리 성)'은 '소리가 조화롭게 어울린다'는 뜻으로, 하모니(harmony)를 번역한 말입니다. 미션 투 마스 같은 머큐리랑은 상관이 없어요. 별 화성이랑은 상관이 없고요. 하모니를 번역한 말이라는 게 중요한 거고요. 그다음에 가락을 뜻하는 멜로디가 있어요. 가락을 뜻하는 멜로디(melody)는 '(노래의)부분/마디'를 뜻하는 'melos'와 '노래'를 뜻하는 '-oide'가 모인 말입니다. 우리가 옛날에 멜로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이 등장하거나 중요한 대사를 얘기할 때 음악이 흘러나오잖아요. 그래서 붙은 게 멜로드라마예요. 그리고 이게 대사를 가사로 표현하는 오페라와는 다르죠. 음악을 깔고 대사를 실제처럼 얘기를 하니까요.

◆ 최휘 : 그런 차이가 있군요. 이렇게 오늘 다양한 예술의 의미들을 어원으로 알아봤는데요. 원래 뜻이 바뀐 경우들도 이렇게 알려주셔서 참 풍성한 시간이 됐던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신동광 작가와 함께 했습니다.

YTN 신동진 (djshin@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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