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모터에 묶인 시신…28년 전 '폐수 탱크 살인' 또 미궁으로

2026. 3. 2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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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28년 전 인천시 서구의 한 폐수 처리 위탁업체 공장에서 발생한, 이른바 '폐수 탱크 살인' 사건 용의자가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사건이 미궁에 빠졌습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 형사1부(정승규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당시 해당 공장에서 근무하던 외국인 노동자 B 씨에게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B씨는 당시 업체에서 차장으로 근무하던 A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습니다.

1997년 12월 17일, 인천시 서구의 한 폐수 처리 위탁업체에서 차장으로 근무하던 A(당시 35세) 씨가 실종됐습니다.

한 달여 만인 이듬해 1월 22일 경찰은 업체 공장 내 지하 폐수 탱크에서 처참한 주검을 발견했습니다.

행방불명된 A 씨였습니다.

그는 가슴에 20㎏짜리 모터가 묶인 채 마대로 싸여 있었고, 머리에는 5㎝ 크기의 함몰된 상처도 있었습니다.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익사와 폐수 오물에 의한 질식사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폐수 탱크로 향하는 길은 파이프와 산소 발생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일부는 폭이 15∼20㎝에 불과했습니다.

무거운 모터까지 매단 성인 남성을 혼자 옮기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경찰은 최소 2명 이상이 시신 유기에 가담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수사망은 공장에 근무하던 외국인 근로자 3명으로 좁혀졌습니다.

공장 관계자 조사에서는 술에 취한 A 씨가 종종 공장 기숙사를 찾아 이들에게 욕설이나 폭행을 했다는 진술이 나왔습니다.

A 씨가 실종되기 이틀 전에도 "야간 근무 시간인데 일을 안 하고 잔다"며 "B 씨의 뺨을 때렸다"는 동료 진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뒤늦게 그의 시신이 발견됐을 땐 B 씨 등 외국인 근로자 3명 모두 여권과 물품을 챙겨 자취를 감춘 뒤였습니다.

이들 중 주범으로 의심받던 C 씨와 D 씨는 A 씨 실종 13일 만인 1997년 12월 30일 자국으로 도주했습니다.

B 씨 역시 이듬해 1월 20일 황급히 한국을 떠났습니다.

C 씨는 출국 후 지인과의 통화에서 "너무 괴롭혀 살해할 수밖에 없었고 한국에 남아있는 (B 씨 등) 2명도 이 사건을 다 안다"며 범행을 시인하기도 했습니다.

유력 용의자들이 모두 도주하면서 사건은 영구 미제로 남는 듯했으나, 27년이 지난 2024년 7월 인터폴 적색수배를 피해 도피하던 B 씨가 외국 공항에서 체포되면서 사건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지난해 2월 국내로 강제 송환된 B 씨는 살인 혐의로 법정에 섰지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당시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거나 살해를 공모했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B 씨가 직접 살해하지 않았더라도 사건 당일 야간 근무자로서 범행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살인 방조'로라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B 씨가 임금까지 포기하고 급히 도주한 점 등은 의심스럽지만, 범죄를 증명할 직접적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사 기관이 사건 현장으로 추정되는 공장을 2차례 수색했는데도 범행에 쓰인 흉기와 피해자 혈흔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피고인이 남긴 작업복과 신발은 물론 피해자 시신에서도 피고인과 관련된 증거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이 C 씨, D 씨와 달리 피해자를 살해할 만큼의 적개심을 갖고 있었다는 범행 동기도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을 알고 사건에 연루되는 것이 두려워 도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살인 방조 혐의와 관련해서도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시 범행 자체를 아예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주변 증언처럼 피고인이 평소처럼 야간 근무 중 잠이 들어 범행 자체를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며 "피고인이 피해자가 위험에 빠진 사실을 알고도 구조하지 않아 범행을 도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검찰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한편 C 씨와 D 씨는 현재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폐수탱크살인 #무죄 #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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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흠(h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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