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팔아 왜 손해 보는데…손해보험사 ‘실적 미스터리’ [안재광의 대기만성's]

안재광 2026. 3. 2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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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에게 보험은 단순한 금융 상품 이상의 복합적인 감정을 떠오르게 합니다. 저 역시 어머니의 지인 분 권유로 가입했던 보험이 몇 개 있었습니다. 순전히 아는 분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해 들었던 것들인데 시간이 지나 크게 필요없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해약하거나 다른 상품으로 갈아탔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 많은 분이 비슷한 경험을 하셨을 것입니다. 가족이나 친척, 혹은 지인의 권유 탓에 어쩔 수 없이 가입하고 매달 적지 않은 보험료를 내는 상황 말입니다. 그럴 때마다 보험사는 참 쉽게 돈 번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가입을 권유한 분에게 수수료를 주고도 회사는 큰 수익을 남겼으니까요.

 게다가 보험은 늘 어려웠습니다. 각종 전문용어부터 특약 조건까지. 보험설계사의 설명을 따라가기조차 벅찼습니다. 일반인 중에 이러한 약관에 대해 잘 이해하고 가입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그래서 보험은 전형적으로 판매자가 정보를 독점하고 소비자는 끌려갈 수밖에 없는 ‘판매자 정보 우위’ 시장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소비자는 속된 말로 ‘호구 잡혔다’는 느낌이 강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최근 보험사들 실적을 들여다보면 ‘호구’는 금융 소비자가 아니라 오히려 보험사인 듯합니다. 이익이 급감하고 자동차보험 같은 일부 상품에선 수천억원의 손실까지 기록 중입니다. 대체 보험 시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팔수록 손해 보는 자동차보험

보험사가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자동차보험입니다. 의외지 않나요. 자동차보험은 차를 소유한 사람이라면 법적으로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의무 보험입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상품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년 실적만 보면 자동차보험이 보험사에 ‘골칫덩이’가 됐습니다.

 국내 손해보험 업계 1위인 삼성화재의 경우 지난해 자동차보험 부문에서만 159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2024년 960억원의 흑자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수익 구조가 완전히 무너진 겁니다. 이익의 질을 나타내는 ‘합산비율’을 보면 상황이 더 명확합니다.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합산비율은 102.9%에 달했습니다. 합산비율이란 보험료로 받은 돈 대비 나간 보험금과 사업비의 비율을 뜻합니다. 이 수치가 100를 넘었다는 것은 보험료를 100원 받아서 사고 처리와 운영비로 102.9원을 썼다는 의미입니다. 

 현대해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에 자동차보험에서 910억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2024년 190억원의 이익을 냈던 것에 비해 적자전환한 것이죠. DB손해보험 역시 자동차보험 부문에서만 159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그 배경에는 보험금 지급액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인 ‘건당 손해액’ 상승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삼성화재의 경우 건당 손해액 상승이 합산비율을 0.1%포인트 끌어올렸고, 현대해상 역시 건당 손해액 증가로 인해 보험 손익이 악화되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과거에는 보험사가 지정해주는 정비소에서 대충 수리하는 일이 많았죠. 요즘은 다릅니다. 유튜브를 보거나 인공지능을 활용해 ‘과실 비율 산정법’부터 ‘최고급 정비소 수리 요령’까지 꿰뚫고 있습니다.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보험사는 보험료는 잘 못 올리는데 똑똑해진 소비자들의 보상 요구는 훨씬 정교해지면서 보험사가 손해를 보고 있는 겁니다. 

 ◆장기보험 예실차 마이너스 전환

자동차보험 적자보다 더 심각한 건 장기 보험,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실손보험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하나 알아야 할 전문 용어가 있습니다. ‘예실차’입니다. 보험사가 “이달에는 사고가 이만큼 나서 보험금이 이 정도 나갈 것이다”라고 예상한 수치와 실제로 병원비로 지급된 보험금의 차이를 뜻합니다. 이 숫자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보험사가 소비자의 의료 이용 행태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현대해상의 작년 실적을 보면 실제 예측이 잘못됐습니다. 장기 보험 부문의 이익이 2024년 8650억원에서 2025년 3380억원으로 무려 60.9%나 줄었는데 그 결정적인 원인이 바로 보험금 예실차였습니다. 장기 보험 부문에서만 3130억원의 ‘구멍’이 났습니다. 실손보험에서만 -3130억원의 예실차가 발생해 전체 실적을 끌어내린 것으로 확인됩니다. 실손보험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의 예실차인 -42억원과 비교하면 실손보험이 얼마나 큰 타격을 줬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삼성화재도 비슷했어요. 작년 보험금 예실차는 -169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로 인해 장기 보험의 이익 체력이 전년 대비 17.4%나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DB손해보험의 경우 지난해 예상보다 더 써버린 돈, 즉 예실차가 2410억원에 달합니다. 

이런 현상은 소비자들이 보험사보다 더 많은 정보를 쥐게 되면서 가속화됐습니다. 과거에는 병원에서 권하는 대로 수동적인 치료를 받았다면 이제 소비자들은 어떤 비급여 진료를 받아야 실손보험금을 최대로 수령할 수 있는지 정보를 공유합니다. 이른바 ‘보험 청구 맛집’ 리스트가 공유되고 병원 또한 실손보험의 약점을 파고든 마케팅으로 환자들을 유인합니다. 보험사가 통계학적 확률로 세상을 통제하던 시대가 가고 개별 정보를 조합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똑똑해진 소비자들에게 ‘역선택’을 당하고 있는 셈입니다. 

 ◆장부상 허상인 CSM

보험 영업 부문에서 적자가 나고 있음에도 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이 ‘조’ 단위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2023년 도입된 새 회계기준 IFRS17과 그 핵심 지표인 ‘CSM’(보험 계약 서비스 마진)이 있습니다. CSM은 미래에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을 현재 시점에서 부채 내 별도 항목으로 쌓아두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아직 현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보험 계약을 통해 앞으로 10년이나 20년 동안 남을 것이라고 계산된 ‘예약된 이익’입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상위 4개 손보사의 CSM 합계가 47조원을 웃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산업의 기초 체력이 탄탄하다고 평가합니다. 실제 개별 기업의 수치를 보면 삼성화재의 작년 말 기준 CSM 잔액은 14조1677억원, DB손해보험은 13조1110억원에 달합니다. 메리츠화재 역시 10조원 이상의 CSM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보험사들은 대체로 CSM 규모가 크고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미래의 수익이 안정적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 수치는 보험사가 미래의 사고 발생률과 계약 유지율을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가정 아래 산출된 장부상의 숫자라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예실차’가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는 것은 이 CSM의 근간이 되는 기초 가정들이 실제 현장과 어긋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실손보험금 청구가 지금처럼 보험사의 통제를 벗어난다면 장부상 쌓아둔 47조원은 ‘경험조정’이라는 항목을 통해 언제든 깎여 나갈 수 있습니다.

현대해상의 사례가 이걸 잘 보여줍니다. 지난해 현대해상의 CSM 상각액, 즉 장부상 이익에서 당기 손익으로 전환한 금액은 9510억원으로 전년 9330억원 대비 1.9% 늘어났습니다. 장부상의 수익 지표는 소폭 개선된 셈입니다. 하지만 실제 장기 보험 손익은 8650억원에서 3380억원으로 60.9%나 폭락했습니다. 이는 장부상으로 이익을 낼 것이라던 가정이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실손보험금 청구, 예컨대 예실차 -3130억원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결국 CSM이라는 큰 숫자가 실제 현금 흐름 악화와 보험 영업의 부진을 가리고 있는 것이죠.

 ◆보험사들의 ‘반격’

보험사들은 앞으로 강력한 비용 통제와 지급 심사 강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정보의 역전’ 현상을 극복하고 다시 주도권을 찾기 위한 고육지책입니다.

삼성화재는 인공지능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2030년까지 ‘AI 활용 로드맵’을 수립하고 보험 업무 전반에 AI를 적용해 자동화와 사업비 절감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AI를 도입해 이른바 ‘나이롱환자’나 과잉 진료로 인한 보험금 누수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입니다. 현대해상은 수익성이 낮은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들을 5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존 1~3세대 실손보험은 보장 범위가 넓고 손해율 통제가 어려워 보험사 수익성을 갉아먹는 핵심 요인으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메리츠화재 역시 고수익 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개개인의 의료 데이터를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보험금이 잘 나가는 상품의 문턱을 높이겠다는 전략입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로 무장해 정보의 우위를 점하려는 보험사들, 그리고 검색과 공유로 갈수록 똑똑해지는 소비자 간 주도권 싸움은 지금부터인 듯합니다.
 
안재광 한국경제신문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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