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우세’ 우상호, 끝까지 웃을 수 있을까

최기영 강원일보 정치부 기자 2026. 3. 2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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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 2026 民心은 어디로…] 우상호 출마로 뜨거워진 춘천·원주·강릉 민심

● ‘의외성’ 강한 강원도, 예측 어려워
● 강원지사 선거 핫이슈는 ‘도청사 이전’
● 우상호 “샤이 보수 7% 숨겨져 있다…나쁜 구도 아니다”
● 보수세 강한 영동 세몰이로 역전 노리는 김진태

강릉 주문진 풍물시장. 뉴시스
3월 11일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식당가. 강릉에서 근무 중인 강원도청 2청사 공무원 수십여 명이 해장국, 막국수로 식사를 마치고 쏟아져 나왔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취임 직후 강릉에 도청 2청사를 만들었다. 영동권 도청 2청사 설치는 그의 핵심 공약이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온 주민 김모(66) 씨는 "점심시간마다 식당에 사람들이 꽉 찬다. 주문진은 주말에나 관광객이 있고 낡아가는 어촌이었는데, 도청 2청사 들어오고 이젠 평일에도 활기가 도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도청 2청사 설치로 주문진에서 크게 점수를 딴 셈이다.

활기 넘치는 도청 2청사 vs 민심 악화 구도심

하지만 차로 40분 거리인 강릉 시내 분위기는 예전과 다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구속으로 정치적 구심점이 없는 데다 지난해 유례없는 가뭄을 겪으며 민심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앞서 나가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강릉에서 지방선거에 승리한 적은 아직 없다.

경포해변 카페에서 만난 이모(72) 씨는 "강릉시 사천면 출신인 최욱철 전 의원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에 큰 역할을 한다더라. 국민의힘만 몰아줘서 강릉이 무슨 발전을 했느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영서 지역인 춘천시와 원주시도 이번 선거에 비상한 관심을 보인다. 1시간 거리인 두 도시는 전통적으로 강한 경쟁의식을 갖고 있는데, 이번에도 여지없이 지역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춘천 주민 민모(44) 씨는 "(김진태 지사가) 원주에 반도체 공장 유치한다 그러고, 공공기관도 원주에 다 몰려 있다. 춘천은 항상 외면받는 느낌"이라고 했다. 반면 원주 주민 김모(46) 씨는 "원주에 반도체산업 육성한다더니 된 것도 없고, 실제로는 춘천에서 하는 사업이 더 많더라. (춘천에) 도청 신축하는 데 수천억 원씩 쓴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청년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크다. 그만큼 청년층에선 절박함도 느껴진다. 대학생 심종우(24·강원대) 씨는 "‘강원특별법' 개정이나 도청사 이전 같은 현안들이 정치 상황에 따라 계속 충돌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정권이 바뀌더라도 현재 추진 중인 사업들의 연속성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건(23·강원대) 씨는 "강원도는 청년들이 졸업하면 떠나는 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수도권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역대 강원지사 선거는 예측이 어려웠다. 보수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2010년 이광재, 2011·2014·2018년 최문순까지 내리 4연속 민주당이 승리했다.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 김진태 후보가 승리함으로써 국민의힘은 2010년 김진선 전 지사 퇴임 후 12년 만에 도지사직을 탈환했다. 그러나 6·3지방선거를 앞둔 3월 중순 현재 민주당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우상호 우세

2025년 10월 31일과 11월 1일 강원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주)리얼미터에 의뢰해 강원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2019명을 대상으로 '도지사 선거 출마가 거론되는 여야 인물 중 어느 후보를 가장 지지하느냐'고 물은 결과 김진태 지사 30.5%, 민주당 이광재 전 지사 20.3%, 우상호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13.9%, 허영 민주당 춘천갑 국회의원 6.5%, 송기헌 민주당 원주을 국회의원 5.8%, 김완섭 전 환경부 장관이 3.7%를 기록했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포인트, 자동응답 조사 방식,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때는 현직인 김 지사가 1위였다. 하지만 당시에도 민주당 소속 이광재·우상호·허영·송기헌 네 사람의 지지율 합이 김 지사를 웃돌았다.

최근 조사에서는 판세가 뒤집혔다. 2026년 2월 4~5일 MBC 강원 3사(춘천·원주·강원영동)가 (주)리얼미터에 의뢰해 강원도 성인 남녀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자동응답 조사 방식,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가상 양자 대결에선 우상호 전 수석이 49.8% 지지율로 김 지사(37.7%)를 12.1%포인트 차로 앞섰다. 우 전 수석의 강원지사 선거 출마가 기정사실화한 이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확실하게 초반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야 모두 지금 나온 여론조사대로 선거가 끝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 전 수석은 최근 강원도청 출입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전통적 보수 강세 지역은 지금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표현을 잘 안 하고 있을 뿐, 보수 유권자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 7% 정도는 숨겨져 있다고 본다"면서 "가령 제가 10% 정도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다면 실제로는 한 2% 앞서는 걸로 본다. 나쁜 구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지사의 경우 현직이라는 점에서 선거 판세에 대해 직접 입장을 표명한 바는 없다. 다만 측근들과 국민의힘 내부에선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보수세가 강한 영동 지역을 중심으로 지지율이 올라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영동 지역에서부터 세를 몰아 역전에 성공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의외성 vs 의외성

역대 강원지사 선거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의외성' 탓이 컸다. 2022년 지방선거 때도 선거 초반 김진태 후보의 당선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선거를 불과 두 달여 앞두고 정치 신인 평창 출신 황상무 전 KBS 앵커에 밀려 컷오프되기도 했다. 또 선거 레이스 내내 지역에선 여권 현역의원 차출설까지 돌았다. 특유의 뚝심을 발휘해 김 지사가 후보 자리를 쟁취한 후에도 강성 보수 정치노선과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캐릭터로 인해 확장성과 본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당시 반응이었다.

그와 반대로 이광재 후보는 당시까지 선거 불패 신화를 써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야당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였음에도 '이광재'라는 이름에 거는 지역민의 기대는 컸다. 이 후보는 당시 강원특별법 제정을 발판 삼아 맹추격전을 벌였다.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결과가 바뀌었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아무튼 2022년 지방선거는 김진태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당시 김 후보의 득표율은 54.07%, 이광재 후보 45.92%로 8.15%포인트 차였다. 선거 전 예상과 달리 본선 결과는 득표율 격차가 크게 났다. 더욱이 김 후보는 선거 레이스 내내 단 한 번의 역전도 허용하지 않은 채 '와이어 투 와이어(wire-to-wire)' 승리를 거뒀다.

이번 6·3지방선거 역시 의외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반년 전만 해도 우상호 전 수석의 강원지사 출마를 확신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당시까진 서울시장 출마설이 더 설득력이 있었고, 본인도 서울시장과 강원지사 출마를 두고 고민한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은 민주당 1호 공천을 확정 지으며 경선 없이 후보 자리를 꿰찼다. 강원도에서 정치활동을 한 적이 없기에 캠프 구성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러나 허영·송기헌 등 민주당 국회의원실 보좌진과 이광재·최문순 전 지사의 정무 라인이 대거 캠프에 가세하면서 짜임새 있는 진용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 전 수석이 용광로 같은 '원팀 선거캠프'를 꾸린 게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김진태 지사를 각종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나가는 비결로 꼽힌다.

2월 28일 강원대 백령아트센터에서 열린 당시 도정보고회에서 김진태 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동아DB

절박함 vs 절박함

민주당이 강원도에서 국민의힘에 비해 열세에 놓여 있었던 이유는 화학적 결합을 못하고 제각기 활동한 데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우상호 전 수석은 이광재·최문순·허영·송기헌 측이 모두 참여하는 용광로 캠프를 꾸렸다. 우 전 수석은 "출마 결심을 한 후 최문순 전 지사와 제일 먼저 만났고, 이어 이광재 전 지사와도 만났다. 그동안 강원도에서 민주당이 약간 분열돼 있는 측면이 있었는데 이제 거의 다 통합됐다. 최문순·이광재 전 지사 모두 협력하기로 약속해 역대급 통합형 캠프가 됐다"고 자부했다.

그만큼 강원권 민주 진보 세력이 이번 선거에 절박하게 임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4년 김진태 지사의 도정에 대한 반작용과 함께 이재명 정부 출범을 계기로 민주당 조직이 과거보다 일사불란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년간 도정을 이끌어온 김 지사 역시 재선에 대한 절박함을 보인다. 그는 2022년 취임 후 "이제는 매운맛이 아닌 순한 맛, 정치인이 아닌 행정가"라는 말을 해왔다. 도청사 신축 이전 및 신도시 건설, 반도체를 비롯한 7대 산업 육성 등 김진태표 정책들이 이제 막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강한 재선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사실상 재선 출정식과도 같았던 2월 28일 춘천권 도정보고회에서 김 지사는 참석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던 중 감정이 벅차올라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강원대 백령아트센터에서 열린 이 행사는 도청 추산 5000명이 몰렸을 만큼 성황을 이뤘다. 1·2층 전석은 물론 계단까지 인파로 가득 찼다.

도정보고회에 본인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몰려 자신의 건재를 눈으로 확인하자 김 지사의 감정이 동요한 것이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대규모 도정보고회를 연 것을 두고 관권선거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국민의힘 입장에선 그 나름의 결집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동 vs 영서

우상호 전 청와대 정무수석(오른쪽)이 2026년 3월 2일 강원도 원주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대통령 이재명과의 동행' 출판기념회에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강릉은 영동지역의 중심 도시다. 강릉의 표심과 판세는 영동 전역에 영향을 미친다. 1995년 지방선거가 시작된 후 보수정당은 단 한 번도 강릉을 놓친 적이 없다. 영동이 보수의 아성으로 불리는 이유다. 다만 최근 강릉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강릉은 지난해 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었고, 이로 인한 민심 이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강릉에서 나타난 균열은 인근 동해안 타 지역으로 확산 하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이 강릉에서 고전 중인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의 흐름이 그대로 6·3지방선거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보수진영이 수십 년간 탄탄한 지지기반과 조직력을 갖춘 만큼 선거가 다가올수록 강한 결집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지사 측의 전략 지역은 강릉과 영동이다. 영동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하면 고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강릉 출신 인사들의 대거 캠프 합류설도 나오고 있다. 세몰이 효과를 내고 있는 도정보고회 역시 3월 28일 강릉에서 마지막으로 열린다. 지지기반이 탄탄한 영동에서 세몰이를 통해 기세를 올린다는 전략이다.

그에 비해 우 전 수석은 영서 지역을 중심으로 세를 넓히고 있다. 캠프도 일찌감치 춘천시 온의동으로 정했다. 강원도에서 춘천은 '정치와 행정의 중심'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강원도청을 비롯한 각종 행정·공공기관, 언론사가 모두 춘천에 소재해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도시다. 자신의 출생지 철원과도 비교적 가깝다. 반면 사실상의 출정식이었던 출판기념회는 원주에서 열었다. 원주는 강원도에서 인구와 산업 규모가 가장 크고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곳 중 하나다.

우 전 수석은 민주당 1호 공천을 받은 후 인제와 고성 등 접경지역 중에서 민주당 지자체장이 있는 지역을 가장 먼저 찾았다. 우 전 수석의 가장 큰 약점은 강원도에서 정치활동을 한 적이 없어 확고한 '진지'가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영서를 기반으로 삼고 영동으로 세를 넓혀가는 전략을 펴고 있다.

강원특별법 개정 vs 도청사 신축 이전

김 지사는 2월 9일 국회에서 열린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 통과 촉구 상경 집회에서 삭발과 농성을 감행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강원특별법 개정안 심사가 18개월째 중단된 상황에서 정부와 민주당이 행정통합 특별법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자 '선입선출(先入先出)의 기본 원칙조차 어긴 강원도 홀대'라고 주장한 것. '새치기' '지역 차별' 등 표심을 자극하기 쉬운 용어들이 민주당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지지율 열세에 놓인 김 지사가 삭발이라는 강경한 퍼포먼스로 선거판을 한번 뒤흔든 것이다. 

강원특별법을 둘러싼 김 지사의 공세는 선거 초반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민주당도 한병도 원내대표까지 나서 조속한 국회 통과를 약속하며 진화에 나섰다. 여야 모두 이견이 없어 강원특별법 개정안 통과 자체는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광주·전남 등 통합특별법에 비교해 특례가 빈약하다는 논란이 선거 내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우 전 수석은 김 지사가 2022년 취임 당시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였던 도청사 이전을 고리로 공세에 나서고 있다. 강원도는 3월 30일 강원도청 신청사 착공식을 개최한다. 도청사 신축에만 4995억 원, 도청을 중심으로 한 30만 평(약 99만1735㎡) 규모 미니 신도시인 행정복합타운을 조성하는 데 9000억 원대 재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이다.

최문순 지사 시절 도청사 이전 부지는 춘천의 캠프페이지 일원으로 정했으나 2022년 김진태 지사가 취임한 후 재검토에 착수, 부지선정위원회를 통해 춘천시 동내면 고은리로 확정했다.

우 전 수석은 김 지사를 직격하고 있다. 그는 "선거가 90일도 남지 않았는데 김 지사가 착공식을 발표했다. 선거를 앞두고 알박기식으로 착공식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착공식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 전 수석이 김 지사를 직접 거론하며 비판한 것은 도청사 이전 문제가 처음이다. 치열한 선거전의 시작을 알리는 포문인 셈이다.

염동열 국민의힘 강원지사 예비후보도 "도청사 이전과 고은리 행정복합타운 건설을 위해 막대한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하면 엄청난 부채로 인해 강원도 부도 사태까지 올 수 있다"며 공방에 가세했다.

도청사 이전은 최문순 전 지사와 김진태 지사를 거치며 번복과 계획 수정이 반복돼 왔다. 단순히 청사 신축이 아닌 양당의 구원(舊怨)이 쌓여 있고 자존심이 걸려 있다. 유권자 관심도 매우 높은 데다, 저마다의 생각이 달라 휘발성이 강한 이슈다.

역대 강원지사 선거는 반전의 연속이었다. 6·3지방선거 때는 어떨까. 각종 가상 여론조사 결과처럼 우상호 전 수석이 낙승을 거둘까, 아니면 추격자 입장인 김 지사가 뒷심을 발휘해 또 다른 반전드라마를 쓰게 될까. 도청사 이전 공방을 계기로 강원지사 쟁탈전은 이제 막 시작됐다. 

최기영 강원일보 정치부 기자 answer07@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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