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골퍼들이 먼저 인정한 ‘찐 토너먼트 코스’…군산 골프 앤 리조트

김세영 기자 2026. 3. 2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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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대 골프장서 ‘최고’ 코스로 진화
연간 약 90개 대회 개최…한국골프의 요람
장유빈·옥태훈 등 군산CC오픈 챔피언 화려
시그니처 홀은 17번…아름답지만 난도 높아
연습장과 골프텔 등 갖춘 골프리조트로 각광
아일랜드 그린으로 유명한 군산CC 토너먼트 코스 17번 홀 전경. 사진 제공=군산CC

골프 패러다임을 바꾸다

전북 군산 옥구읍 일대는 한때 천일염 생산지로 명성을 날렸다. 1980년대에는 염전이 20여 개에 달했다. 하지만 중국산 저가 소금이 밀려들고 새만금 간척 사업이 이뤄지면서 염전은 사양길에 올랐다. 폐염전 부지에 국제 자동차 경기장을 지으려 했지만 외환위기 와중에 사업은 좌초됐다.

한동안 흉물스런 몰골로 방치됐던 폐염전 부지는 2003년 활로를 찾았다. 군산레저산업이 약 424만㎡(약 128만 평)에 달하는 광활한 대지 위에 81홀 규모의 코스와 리조트 조성을 목표로 부지를 매입했다. 2005년 부분 개장을 거쳐 2007년 5월 그랜드 오픈을 했다. 2011년에는 100객실 규모의 골프텔을 완공해 ‘군산 골프 앤 리조트’가 완성됐다.

국내 최대 골프단지로 단숨에 주목을 끈 군산 골프 앤 리조트는 그동안 다양한 시도로 패러다임을 바꿔왔다. 코스를 만들 때 외부 토양을 반입하지 않고 부지 내 흙을 파 물길을 만들고 그 흙으로 코스를 조성했고, 이후 코스 관리는 친환경적으로 하고 있다. 그 결과 코스는 왜가리·가창오리·큰고니 등 다양한 철새와 텃새들이 찾게 됐고, 수로에는 숭어·장어·붕어·새우 등이 서식한다. 환경단체 등이 골프장 조성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환경문제를 해소한 것이다.

골프의 대중화에도 앞장섰다. 1박2일, 2박3일 등 다양한 골프 패키지는 물론 캐디 없는 셀프 라운드 등이 군산에서 시작됐다. 2009년에는 대중골프장협회 창설을 주도했다.

엘리트 골퍼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초·중·고·대학생 대상 학생 대회부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 등이 연중 끊이지 않고 열린다. 연간 열리는 대회가 약 90개에 달할 정도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프로 골퍼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곳 페어웨이를 밟으며 성장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 골프 대회도 직접 개최한다. KPGA 투어 군산CC 오픈은 올해 17회째를 맞는다. 군산이 ‘한국골프의 요람’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린 주변 수직 벙커가 위협적인 토너먼트 코스 13번 홀. 사진 제공=군산CC

코스 레이팅 77.2…당대 최고 선수에게만 트로피 허용

군산CC 오픈의 무대인 토너먼트 코스는 2023년 리노베이션을 통해 대대적인 변신에 성공했다. 코스 조형 전반을 바꿨고 그린에는 4세대 벤트그래스로 불리는 ‘퓨어 디스팅션’을 도입했다. 이 품종은 고온기 생육 안정성과 직립 생장성, 초극세엽의 특성을 갖춰 빠르고 균일한 그린 스피드를 유지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실제 지난해 군산CC 오픈 당시 6월 말의 여름 기후 속에서도 4라운드 내내 그린 스피드 3.8m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참가 선수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국제 대회 기준에 맞춰 완성된 벙커는 토너먼트 코스의 긴장감을 높이는 차별화 요소다. 특히 인조 잔디를 사용해 벙커 벽을 수직으로 쌓은 33개의 듀라 벙커는 군산CC의 상징이 됐다. 수직 벽과 가장자리는 바버 숍에서 방금 손질한 짧은 머리처럼 흐트러짐 없이 깔끔한 라인을 뽐낸다. 플레이어에겐 강한 압박감을 준다. 수직 벽 가까이 볼이 떨어지면 벙커 안에서도 언플레이어블 볼 선언을 해야 탈출이 가능하다. 듀라 벙커 외에 39개의 레귤러 벙커와 5개의 폿(항아리) 벙커도 전략적으로 배치됐다.

코스의 완성도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대한골프협회(KGA)가 측정한 토너먼트 코스 블랙 티잉 구역의 코스 레이팅은 77.2이다. 핸디캡 0인 스크래치 골퍼도 이곳에선 평균 5.2오버파를 친다는 의미다. 리노베이션 후 3년간 군산CC 오픈 우승자를 보면 2023~2024년 장유빈, 그리고 지난해 옥태훈이었다. 장유빈은 2023년 군산CC 오픈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우승한 데 이어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프로 1년 차인 2024년에는 KPGA 최초로 대상(MVP), 상금왕, 최저 타수상 등 6관왕을 차지했다. 옥태훈도 지난해 대상을 포함해 4관왕에 오르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리노베이션 이전에는 서요섭(2022년), 김동은(2021년), 김주형(2020년), 김비오(2019년) 등이 정상에 올랐다. 리노베이션 이전부터 이후까지 당대 최고 선수들에게만 트로피를 허용하는 난도 높은 코스다.

토너먼트 코스 10번 홀에 길게 늘어선 페어웨이 벙커. 사진 제공=군산CC

토너먼트 코스 각 홀에는 사막 정원(1번), 인생은 직진(3번), 나비 날다(8번), 천상의 노을(9번), 험난한 여정(10번), 가을의 전설(16번), 떠다니는 행성(17번), 함정들(18번) 등 닉네임이 붙었다. 각 홀의 특성과 플레이 중 느끼는 감정을 담았다. 단순한 라운드를 넘어 플레이어에게 기억에 남는 서사적 경험을 제공한다.

시그니처 홀은 파3의 17번이다. 그린 전체가 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아일랜드 홀이다.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매년 열리는 미국 소그래스 TPC의 17번 홀과 비슷하다. 이 홀에선 티샷에 앞서 호수 위에 떠 있는 그린을 배경으로 사진부터 찍는 게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블랙 티 기준으로 175m, 화이트 티 기준으로는 154m여서 거리 부담은 제법 있다. 그린 앞으로는 비치 벙커가 넓게 펼쳐져 있고, 뒤에도 3개의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다. 호수 영향으로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클럽 선택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군산 골프 앤 리조트의 또 하나의 장점은 다양성이다. 81홀이기에 수준별 맞춤 라운드가 가능하다. 토너먼트 코스 외 나머지 레귤러 코스는 난이도가 다양해 골퍼의 수준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세계 최장 1004m 홀(정읍 코스 3번)과 오프닝 파6 홀(김제 1번) 등 이색적인 재미는 덤이다. 340m 길이 야외 연습 타석과 쇼트 게임 연습장도 있다. 야외 연습장은 향후 실제 코스처럼 페어웨이를 조성해 연습 효과가 더욱 높아지도록 할 계획이다. 다양한 코스와 빼어난 연습시설은 프로뿐 아니라 실력을 키우고 싶은 열정적인 골퍼들을 군산CC로 불러들인다.

산책을 즐기기에 제격인 폭포정원. 사진 제공=군산CC

야외 웨딩 공간으로도 손색없는 리조트

2024년 깔끔하게 새 단장을 마친 골프텔은 총 100실 규모로 최대 4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2인용 15평부터 최대 8명이 이용할 수 있는 48평까지 다양하다. 객실에선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서쪽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노을이 인상적이다.

골프텔 1층에는 호텔 수준으로 재구성된 로비를 비롯해 이탈리아 레스토랑, 피트니스 센터, 굿즈숍, 편의점, 코인 세탁실 등 다양한 부대시설이 있어 불편함이 없다. 전 객실에는 헝가리에서 직수입한 최고급 구스 침구를 적용해 고객들로부터 럭셔리 리조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콘도 앞 야외 라운지에선 ‘불멍’도 즐길 수 있다. 뜨끈한 어묵탕과 각종 꼬치, 그리고 맥주가 어우러져 잊지 못할 낭만을 선물한다.

2024년 새 단장을 마친 골프텔. 사진 제공=군산CC

리조트 앞 폭포정원은 군산 골프 앤 리조트의 대표적인 시그니처 공간이다. 토너먼트 코스 1번 홀과 리조트 사이에 조성된 이 공간은 계곡을 연상시키는 폭포수와 물소리, 넓은 잔디 구역이 어우러져 라운드 후 산책과 휴식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로 손꼽힌다. 올해부터 야외 웨딩 공간으로도 활용할 계획으로 특별한 결혼식을 꿈꾸는 커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군산 골프 앤 리조트는 초창기엔 ‘국내 최대 규모’ 또는 ‘대회를 자주 여는 코스’로 주목을 받았다. 이젠 프로 골퍼들이 먼저 인정하는 국내 최고의 토너먼트로 자리를 잡았다. 아마추어 골퍼에겐 다양한 도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더불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군산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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