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WBC 8강 탈락 후 넷플릭스 탈퇴 인증하는 이유는?
[해외 미디어 동향] 넷플릭스 일본 WBC 독점 중계 논란
8강 탈락 후 넷플릭스 탈퇴 이어져… "상업주의 물들어" 비판도
[미디어오늘 윤수현, 박서연 기자]

넷플릭스에 대한 일본 시민과 언론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가 국제 야구대회인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를 독점 생중계하면서 경기를 보기 위해 유료구독을 해야 했고, OTT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의 시청권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일본 국가대표팀이 WBC 8강에서 탈락한 뒤 SNS에선 넷플릭스 탈퇴를 인증하는 게시글이 이어졌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일본 내에서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와 티빙 등을 통해 TV와 모바일에서 WBC 중계를 볼 수 있었던 한국과 달리, 일본에선 WBC 시청 방법이 제한적이었다. 넷플릭스가 WBC를 독점 중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WBC 독점 중계를 위해 제시한 중계권료는 직전 대회보다 5배가량 상승한 150억 엔(한화 약 1415억3550만 원)으로 추산되며, 방송사들은 중계를 포기하게 됐다.
이에 따라 일본에선 넷플릭스를 유료 구독해야만 WBC를 시청할 수 있게 됐다. 일본 국가대표팀이 경기 때마다 선전했고 2023년엔 미국을 꺾고 우승한 만큼 이번 대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컸고, 동시에 넷플릭스에 대한 비판도 높아졌다. 일본 매체 'IT 미디어 모바일'은 지난해 8월 보도를 통해 “넷플릭스가 공식 SNS 계정을 통해 '2026 WBC 독점 중계'를 발표한 게시글에는 7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은 비판적인 내용”이라며 “지금까지 무료로 시청한 콘텐츠를 유료로 결제하는 것은 영향이 크다. WBC를 접하는 일본인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정적인 면이 더 크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승 후보로 꼽힌 일본 국가대표팀이 8강에서 베네수엘라에 패배해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했고, WBC 시청을 위해 넷플릭스에 가입한 일본 이용자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넷플릭스 가입이 어려운 고령층의 경우 닛폰방송의 라디오 생중계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WBC 탈락 확정 후 SNS에선 “WBC 때문에 넷플릭스에 가입했는데 이제 해지한다”, “일본 탈락, 넷플릭스 구독 끝”, “화가 나 구독을 취소했다” 등 게시글이 올라왔다.
일본 언론계에서도 넷플릭스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노우에 다쓰히코 NHK 회장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중계권료 상승으로 국민의 시청 기회가 제한되는 것은 경기 보급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가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하야카와 히로시 일본민영방송연맹 회장도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중계권은 인상되고 있는데 광고수입에 의존하는 방송사 입장에선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지난 WBC 대회에선 TBS·TV아사히가 기여해왔는데 (중계권이) 넷플릭스로 옮겨가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일본 주간지 스파는 지난 18일 보도를 통해 “보편적 시청권은 국민적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가 공평하게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인데, 한국에선 방송법에 이 권리가 보장돼 있다. 하지만 일본에선 그 준비 단계도 없이, 넷플릭스가 찾아오게 됐다”며 “야구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시작된 WBC가 상업주의에 물들어 버렸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도 보편적 시청권 개념이 있다. 다만 방송법에서 보편적 시청권을 규정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방송사들의 합의로 이를 구현하고 있다. 일본 방송사들은 공영방송 NHK와 민영방송사로 이뤄진 재팬 컨소시엄(Japan Consortium)을 꾸려 올림픽·월드컵 등 국제행사 중계권을 따내고 있다. 도달률이 높은 NHK가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자연스럽게 보편적 시청권이 보장되는 형태다. WBC의 경우 재팬 컨소시엄이 아닌 TV아사히·TBS 등 민영방송이 중계를 맡아왔는데, 넷플릭스가 거액을 투자하면서 이 구조가 무너지게 됐다.
이헌율 고려대 미디어대학 교수는 20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주최한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중계, 국민에게 듣는다> 간담회에서 “(스포츠 중계를) 국가에서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며 “방송시장 규제와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스포츠 이벤트는 미국 OTT에만 도움이 된다. WBC일본 중계권을 넷플릭스가 산 것이 대표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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