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다 큰 합천, 그 넓은 땅의 목소리는 누가 전하나
[지역 기자의 시선]
[미디어오늘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기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외부 기고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주제는 서부경남 지방선거 판세. 큰 흐름은 대략 알고 있었지만 세부 사정까지 속속들이 꿰고 있진 못했다. 욕심만 앞섰다. 그럴수록 '마감'이라는 표독한 녀석은 더 거세게 나를 몰아쳤다. 조급한 마음을 부여잡고 선거 보도를 맡은 자치부장에게 조언을 구했다. 사정을 늘어놓자 그가 내 팔을 붙잡으며 짓궂은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합천군이 얼마나 큰지 아나?”
합천이 꽤 넓다는 정도는 알았다. 경남 지도는 하루에도 여러 번 들여다보니까. 그렇다고 자주 가본 곳도 아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면적을 정확히 몰랐다. “상당히 크겠죠”라는 어리숙한 대답밖에 나오지 않았다.
“합천군만 해도 서울보다 크다.”
반신반의하며 포털 사이트를 열었다. 합천군 983㎢, 서울 605㎢. 합천이 서울의 약 1.6배였다. 그제야 경남 18개 시군을 반으로 나눠 서부 판세를 정리한다는 게 얼마나 장대한 일인지 실감했다. 결국 기고는 출마예정자 동향을 중심으로, 독자가 전반적인 흐름을 읽는 데 도움이 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광역일간지 기자들이 아무리 고군분투해도 한계는 분명하다. 그 빈틈을 채우는 존재가 시군에 자리잡은 작지만 강한 풀뿌리 언론들이다. 그런데 현실은 복잡하다. 지역 기득권을 비판해야 할 매체가 오히려 그들과 결탁해 고인물처럼 썩어가는 경우가 적잖다. 역설적이게도, 감시와 견제를 제대로 하는 매체일수록 말라 죽어간다. 올곧은 풀뿌리 언론이 처하는 현실이다.
이 역설을 만들어낸 한 축에는 뉴스 유통 구조가 있다. 포털에 입점하지 못한 매체는 아무리 좋은 기사를 써도 독자에게 가닿기 어렵다. 취재 역량이 어떻든 유통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좋은 기사는 어떻게든 널리퍼진다는 말은 판타지다.
최근 네이버 콘텐츠 제휴 심사를 준비하면서 포털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했다. 내가 속한 부서에서도 두세 명이 달라붙어 서류를 챙기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기사 생산 비율, 취재 인력 규모, 각종 내부 기구 운영 여부 등 항목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다. 광역일간지도 이 정도인데, 인력도 예산도 더 적은 풀뿌리 언론은 이 벽을 어떻게 넘으란 말인가. 올곧은 풀뿌리언론을 섬세하게 가려내기보다는 영세 매체는 일괄적으로 모두 걸러내려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네이버 내부에서도 지역 언론 별도 심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다만 방향은 더 분명해야 한다. 문턱을 높여 사전에 걸러내기보다, 일정 기준을 충족한 매체에는 먼저 문을 열고 사후 관리로 평가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다. 기사형 광고, 클릭 장사, 복붙 기사를 시도하는 매체에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방식으로 매체를 가려내면 된다.
상상을 하나 더 보태자면, 포털 뉴스에 위치 기반 서비스를 적용해보면 어떨까? 지도 앱은 경남 합천군에 있는 사람에게 서울 맛집부터 추천하지 않는다. 내 주변 정보가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뉴스도 마찬가지다. 합천에 사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뉴스는 합천 뉴스다. 군청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동네 병원이 문을 닫는지, 오래된 농로가 언제 고쳐지는지가 더 생활에 밀접한 문제다. 더불어 주민이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 때 권력도 함부로 움직이기 어렵다.
풀뿌리 언론이 대거 포털에 입점하면 뉴스 서비스가 복잡해질 것이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위치 기반 서비스가 전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용자에게는 자신의 생활권 뉴스가 먼저 보이고, 타지역 매체 기사는 자연스럽게 가려진다. 다시 말해 매체 수는 늘어나더라도 지역 이용자가 느끼는 불편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취재 현장에서 풀뿌리 언론 기자들을 종종 만난다. 동네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대형 언론이 그냥 지나친 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이다. 볼 때마다 존경심이 생긴다. 그러나 이따금 슬픈 소식도 들린다. 더 이상 매체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이야기, 도움을 호소하는 글, 그리고 어느 날 조용한 폐업 소식.
합천은 서울보다 넓다. 그만큼 누벼야 할 땅도 많고,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활개를 치는 토호세력도 많다. 어디 합천군만 그러할까. 지역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국 단위 언론이 다 쫓을 수는 없다. 그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 풀뿌리언론이고, 그 풀뿌리언론은 안타깝게도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그 사실을 너무 쉽게 모르고 지나친다. 이 지점에서 네이버의 역할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수도권에서는 뉴스가 넘쳐난다. 그러나 지역은 다르다. 주민에게 필요한 정보가 있어도 닿지 않는 현실을 먼저 살펴야 한다. 그 차이를 외면한 채 같은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공정이 아니라 방치다. 올곧은 풀뿌리 언론 보도가 실제로 주민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 네이버에게 필요한 것은 관성을 뛰어넘는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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