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여객열차 운행에 화물도 늘어…북중 접경지역 ‘들썩’

KBS 2026. 3. 2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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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12일, 북중 여객열차가 운행을 재개한 이후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화물 물동량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북한이 개방을 폭을 넓히면서 접경 도시 단둥에는 기대감 속에 활기가 돌고 있다는데요.

북한 역시 접경 지역은 경제적 측면에서 체제 생존을 위한 요충지인 만큼 이번 열차 재개의 의미가 남다를 겁니다.

6년 만에 다시 달리기 시작한 북중 여객열차.

그 속에 담긴 북한의 국경 전략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북한 신의주시와 중국 단둥시를 잇는 '압록강 철교' 여덟 량의 객차를 단 열차가 중국으로 넘어옵니다.

지난 12일 평양에서 출발한 국제 여객열차인데요.

코로나 봉쇄 이후 끊겼던 북·중 여객열차 운행이 6년여 만에 재개된 겁니다.

현재는 외교관과 공무 수행 인원들이 주된 이용객으로 전해지지만 이르면 한 달 안에 중국인 단체 관광이 이뤄질 거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단둥 현지 여행사 : "(북한 단체 관광 가격은 얼마 정도예요?) 예전 같으면 보통 3000위안(60만 원) 정도였어요. 빠르면 한 달 안에 될 수도 있으니까 기다려보고 있어요."]

전문가들 역시 이번 열차 재개를 단순한 노선 복원을 넘어 북한의 국경 개방 수위와 방식, 나아가 정치·경제 전략을 가늠할 시금석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은이/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큰 틀에서 보면 상징적인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북·중 관계의 정상화, 다시 코로나 이전으로 돌리겠다는 메시지가 하나가 있고 또 하나는 북한이 향후 5년 동안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과제를) 실천할 수 있는가 과제의 실천으로서 북·중 여객열차가 중요한 신호, 시그널을 보내지 않나 싶습니다."]

압록강에서 두만강까지 약 1,400km에 걸쳐 이어진 북한과 중국의 국경.

북·중 양국은 1950년대부터 국경을 따라 세관 등 교역 인프라를 구축하며 인적, 물적 교류를 이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접경 지역은 무역과 물자 공급, 비공식 교류의 핵심 통로로 자리 잡았고 북한의 대외 경제 활동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는데요.

북·중 국경을 '생명선'이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북한 입장에선 아주 중요한 전략적 생명선이다 중국과의 국경이 없었다면 북한 체제는 몇 번이라도 붕괴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북한 생존에 필요한 거의 모든 물자를 조달할 수 있는 창구가 북·중 국경이라고 봐야 하고요."]

더불어 접경 지역은 북한 주민들의 실물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기도 했습니다.

공식 무역이 아니더라도 국경을 넘나드는 주민들을 통해 유입된 각종 물자들이 북한의 장마당을 활성화 시키며 사실상 민생의 숨통을 틔워온 겁니다.

[정은이/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다른 나라의 국경을 가도 보따리 장사들이 굉장히 많아요. 일회성 관광이라고 하지만 사람들이 손에 굉장히 많은 짐들을 들고 있거든요. 식량을 비롯해 연료라든지 북한 주민들의 생필품뿐만 아니라 정보도 들어가고 노동자들도 다 이 통로를 통해서 들어가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중요한 지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과 마주한 중국 접경 지역도 북·중 교류에 따라 경제 상황이 크게 좌우되는데요.

압록강 건너 단둥에서도 이번 여객열차 운행을 계기로 인적 교류가 확대되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중국 단둥 고려거리 상점주인 : "예전에는 정말 좋았어요. 특히 고속 철도역 주변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죠. 열차가 다시 열리고 조선 사람들이 다 오게 되면, 아주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런 경제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정치·외교적 상황에 따라 가장 먼저 통제되는 곳 역시 이곳입니다.

실제로 1966년 중국 문화대혁명 당시 중국 홍위병들이 김일성을 수정주의자라며 비난하면서 북중 관계가 얼어붙자 단둥 세관은 무려 15년 동안이나 빗장이 걸렸고,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때에도 북한은 국경을 가장 먼저 차단하고 접경지역을 통제했습니다.

[조선중앙TV/2020년 2월 : "국경과 지상, 해상과 공중을 비롯하여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들어올 수 있는 모든 통로들이 완전히 차단, 봉쇄되었으며..."]

이 때문에 국경 개방과 접경 지역의 활성화는 북한 정책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선명한 신호로 해석되는데요.

이번 국제열차 재개는 중국을 향한 외교 전략 카드로 활용됐다는 평가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2025년 9월 : "세상이 변해도 조중(북·중) 양국 인민의 친선의 정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깊이 느끼게 됐습니다."]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서 중국과의 굳건한 우애를 과시했던 김정은 위원장.

6개월이 지난 지금, 양국간 인적 교류가 본격적인 회복 궤도에 올랐음을 전하고 북중 혈맹의 건재함을 미국에 과시하려는 메시지로 분석됩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하고 더 전략적 유대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는 시점이란 말이에요. 그게 지난 9월, 전승절에서 보여줬던 중국의 의도였고 그걸 북한이 너무 잘 아는 거예요."]

그러면서도 중국을 지렛대 삼아 9차 당대회에서 내세운 경제 목표를 실현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되는데요.

[조선중앙TV/2월 26일 : "대외무역을 활발히 전개하고 관광업을 나라의 경제 장성과 문명 발전을 추동하는 새로운 산업으로 만들데 대하여."]

북한은 9차 당대회에서 대외 무역과 관광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백두산 인근의 삼지연 등 접경 지역에 대규모로 조성한 관광 인프라를 앞세워 중국인 관광객들을 대거 유입하는데 나서겠다는 구상인 것입니다.

[정은이/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당대회의 첫 번째 실천 신호탄으로서 북·중 여객열차를 열게 했는가 싶어요. 삼지연도 혁명 유적지에 관광 단지 유락 시설을 한다는 건 과거 할아버지 아버님 세대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들인데 최근에 보면 김정은 체제에서 실리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또 김정은 위원장이 국가 과학기술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만큼 접경지역을 중국 첨단 기술의 도입 창구로 활용하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지금 북·중 국경은 기술 도입의 창구로서 매우 유용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중국이 AI 기술을 비롯해서 첨단기술이 굉장히 발전돼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미국하고 맞설 정도로 중국의 자립적 기술력이 지금 발전돼 있어요. 북한 입장에선 오갈 수 있는 그 유일한 지역이 중국 지역이란 말이에요."]

[북·러 두만강 자동차 다리 착공식/4월 30일 : "내각총리 동지! 조로(북·러) 국경 자동차 다리건설 착공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북중 접경이 여전히 북한 경제의 생명선이지만 최근에는 러시아와의 접경 역시 새로운 경제 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두만강 일대에 추진되는 북러간 자동차 교량 건설은 중국 의존도를 완화하고 전략적 선택지를 넓히려는 의도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이런 북한의 국경 전략에도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국경 개방이 확대되고 접경 지역이 활성화될수록, 외부 정보의 유입과 탈북이라는 체제 위협도 함께 커지기 때문인데요.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과 같은 강력한 사회 통제 법안을 잇따라 제정한 것도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될 수 있는 외부 정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정은이/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북한 당국에는 양날의 칼인 것 같아요. 북한 체제 유지에 있어서 중요한 생명선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접경이라는 게 체제 위협이 될 수 있는. 왜냐하면 이게 다 탈북의 루트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북한이 여전히 고민하고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북한 입장에선 그런 리스크보다는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죠. 그러니까 북한은 그런 부분을 통제할 준비를 갖추면서 개방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거든요."]

개방과 통제, 긴장과 완화가 교차하는 북한의 접경지대.

6년 만에 다시 달리기 시작한 북중 여객열차를 기점으로 올해 북한의 대외경제 전략이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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