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삼성생명] ‘배드민턴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이 ‘농구 선수를 부러워’한 이유…이주연의 하루 일과 ①


“(이)주연이는 저희 팀의 너무 큰 존재예요”라는 하상윤 감독의 말처럼 이주연은 삼성생명 수비의 핵심 가드다. 수비할 때처럼 하나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 본지가 받아든 일과표에도 그런 성격이 고스란히 담겼다. 굉장히 세심했고 반듯했다.
이주연의 아침은 비교적 일정하다. 오전 8시에 눈을 뜨고 바나나로 하루를 연다. 빵을 좋아하지만 아침부터 마음 가는 대로 고르진 않는다. 점심 메뉴를 먼저 보고 계산을 마친 뒤 결정한다. 소소한 식사 하나에도 나름의 전략이 있다.

몸을 깨우고 나면 오전은 운동으로 채운다. 주로 웨이트 트레이닝이다. 이주연은 그중에서도 상체 운동이 유독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직접 그린 일과표 속 표정도 살짝 찡그려져 있었다. 힘든 건 힘든 대로 솔직하게 적어둔 점이 오히려 이주연다웠다.
“오전에는 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요. 저는 상체 운동이 너무 힘들어요. 하체가 좋은 편이라서요. 그래서 그림에도 찡그리는 표정으로 그렸어요(웃음). 그러고 점심 식사를 하고 휴식을 합니다. 근데 저는 낮잠을 거의 안 자고 커피를 매일 마셔요. 무조건 매일이요.”
점심을 먹고 나면 짧은 휴식 시간이 온다. 그런데 이주연은 낮잠보다는 커피를 택한다. 매일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어느새 취향을 넘어 일상 한가운데 자리 잡은 루틴처럼 보였다.
점심시간 한정, 숙소 안에는 작은 카페가 열린다. ‘주연벅스(?)’다. 이주연이 직접 커피 머신으로 커피를 내린다. 요즘 농구 선수들 사이에 은근히 유행이다. 최근 남자농구 허훈(KCC)도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신다고 밝힌 바 있다.
“저는 커피는 다 좋아해요. 방에도 커피 머신이 있어서 홈카페를 즐기는 편입니다. 무릎 다치고 머신을 무작정 샀거든요. 그때 휴식 시간이 좀 많았어서요. 그 이후로 잘 내려 마시고 있어요. 언니들도 아주 맛있다고 합니다. 제 시그니처 바닐라 라떼가 있어요. 시럽이랑 파우더가 있거든요.”
"커피를 마시면서 다이어리도 쓰고 빨래도 해요. 어질러져 있으면 정리하고요. 이것 저것 많이 합니다. 커피 루틴은 이제 오후 운동을 위해서 각성하기 위함도 있죠."
멈춰 선 시간 속에서 생긴 취미가 지금은 하루의 한 장면이 됐다. 부상으로 생긴 휴식기가 아쉽기만 했던 건 아니었던 셈이다. 언니들도 인정한 메뉴가 있을 정도니, 점심시간의 ‘주연벅스’는 제법 성업 중인 듯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부리고 다시 몸을 움직인다. 이주연은 훈련 전 일찍 모습을 드러내 보강운동을 먼저 한다. 스트레칭도 길게 가져간다. 부상과 멀어지기 위해 가장 먼저 챙기는 시간이다.
오후 훈련이 가까워지면 팀의 공기도 조금 달라진다. 말수가 줄고 표정도 차분해진다. 다들 알고 있다. 이제부터는 땀을 빼야 할 시간이라는 걸. “다들 힘든 걸 해야 되니까 말 수가 적어져요. 경건하게 준비합니다(웃음).”

식당에서 만난 이주연의 식판은 생각보다 소박했다. 취재진 식판과 양을 비교해 보니 순간 누가 선수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삼성생명 팀 안에 속해 있는 모든 분들과 너무 가족 같아요. 정말 좋고 가족 같은 분위기. 시설을 말해 뭐하나요(웃음). 타팀도 부러워하는 최고의 시설이죠. 저희를 위해 신경 써 주시는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무조건 선수들 편하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이요. 그래도 최고의 장점은 삼성생명의 분위기라고 생각해요.”
좋은 시설은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주연이 가장 먼저 떠올린 건 분위기인 것이었다.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 편하게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손길들. 매일 그 안에서 지내는 선수에게는 그런 온도가 더 크게 남는 법이다.
게다가 STC에는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함께 생활한다. 오가다 보면 뜻밖의 얼굴과 마주칠 때도 있다. 최근 취재진이 STC를 찾았을 때도 그랬다. 식당에서 밥을 푸고 있는데 바로 앞에 배드민턴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삼성생명)이 있었다. 헉...!
이주연에게는 그런 만남이 일상이다.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있다 보니까 유명한 선수들도 자주 만나요.”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로도 '안세영'을 꼽았다. 이름을 꺼낸 뒤 목소리가 조금 더 밝아졌다.
“오전에도 같이 얘기를 나눴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느냐고 묻자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경기나 훈련 이야기가 아니라 한참 뒤를 내다본 상상(?)이었다. 현장이 웃음 바다가 됐을 정도다.
“자식을 낳으면 배드민턴을 시킬 것이냐는 주제였어요. 저도 배드민턴을 시키기로 했습니다(?). 서로 자식 낳아서 배드민턴 복식 파트너 만들기로 했어요(웃음). 제가 찜해 놨죠.”
생각지 못한 대답에 웃음이 났다. 종목은 다르지만 선수들끼리 통하는 결은 또 따로 있는 듯했다. 이야기는 거기서 한 번 더 흥미로워졌다. 이번에는 안세영이 오히려 농구 선수를 부러워했다고 한다.
“저희 농구가 나이 들어도 늦게까지 할 수 있는 것에 안세영 선수가 부러워하더라고요. 배드민턴 전성기는 30대 아래라고요. 보통 여자 농구는 30살부터 전성기인 선수가 많잖아요. 그런 얘기를 나눴어요.”
종목마다 선수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누구는 더 이른 나이에 정점을 찍고, 누구는 경험이 쌓일수록 깊어지기도 한다. 안세영이 부러워한 건 농구가 가진 그 시간의 폭이었다.

Copyright © 점프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