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戰 ‘끝없는 전쟁’ 되나…출구 전략도, 중재자도 마땅찮다 [최준영의 글로벌 워치]
지상군 투입 고려하는 美, 전쟁 이어나갈 명분 찾을 이란
(시사저널=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3주를 넘어서고 있다. 이란의 지도부와 핵심 전력을 조기에 붕괴시켜 단기전으로 끝내겠다는 당초 구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공격을 예견한 이란은 사전에 지휘권을 분산했고, 광활한 국토 곳곳에 은폐해둔 미사일과 드론을 활용한 반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한 탄도미사일 공세와 함께 페르시아만 인접국들을 잇따라 타격하며 전선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UAE·카타르에 자리한 미군기지가 공격 목표가 된 것은 물론, 이들 국가의 에너지 생산시설과 공항 등 핵심 인프라에 대한 타격도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이란이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에너지 위기의 윤곽이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이란의 정권 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이 드러난 데다,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세계 각국을 짓누르면서 이 전쟁의 출구 전략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냉혹하다. 전쟁은 시작하긴 쉽지만 끝내기는 지독히 어렵다. 제2차 세계대전처럼 한쪽이 일방적으로 승리하고 상대가 무조건 항복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다수 전쟁은 베트남 전쟁처럼 일정 목적을 달성한 쪽이 유리한 조건을 앞세워 휴전이나 정전에 합의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된다. 양측 모두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싸울 힘을 잃었을 때 전쟁이 끝나기도 한다. 한국전쟁이 그 전형이다. 때로는 명시적 합의조차 없이 적대행위가 흐지부지 소멸되기도 한다. 이란 전쟁 역시 그 어떤 시나리오도 낙관할 수 없다.
이 전쟁의 종착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첫 번째 이유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최종 목표 자체가 계속 바뀌고 있다는 데 있다. 정권 교체를 목표로 출발한 전쟁은 시간이 흐를수록 핵 프로그램 파괴로, 다시 이란 군사력의 전면 제거로 목표가 이동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불확실성을 더한다.

미국의 '전쟁 목표' 시시각각 바뀌어
이스라엘은 전쟁 수행능력 제거와 함께 이란 핵심 인사들에 대한 지속적인 제거를 통해 내부 균열과 분란을 촉발하겠다는 장기적이고 냉철한 목표를 품고 있다. 모사드를 앞세운 이란 요인 제거 작전은 현재진행형이며, 탄도미사일 공급망 차단을 명분으로 이란의 기간산업과 핵심 인프라에 대한 타격도 멈추지 않고 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이란의 역량을 더 깊이 소진시킬 수 있다는 계산 아래, 이스라엘은 전쟁의 장기화도, 협상을 통한 명확한 종전도 원하지 않는 눈치다.
이란 역시 지금 당장 전쟁을 끝낼 이유가 없다. 전쟁 직전까지 진행되던 미-이란 협상에서 이란은 핵물질과 관련해 전례 없이 대담하고 수용 가능한 제안을 내놓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이란을 향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기습을 감행해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 이란이 스스로 손을 내미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피해에 대한 배상, 상대의 사과, 재발 방지에 대한 확고한 보증이 선행돼야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런 조건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전무하다.
이처럼 양측이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전쟁을 멈출 실마리는 제3자의 중재밖에 없다. 중동의 복잡한 갈등 속에서 중재 역할을 자처해온 카타르와 오만이 그 후보다. 그러나 카타르는 지금 이란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처지이며, 오만은 이전의 중재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더 이상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중재자로 등장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러시아는 이란 전쟁으로 치솟은 유가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분산된 미군 전력을 반기고 있어 전쟁의 장기화를 오히려 바라고 있다. 중국은 이란 원유의 최대 구매자로서 이해당사자지만, 이란 원유 없이도 버틸 여력이 있는 데다 미국의 전략적 소진이 중국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오는 만큼 전쟁 종식을 위해 움직일 유인이 없다.
결국 이 전쟁의 열쇠는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 이란이 봉쇄와 공격을 이어가더라도 미국이 먼저 공세를 멈추면 이란이 굳이 미국을 계속 타격해 전쟁을 연장시킬 실익은 거의 없다. 문제는 미국이 지금 당장 명분 있는 출구를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방식대로라면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고 빠져나오겠지만, 전쟁 이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상황이 악화된 현실에서 그런 선언은 공허하다. 최소한 호르무즈해협 재개통이라는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꺼려온 지상군 투입과 일부 지역 점령이 불가피하다.
'정밀타격' 첨단 기술, 전쟁 지속 쉽게 만들어
최근 미국은 이란 최대 석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 장악과 호르무즈해협을 위협하는 해안·항만 지역 점령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란의 전쟁 수행능력을 근본적으로 무력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일본에 배치된 해병대가 중동으로 이동 중이며 유럽과 미국 본토의 육군 병력 재배치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작전은 더 많은 시간과 치밀한 준비를 요구하며, 대규모 인명 피해를 피하기 어렵다. 이란 입장에서 미군의 지상군 투입은 오히려 전쟁을 이어갈 새로운 명분이자 미국에 직접 타격을 가할 기회다. 전쟁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 전쟁은 세간의 기대와 달리 꽤 오랜 기간 길고 지루하게 이어질 공산이 크다. 과거에는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민간인 피해와 난민 사태가 폭발적으로 불어나면서 국제사회의 종전 압력이 높아졌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정밀타격과 표적 제거가 일상화된 전쟁이다.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인명 피해 부담이 이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첨단 전쟁 기술이 전쟁을 결심하기 쉽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전쟁의 지속을 용이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이 전쟁이 조기에 수습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최고가격제 실시 이후 주유소의 휘발유 및 경유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낙관적 희망을 되뇌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장기화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비상조치와 위기 대응 체계를 서두르는 것이다. 200일 이상을 버틸 수 있는 비축유가 있다고 강조하지만 석유제품 수출을 위한 물량을 제외하면 60일 분량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항공유를 비롯한 석유류 제품 수출을 중단하는 것은 우리에게 대량의 항공유를 수입하고 있는 미국의 극심한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런 것을 고려할 만큼 우리의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
합리적이지 않은 결정으로 시작된 전쟁이 합리적 판단과 협의를 통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전쟁이 일상화되는 시대가 돌아왔다. 평화가 당연하던 시대가 저물었다. 새로운 시대에 대한 적응과 대비를 위한 노력을 가속화해야 함을 이란 전쟁은 보여주고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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