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선팀 응원, 이념을 초월한 화합의 무대를 만들다

한겨레 2026. 3. 21.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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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늘 평화의 언어였다.

3월 8일, 한국과 조선여자축구팀 공동 응원을 처음으로 제안한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산하 한겨레평화연구소 정욱식 소장이 단장을 맡은 '한국과 조선팀 한국 응원단'이 시드니에 왔다.

한국의 평화운동 단체,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그리고 호주동포들은 조선 여자축구팀을 어떤 구호와 도구로 응원할 것인가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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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식 노동학 박사 겸 평화활동가
“조선 이겨라” 열띤 응원... 조선 선수 인사로 화답

스포츠는 늘 평화의 언어였다. 때마침 3월에 한국과 조선(북한)이 참가하는 AFC 아시안컵 여자 축구대회가 호주에서 열리고 있다. 이에 꽁꽁 얼어붙은 남과 북의 관계에 바늘구멍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으로 호주 동포응원단을 꾸리는 여정을 2026년 1월 16일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했다. 호주 시민권자인 필자는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호주 동포응원단을 구성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호주 동포사회의 보수진영을 공동응원에 참여시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호주 시드니에서 공동응원단 결성 작업을 시작한 호주한인교육문화센터는 중도와 협력하고 중도가 보수를 영입하는 전략을 실행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호주 동포응원단의 명칭은 네 번 수정을 거쳐야 했다. 드디어 2026년 2월 21일, 시드니 한인회관에서 다양한 호주 동포들로 구성된 ‘AFC 아시안컵 여자축구 호주동포응원단(이하 호주동포응원단)’이 탄생하게 된다.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 운영되지만, 전체적인 운영 책임은 호주동포응원단 단장이 맡았다. 주로 한국팀을 응원하기 위한 응원석 마련, 입장권 선구매와 응원은 재호대한축구협회가 맡고, 조선팀 응원을 위한 응원석 마련, 응원과 입장권 구매 등은 호주한인교육문화센터가 담당했다.

3월 8일, 한국과 조선여자축구팀 공동 응원을 처음으로 제안한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산하 한겨레평화연구소 정욱식 소장이 단장을 맡은 ‘한국과 조선팀 한국 응원단’이 시드니에 왔다. 방용승 사무처장을 비롯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관계자들도 이날 도착했다. 한국의 평화운동 단체,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그리고 호주동포들은 조선 여자축구팀을 어떤 구호와 도구로 응원할 것인가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을 진행했다. 그 결과 뜻깊은 합의를 이루어냈다.

남과 북의 관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하루빨리 평화공존을 이뤄야 한다는 차원에서 과거 공동응원의 상징이었던 한반도 단일기를 내려놓기로 했다. 또 조선 여자축구팀을 응원하기로 한 만큼, 그 취지를 살리기 위해 “조선 이겨라”, “우리 선수 이겨라” 그리고 “코리아 이겨라”를 구호로 정했다.

2026년 3월 9일, 조선과 중국의 조별 경기에서 ‘호주동포응원단’과 ‘한국과 조선팀 한국 응원단’은 목 놓아 “조선 이겨라”를 외쳤다. 아쉽게 패배했지만 조선 여자축구선수들은 우리 응원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아마도 한국인과 해외동포가 조선이라는 국호로 응원하고 이에 조선 선수단이 감사를 표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 아닐까 한다. 3월 13일 호주 서부의 퍼스에서 있었던 조선과 호주의 8강전에서도 호주 동포들은 북소리와 함께 ‘조선 이겨라’를 외치며 응원했다.

자연스럽게 37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1989년 3월 있었던 세계아이스하키 C풀 선수권 대회에서 호주 동포들은 한국과 조선 경기에서 태극기를 들고 응원을 시작한 동포들도 있었지만, 잠시 후 태극기를 내려놓고 한국과 조선을 모두 열렬히 응원했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남북 선수들과 호주 동포들이 어우러져 ‘아리랑’을 합창했었다.

1989년 3월 시드니 아리랑 합창과 2026년 3월 ’조선 이겨라‘ 함성은 우리 호주 동포들의 변치 않는 조국 사랑이며 조국의 평화를 갈망하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이번에 조선 여자축구팀에 보낸 진취적인 응원이 평화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이는 불꽃으로 피어나길 바란다.

신준식 노동학 박사 겸 평화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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