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기로 아내를 수차례”…아빠는 “탄원서 써줘라” 자식에게 부탁했다 [오늘의 그날]

강지원 AX콘텐츠랩 기자 2026. 3. 2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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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피냐” 말다툼 중 둔기로 아내 살해
시신 감싸 돈사에 암매장 후 “실종” 행세
자녀에 탄원서 부탁했지만 거절…징역 18년 확정
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 <편집자주>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살아 있는 동안 속죄하면서 살겠다.”

3년 전인 2023년 3월 22일. 필리핀에서 아내를 살해하고 시신을 돼지사육장에 암매장한 60대 목사의 결심공판이 대전지법에서 열렸다.

검찰은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해 죄질이 극히 불량한 범행”이라며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15년간 해외 선교를 이끌던 목회자의 범행이라는 점에서 종교계와 교민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던 사건이다.

◇15년 선교지에서 벌어진 비극…부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대전의 한 교회에서 목회자로 활동하던 A(63)씨는 아내 B씨와 함께 필리핀으로 건너가 15년간 선교활동을 이어왔다.

부부가 정착한 곳은 마닐라에서 차로 2시간가량 거리에 있는 마을이었다. 두 사람은 선교활동 외에도 현지에서 돼지사육장을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왔다.

오랜 해외 생활 속에서 부부 사이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B씨는 A씨가 외도를 하고 있다고 의심했고, 이를 둘러싼 갈등이 깊어졌다.

결국 2022년 8월 어느 날, 불륜 의심을 놓고 격한 말다툼이 벌어졌다. 다툼 끝에 A씨는 둔기로 B씨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쳤고, B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3일에 걸친 시신 은닉…돼지사육장 땅속에 아내를 묻다=범행 직후 A씨는 범죄를 감추기로 했다. 그는 3일에 걸쳐 B씨의 시신을 비닐 천막으로 감싸고 나일론 줄로 묶었다. 그런 뒤 자신이 운영하던 돈사 한쪽에 구덩이를 파고 시신을 묻었다. 매일 가축을 돌보던 일상의 공간이 아내의 무덤이 된 것이다.

암매장을 마친 지 한 달여가 지난 같은 해 9월, A씨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아내가 실종됐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아내의 목숨을 빼앗고도, 마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꾸민 셈이다.

◇친정 가족의 실종신고가 사건을 뒤집다=그러나 A씨의 거짓말은 오래가지 못했다. B씨와 연락이 끊긴 친정 가족이 한국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한국 경찰은 필리핀 현지 경찰과 공조 체제를 꾸리고 A씨 주변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포위망이 점차 좁혀오자 A씨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그는 스스로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의 문을 두드리며 범행을 고백했다. 이후 필리핀 경찰이 돼지사육장을 수색한 끝에 땅속에서 B씨의 시신을 수습했다. 범행으로부터 이미 다섯 달이 흐른 뒤였다.

A씨는 한국으로 보내진 뒤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됐으며,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대전지법에 기소됐다.

대전 법원 현판. 연합뉴스

◇“탄원서 써달라” 아버지의 부탁…자녀들은 거절했다=재판 과정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A씨와 자녀들 사이의 일이었다. A씨는 자녀들에게 “아버지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써달라고 요청했다.

형사재판에서 피해자 유족의 선처 탄원은 양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A씨로서는 감형을 위한 절실한 시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자녀들은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 어머니를 살해한 아버지를 위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말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재판부에 제출된 탄원서는 필리핀 현지에서 A씨와 교류하던 교민들이 작성한 것뿐이었다.

◇검찰 징역 30년 구형…1심 18년, 항소심 유지 후 확정=2023년 3월 22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해 죄질이 극히 불량한 범행”이라며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반면 A씨 변호인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면서 “건강관리가 필요하기에 선처를 바란다”고 했다. A씨 본인도 최후진술에서 “살아 있는 동안 속죄하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자수와 반성의 뜻을 일부 참작하면서도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믿고 의지하던 피고인으로부터 생명을 빼앗겼을 피해자가 겪은 고통은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다”며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형량이 가볍다며 곧바로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이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검찰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쌍방 모두 상고하지 않으면서 징역 18년이 최종 확정됐다. A씨는 현재 교도소에서 형을 살고 있다.


대법원 vs 헌재, 재판소원이 불러온 ‘사법부 전쟁’

강지원 AX콘텐츠랩 기자 g1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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