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림 대표변호사 “빗장 건 韓 가상자산, 160조 엑소더스 현실화”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6. 3. 2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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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일변도 규제, 해외 유출만 가속
일본식 ‘유통 책임’ 중개 모델이 대안
미결제 국채 1824억불, 달러 패권 강화
규제 패러다임, ‘통제’서 ‘연결’로 가야
김태림 엑시스 로(AXIS Law) 대표변호사
가상자산법 2단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국내 담론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다.

은행 지분 과반 컨소시엄, 국내 준비금 예치 의무, 해외 발행사 국내 법인 설립 요건 등 논점마다 전제가 같다. 외화 스테이블코인은 위험하니 가두거나 아예 들이지 말자는 것이다.

이와 관해 김태림 엑시스 로(AXIS Law) 대표변호사(한국웹3블록체인협회 사무총장)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현실의 숫자는 정반대를 가리키고 있다며 국내 규제의 방향성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김 변호사는 “타이거리서치와 코인게코의 공동 분석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약 160조원의 국내 자금이 해외 거래소로 유출된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는 2023년 대비 약 3배 증가한 수치”라고 지적했다.

특히 해외 5대 거래소가 한국 투자자에게서 거둔 수수료만 약 4조 7700억원으로 이는 국내 5대 거래소 합산 영업수익의 2.7배에 달하는 실정이다.

그는 “투자자가 떠난 것이 아니라 시장 자체가 국경 밖으로 이동한 것”이라며 “빗장은 걸었으나 정작 지켜야 할 시장은 이미 담장 너머에 있다”고 역설했다.

김 변호사는 우리가 빗장을 거는 동안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세계 주요국의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국가가 이웃 나라 일본이다.

일본은 2023년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해외 발행사의 지배구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국내 등록 중개업자가 유통에 대한 규제적 책임을 전적으로 부담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그 결과 2025년 3월에는 SBI VC 트레이드가 제1호 등록업자로서 외화 스테이블코인 유통을 개시했다.

김 변호사는 발행사를 통제하는 대신 유통을 책임지는 국내 주체를 세워 감독의 실효성을 확보한 현명한 접근법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사례는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지난해 지니어스 법(GENIUS Act)를 초당적 표결로 통과시키면서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패권의 디지털 확장 도구로 위치시켰다.

김 변호사는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합산 약 1824억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체제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한다”며 “기존 유통 중인 스테이블코인에는 3년의 전환기간을 부여해 시장 혼란 없는 연착륙을 설계하는 치밀함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섣부른 통제가 불러온 참사도 있다. 김 변호사는 유럽연합(EU)의 MiCA(미카)를 ‘경고적 선례’로 꼽았다.

EU가 엄격한 현지 인가 및 준비금 예치 의무를 부과한 결과, 코인베이스·바이낸스·크라켄 등 주요 거래소들이 유럽 이용자 대상으로 글로벌 주요 스테이블코인 거래를 잇따라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김 변호사는 “유럽 투자자들은 오히려 규제 밖 해외 플랫폼과 장외거래 시장으로 밀려났고, 결과적으로 통제에는 성공했으나 보호에는 실패한 뼈아픈 결과를 낳았다”며 “한국이 유럽의 실패한 실험을 반복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홍콩은 소매 보호의 문은 닫되 전문투자자에게는 해외 스테이블코인의 창을 열어 기관 자금 유치와 투자자 보호를 영리하게 양립시켰다.

김 변호사는 “그동안 한국은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 자체를 만들지 못했고 그 공백 사이로 시장이 해외로 빠져나갔다”며 “이제는 시장을 방치하는 것도, 가두는 것도 아닌, 글로벌 흐름에 맞는 유연한 규제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해법은 명확하다. 일본처럼 국내 사업자에게 규제 책임을 지우는 등록 중개 모델을 법제화하고, 기존 상장 코인에 충분한 전환기간을 보장하며, 해외 주요국의 감사와 준비금 증명을 국내 규제와 동등하게 인정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규제의 패러다임을 ‘통제’에서 ‘연결’로 전환할 때 160조원의 엑소더스는 멈추고 글로벌 디지털 금융의 교차로에 한국이 서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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