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Z의 세계] “패딩 벗자마자 반팔”...올봄도 짧겠지?

김영희 2026. 3. 2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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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히 짧아진 봄, 계절의 완충구간 희미해져
강원지역 연평균 기온 1.9도 상승...구조적 변화로 해석
봄꽃 개화시기도 4일가량 앞당겨져...관광성수기 변화
봄철 고온건조 이어지며 대형산불 상시 위험지역으로

한여름 40도에 육박하는 더위를 겪었고 한겨울 하루아침에 폭설이 내리는 등 우리는 이미 기후변화의 악몽에 시달리며, 그 불편함은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됐다.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 배출을 줄이고 환경파괴를 막고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하자고 숙제처럼 말한다. 알고는 있지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벌써 환경(Environmental)과 사회(Social) 구조에 관심이 많아진 Z세대들은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하고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실천가능한 기후행동 방법을 소개하고,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부터 먼 곳까지 기후 관련 이슈를 살펴본다.

 

▲ 강원지역 낮 최고기온이 12~19도를 보이며 포근한 날씨를 보인 17일 강원대 춘천캠퍼스에서 반팔을 입은 학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김정호 기자

아침저녁 찬 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인데 한낮에는 20도를 육박한다. 두툼한 외투를 벗자마자 곧바로 반팔 차림으로 바뀌는 날씨. 강원 지역에서 “봄이 사라졌다”는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계절의 완충구간이었던 봄이 급격히 짧아지며 체감 기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 강원 기온, 구조적으로 달라졌다

실제 기온 변화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2024년 강원지역 연평균기온은 12.7도로, 평년(1991~2020년) 평균 10.8도보다 1.9도 상승했다. 평균 최고기온 역시 18.1도로 평년(16.4도)보다 1.7도 높아져 1973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남았다.

이는 종전 최고였던 2023년(연평균 12.1도)보다도 0.6도 높은 수치다. 지역별로는 영서 12.4도, 영동 13.4도로 각각 평년 대비 2.1도, 1.7도 높아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단기간 기록 경신이 이어지는 것은 일시적 이상기온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 신호로 해석된다.

장기 흐름도 뚜렷하다. 강원지역 연평균기온은 2000년 약 10.8도에서 2010년 11.5도, 2020년 12.3도로 꾸준히 상승했다. 20년 사이 1.5도 이상 오른 셈이다. 전문가들은 “평균기온 1도 상승은 계절체계 자체가 이동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단순히 더워지는 문제가 아니라 계절의 길이와 순서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다.
 
▲ 산림청 제공

■ 짧아진 봄, 길어진 위험

특히 봄철 변화가 두드러진다. 3~5월 기온 상승 폭이 커지면서 겨울에서 여름으로 곧바로 넘어가는 듯한 기온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일교차가 크고 기온 변동성이 커지면서 체감상 ‘봄이 사라졌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벚꽃 개화 시기는 과거보다 빨라지고, 개화 이후 고온 현상으로 꽃이 빠르게 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산림청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봄철 꽃나무 개화 예측지도’에 따르면 전국 평균 만개 시기(개화 50% 기준)는 생강나무 3월 26일, 진달래 4월 3일, 벚나무류 4월 7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실제 관측 결과인 생강나무 3월 30일, 진달래 4월 7일, 벚나무류 4월 8일보다 이르다.

철원에서 농사를 짓는 김모(62)씨는 “예전에는 모내기 전까지 서늘한 날씨가 이어졌는데 요즘은 금세 더워져 작물 관리가 훨씬 까다로워졌다”며 “이제는 계절을 기준으로 농사 계획을 세우기 어렵고, 하루하루 날씨를 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온 상승과 함께 병해충 발생 시기도 앞당겨지면서 농업 현장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계절 변화는 지역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벚꽃 개화 시기가 해마다 달라지면서 축제 일정 조정이 반복되고 있고, 예상과 다른 날씨로 관광객 유입이 크게 흔들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강릉의 한 관광업 관계자는 “꽃이 너무 빨리 피거나 갑자기 더워지면 관광객 흐름이 분산된다”며 “기후변화가 관광 성수기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재난 위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봄철 고온과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불 발생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강원지역은 최근 수년간 대형 산불이 반복되며 ‘상시 위험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건조일수 증가와 강풍 패턴 변화가 맞물리며 작은 불씨도 대형 산불로 확산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과거에는 특정 시기에 집중되던 산불이 이제는 더 긴 기간 동안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기후변화가 재난의 시기와 규모를 동시에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불이 일회성 재난이 아니라 반복되는 구조적 위험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패딩과 반팔이 공존하는 날씨.

■ 사계절 기준의 정책 한계

문제는 대응 체계가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업과 관광, 재난 대응 정책 대부분이 여전히 ‘예측 가능한 사계절’을 전제로 설계돼 있어 급변하는 기후에 대응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봄철 기후 변화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대응 전략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에 맞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작물 재배 시기와 품종을 조정하고, 축제 일정 운영 방식을 유연하게 바꾸는 한편, 산불 예방 중심의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 대응이 아니라 장기적인 지역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원의 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계절의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며, 그 영향은 일상과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익숙했던 사계절의 균형이 무너지는 가운데,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가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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