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서 힘 받는 ‘호르무즈 파병설’…국민 과반 반대 속 정부 ‘신중’

이상현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lee.sanghyun@mk.co.kr) 2026. 3. 2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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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안철수·박수영·조정훈 파병 제안
與 반대…“본인들이 먼저 선발대로”
韓 유권자 55% “軍 보내지 말아야”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가 18일(현지시간) 공개한 항공모함 에이브라함 링컨호 모습. 해군 장병들이 견인차를 활용해 F/A-18F 슈퍼 호넷을 이동 중이다. [US CENTCOM, AF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연일 요구 중인 가운데 야권 일각에서 이에 적극 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반면 국민 과반은 파병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어 정부가 논의를 거듭하며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21일 외교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일본·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 등 7개국이 “안전한 항로 확보를 위한 적절한 노력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공동성명을 낸 것과 관련, 공동성명에 동참하기로 전날 밤 결정했다.

외교부는 “이번 결정은 국제 해상 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과 국제사회의 동향, 호르무즈 해협 통항의 차질이 우리 에너지 수급과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당초 외교부는 성명 동참 여부에 대해 전날 오후까지도 별다른 입장 없이 “관련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참여 쪽으로 다시 가닥을 잡은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군사적 지원 요구는 비껴가면서 상징적 차원에서 미국을 지지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은 우리 국익에도 중요하지만, 외교 분쟁이나 군사작전에 개입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파병 요구를 받은 타 동맹국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파병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해상에서 훈련 중인 청해부대 대원들 모습.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파병을 결정할 경우, 현재 아덴만에서 활동하는 청해부대가 투입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해군 페이스북 캡처]
국회에서는 여야 모두 ‘신중론’을 앞세우는 분위기였으나, 관련 논의가 장기화하며 최근 야권 일각에서 파병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가 이를 빌미로 한국을 상대로 경제·통상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안철수 의원의 경우 지난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호르무즈 파병 요청은 한미동맹이 의존을 넘어 상호 기여로 진화하는 변곡점”이라며 “우리 유조선 26척과 자국민의 에너지 주권이 걸린 실존적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수영 의원과 국회 한미연맹의원 야당 간사인 조정훈 의원도 같은 날 파병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조 의원은 SNS를 통해 “분명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이라면서도 “언제까지 미룰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반면 여권에서는 파병에 반대하는 의견이 속속 나오고 있다.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경우 전날 최고위원회에서 파병을 주장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거론하며 “그토록 파병이 필요하다면 본인들이 먼저 자녀와 함께 선발대로 자원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비판했다.

황 최고위원은 “영어에 치킨호크(chicken-hawk)라는 단어가 있다”며 “제대로 된 군 복무나 전쟁 경험도 없이 무력 충돌과 전쟁을 주장하는 자들을 일컫는 표현”이라고 쓴소리했다. 이어 “우리 청년들을 전장으로 보내자는 주장을 이토록 가볍게 내뱉어도 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진보개혁 4당, 전쟁반대 파병반대 결의안’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민주당 국방위 간사인 부승찬 의원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 “(민주당은) 다 반대”라며 “국민들이 이걸(파병을) 수용할 수 있나, 내 아들이 가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이란은 적으로 간주하겠다고 딱 선포를 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파병 압박에 시달리는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견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내비치면서 한국도 잠시 숨돌릴 틈은 벌었지만, 정부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우리 군함의 호르무즈 해협 파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은 결과에 따르면, ‘파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55%로 과반을 기록했다. ‘파견해야 한다’는 30%, ‘모름’이나 응답 거절은 15%로 집계됐다.

응답자를 지지 정당별로 살펴보면 국민의힘 지지층 56%가 군함 파견에 찬성 입장을 밝힌 반면, 민주당 지지층에서 68%가 파견 반대 의견을 냈다. 무당층에서는 군함 파견 반대(47%)가 파견 찬성(30%)보다 우세했다.

해당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접촉률은 40.6%, 응답률은 13.1%다. 더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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