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축소, 현실은 증파···트럼프, 출구전략·동맹압박 ‘이중포석’

길해성 기자 2026. 3. 2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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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끝났다”면서도 병력은 더 투입
유가·여론 부담 속 출구전략 카드 꺼내
동맹에 해협 책임 전가···한국도 직접 언급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 종료 신호와 확전 가능성을 동시에 띄우는 이중 전략에 나선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이란 군사작전 개시 3주 만에 처음으로 '작전 축소'를 언급했다. 다만 미군은 중동에 대규모 해병 전력을 추가 배치하며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이 작전 목표 달성을 강조하며 전쟁 종료의 명분을 쌓는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의 관리 책임 동맹국과 이용국에 넘기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목표 달성 근접"···출구전략 명분 쌓기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이 이란전 목표 달성에 매우 가까워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란에 대한 군사적 노력을 점차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제시한 목표는 ▲이란의 미사일 능력 무력화 ▲방위산업 기반 파괴 ▲해·공군 및 방공망 제거 ▲핵 능력 차단 ▲중동 동맹 보호 등이다. 이는 사실상 '승리 선언'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전쟁 목표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향후 작전 종료의 명분을 미리 쌓는 과정이라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다만 휴전에는 선을 그었다. CNN, AFP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대방(이란)을 말 그대로 완전히 박살(Obliteration)내고 있을 때 휴전을 하지는 않는다"며 지금은 상대를 군사적으로 몰아붙이는 국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작전을 줄일 수는 있어도 협상이나 휴전으로 마무리하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얘기다.

◇말은 '축소', 현실은 '증파'···지상군 시나리오까지 거론

더 눈에 띄는 건 실제 군사 움직임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BS 등은 미 국방부가 군함 3척과 해병 수천명을 추가로 중동에 파견하고, 지상군 투입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준비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USS 복서 상륙준비단과 제11해병원정대 소속 2200여명이 미 중부사령부 담당 지역으로 이동 중이며, 오키나와 주둔 제31해병원정대 약 2500명도 추가 투입되고 있다.

여기에 미 육군 최정예 부대인 82공수사단도 배치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은 지상군 투입 결정에 대비해 이란 군 병력 대응과 민간인 대피 방안 등을 검토하는 회의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 증원이 아니라 실제 지상 작전까지 고려한 단계로 해석된다.

이미 중동 내 미군 병력은 약 5만명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여기에 추가 전력이 더해지며 현지 압박 수위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나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 점령 등 다양한 군사 옵션을 염두에 둔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호르무즈는 이용국 몫"···한·일·중 향한 직접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 관리 책임을 에너지 이용국에 넘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그 해협을 이용하지 않는다"며 "유럽과 한국, 일본,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이 필요로 하는 만큼 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위치도 /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통로다. 셰일 혁명 이후 에너지 자급률이 높아진 미국과 달리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일본·중국에는 사실상 부담 분담을 요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국을 직접 언급한 점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을 지원하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한국과 훌륭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답했다. 외교적 수사로 보이지만 동맹의 기여 확대를 요구하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을 향한 압박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겨냥해 "유가에는 불평하면서 해협 개방에는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의 '유럽 주둔 미군 재검토' 주장에 대해서도 "옳은 문제 제기"라고 동조했다. 동맹 압박의 범위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유가·여론 부담···시장과 정치 고려

작전 축소 발언 뒤에는 시장과 정치적 부담을 고려한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수준까지 상승했고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축소 언급은 전쟁이 무한정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전달하는 효과를 낸다.

여론도 변수다.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65%는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예상했지만, 실제 이를 지지하는 응답은 7%에 그쳤다.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전쟁 장기화는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목표 달성에 근접했다"는 발언은 향후 작전 종료 시 활용할 명분을 미리 확보하는 성격도 갖는다. 필요할 경우 '승리 선언'과 함께 전쟁을 정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동으로 이동 중인 해병 전력의 운용 방향이 향후 정세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들이 해협 경비에 머무를 경우 축소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란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을 겨냥한 작전으로 확대될 경우 상황은 다시 긴장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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