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가서 안경 사는 외국인들…달라지는 ‘K-소비’

서울 제기동 한약거리를 찾아 한방차를 마시고, 성수동으로 가 찹쌀떡을 사려 줄을 섭니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 피부과에 들러 간단한 미용 시술을 받고 한국을 떠나기 전에는 안경원에 들러 안경을 여러 개 맞춰 갑니다. '좀 안다는' 외국인들은 요즘 한국을 이렇게 즐깁니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1,893만 명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코로나19로 끊겼던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도 훌쩍 넘어 '관광객 2천만 시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BTS와 '케데헌' 등 K-컬쳐에 힘입어 한국에 대한 관광객들의 이해도 역시 이전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 도착한 이들의 눈과 발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요? KBS는 BC카드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소비 트렌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분석했습니다.
분석 대상은 외국에서 발급된 카드 중 국내 결제분입니다. 결제 금액과 건수, 지역과 업종 등을 살펴봤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회복된 2023년과 지난해를 비교해봤습니다.
■ 성형외과·피부과 등 '의료' 매출 5.38배 급등
우선 전체 매출 금액은 2023년 대비 97%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외래 관광객이 71% 늘어난 것과 비교해 매출은 2배 가까이 뛴 셈이니, 씀씀이도 더 커진 걸로 해석됩니다.

그렇다면 외국인 관광객들은 어디에 돈을 쓴 걸까요?
여행에 필수적으로 따라 붙는 쇼핑(유통)과 숙박은 매년 전체 매출의 50% 전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유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39%에서 지난해 29%로 10%p 낮아졌고, 숙박에 쓰는 돈은 같은 기간 13%에서 22%로 늘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의료 부문입니다. 성형과 피부 시술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2023년 대비 지난해 5.38배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에서 19%로 뛰었습니다.

서울 서초구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한승범 원장은 "지난해엔 시술할 수 있는 레이저나 약품의 품귀 현상까지 생길 정도로 '붐'이 일었다"며, "(미용 시술을) 한국의 특산품처럼 여기는 느낌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승범 원장은 그 배경으로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사 공급이 일시적으로 크게 늘어 시술 비용이 저렴해진 것과 동시에 K-컬처 붐으로 관심도가 급상승한 것의 시너지 효과를 꼽았습니다.
뒤이어 미용(8%)과 의류(6%)가 매출 상위 4,5위를 차지했는데, 각각 2년 사이 89%, 55% 올랐습니다.

■ "10분 만에 나오더라" 안경 매출 3배
새로운 업종들의 '약진'도 두드러졌습니다. 안경 업종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2023년 대비 매출이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취재진이 서울 홍대에 있는 안경원을 가보니, 평일 오후 시간대 이 곳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외국인 관광객들이었습니다.
한 독일인 관광객은 "독일에서는 주문한 뒤 집으로 가서 일주일 정도 기다려야 하는데 여기는 10분 만에 안경이 나온다"며 놀라워했습니다.

이 안경원의 매출 절반 이상은 외국인 관광객에게서 나오는데, 자국과 비교해 가성비가 좋다며 한 번에 여러 개를 사 가거나 가족들의 시력 정보를 가져와 가족들 것까지 맞춰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밖에 문화/취미 업종에서 매출이 2.5배 올라 눈에 띄는데, 세부 항목을 보면 반려동물 관련 매출이 14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이는 가구 업종 매출이 2배 오른 것과 함께, 장기 체류 외국인이 증가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우선이 BC카드 데이터분석팀장은 "전통적으로 백화점이나 면세점 같은 유통 소비가 강세를 이루는 것은 여전하지만 그 외에도 숙박이나 문화· 취미, 의료와 같은 업종이 다양화된 특징이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MZ 성지' 성수동,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방문지 다변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지는 조금씩 다양해지고 있었습니다.
서울을 찾는 사람은 2023년 대비 지난해 62% 늘어난 반면, 부산은 67%, 제주 109% 늘어 오름폭이 더 컸습니다.

서울 내에서도 성동구를 찾는 사람들이 3.13배, 동대문이 2.21배, 광진구 2.19배 늘어, 기존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았던 중구(1.86배), 강남구(1.6배), 마포구(1.55배), 영등포구(1.32배), 서초구(1.94배)에 비해 증가폭이 더 컸습니다.
성동구 성수동은 내국인들 사이에서도 'MZ세대 성지'로 알려져 있는 만큼, 한국을 두 번 이상 방문한 외국인들이 '찐 한국'을 느끼기 위해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취재진을 만난 한 스위스인 관광객은 "분위기가 러블리하다. 상점도 많고, 멋진 곳도 많다"며 "여기만의 멋진 바이브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동대문 제기동은 '케데헌' 흥행에 힘입어 최근 관광객들이 많이 찾습니다. 이들은 한약 거리를 찾아 한약 박물관을 둘러보고 '약초 족욕' 체험도 합니다. 인근 시장 상인은 "최근 외국인이 70% 정도 늘었다"며 외국인 직원까지 채용했습니다.
다만 다양해진 목적지에도 불구하고, 서울 매출액 상위는 5개구(중구·강남구·서초구·마포구·영등포구)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내 외국인 매출의 75~80%가 이 5개구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외국인이 돈을 쓰는 항목 중 숙박 비중이 높은데, 숙박 시설이 여전히 이 지역에 집중돼 있기도 합니다.
■ 국적별 매출도 다양화…중국 비중 4%p↓
한편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의 국적이 다양해지는 만큼 국적별 관광객들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2023년 전체의 23%를 차지하던 중국 국적 관광객들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19%로 줄었습니다. 반면 매출 비중 2위를 차지하던 타이완과 3위를 차지하던 미국이 1%p 씩 늘었습니다.
아일랜드 국적 관광객들의 매출이 9.8배, 벨기에가 5.1배 늘어난 점도 눈에 띕니다. 이어 홍콩과 UAE가 각각 2.4배, 필리핀에서 2.2배 늘어, 매출 오름폭이 가장 큰 5개 나라로 나타났습니다.
자료 제공·분석:BC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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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슬 기자 (moons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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