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왜] '어? 이게 아닌데'... 트럼프의 '치명적 실수' 세 가지
호르무즈 해협은 봉쇄된 지 2주가 넘었고 치솟은 기름값은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악재인데도 트럼프 행정부가 해협 봉쇄조차 예상하지 못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시작한 지 한 시간 만에 이겼다는 이 전쟁,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사실과는 거리가 멉니다. 전문가들은 치명적인 '트럼프의 오판' 세 가지를 꼽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란은 이 세 가지 오판을 물고 늘어지는 기막힌 '싸움의 기술'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무조건 이긴다?"
현재 군사력 1위 국가는 단연 미국입니다. 하지만 이란은 미국의 예상을 벗어나는 언더 독 전략으로 미국의 힘을 소진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첫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이란은 미군 기지를 가진 주변 국가들을 공격합니다. 또 헤즈볼라 같은 대리 세력을 총동원해 전선을 넓혔죠. 대리 세력을 내세워 억지력은 확보하면서 실질적인 책임은 회피하며 주변 국가들을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특히 이란은 공격했을 때 가장 효과가 큰 화려한 먹잇감을 노렸습니다. 실제 자료를 보면 이란이 이스라엘보다 더 많이 공격한 국가는 바로 아랍에미리트입니다. 부자들과 관광객이 모이는 화려한 마천루는 공포감을 조성하기 가장 좋은 상대죠. 공격받은 미국의 동맹들의 불만은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또 미국 무기 체계의 치명적인 약점을 파고드는데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무기를 쓰는만큼 기본 비용이 큽니다. 이란의 3000만원짜리 양산형 미사일을 요격하는데 60억짜리 패트리어트 미사일(PAC-3)이 소요되죠. 그래서 싸움이 길어질수록 미국이 들이는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미국의 무기체계를 그대로 이식한 미군 기지도 마찬가지죠.
이처럼 미국의 아픈 곳만 찌르는 전술은 이란이 미국과 전쟁을 염두에 두고 오랜 기간 준비해왔다는 인상을 줍니다.
"달러가 흔들릴 리 없다?"
이란이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것도 미국에겐 당혹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이란은 처음에는 유조선을 공격하고 에너지 수송을 방해하며 전 세계를 긴장시켰는데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란은 전 세계의 불만이 고조되자 인도, 파키스탄, 중국 등 이란 정권에 호의적인 국가들은 통과시키며 '줄 세우기'에 들어갔고, 현지시간 15일 결정적인 쐐기를 박는데요. 바로 "달러가 아닌 중국 위안화로 결제를 하면 통과를 시켜주겠다"는 제안이죠.
[아바스 아라크치/이란 외무장관]
"해협은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다만 우리의 적들에게만 닫혀 있을 뿐입니다.
우리를 비겁하게 침략한 자와, 그 동맹국들에만 말입니다."
지난 50년간 전 세계 석유 거래는 암묵적으로 달러로 이뤄졌습니다. 일명 '페트로 달러' 체제입니다.
1974년 베트남전과 재정적자로 달러의 신뢰도가 흔들리자 닉슨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에 군사적 보호를 약속하면서 석유 결제는 달러로 해달라는 뒷거래를 성사시키는데요. 다른 중동 국가들도 이 대열에 서면서 미국의 달러는 석유가 유통되는 한 흔들리지 않는 경제적 패권을 확보합니다. 현재도 80%의 석유거래가 모두 달러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이란은 비트코인과 자국 화폐 거래를 천천히 늘려왔고 이번 기회에 달러 없이도 거래가 가능한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겁니다. 당장 유가가 치솟으면서 달러는 소폭 올랐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물가가 오르고 전쟁으로 예산이 빠르게 소요되는 상황에서 이런 흐름은 달러 하락의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을 버릴 리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동맹의 인내심을 흔들어왔습니다.
첫번째 시도가 바로 관세였죠. 그간 미국이 크게 손해를 봤다며 관세를 요구했고, 관세 협상을 빌미로 미국에 대한 직접 투자까지 압박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전 세계는) 우리를 이용해 먹고, 뜯어 먹고, 죽어가도록 놔뒀습니다(지난해 4월)."
"유럽연합은 다양한 방식으로 중국보다 더 고약하죠(지난해 5월)."
"(일본은) 우릴 30~40년에 걸쳐 뜯어 먹으면서 매우 버릇이 나빠졌습니다(지난해 7월)."
그다음은 국방비였습니다. NATO 군사 동맹으로 묶여 있는 유럽을 향해서는 국방비를 GDP 5%까지 올리라고 요구하고 "유럽은 무책임하다"며 험한 말을 쏟아놓았습니다. 또 그린란드를 미국에 병합하겠다는 발언으로 유럽의 인내심을 한계까지 밀어붙였습니다.
이번 전쟁에선 해협 봉쇄로 전 세계 국가들의 유조선이 갇히자 유조선을 보호하고 보험을 제공하겠다고 하더니, 결국 "한국과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등 국가들이 함선을 보낼 것"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죠. 동맹들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극대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40년이나 지켜줬는데 이런 작은 일도 못 해주겠다는 겁니까?"
이 순간을 이란은 놓치지 않습니다. 미국이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는 강한 바람이라면, 이란은 오히려 유화적인 제안을 내놓습니다.
현지시간 17일 이란은 위안화 거래를 조건으로 선박을 통과시켜주겠다며 8개국과 협의 중이라는 소식을 공개했는데요. 쉽게 말해 '대놓고 미국 쪽에 서지만 않으면 원유 수송을 허용하겠다'는 겁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들 국가들이 미국의 파병 요청에 응하지 않도록 종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동맹 사이에 생긴 균열을 파고드는 모습을 보면 싸움의 기술에서만큼은 이란이 미국보다 한 수 위로 보입니다.
'세계의 경찰' 미국 위치 흔드는 결과
생각보다 비싼 이 전쟁은 미국의 경제적 기득권을 흔들고 오랫동안 축적해온 신뢰 자본도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그간 미국은 가난한 나라의 공적 원조를 담당하고 무력 충돌을 중재하고 민주사회를 수호하며 전 세계의 지지를 얻으며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정책을 트럼프 행정부가 철회하면서 미국이 100년 가까이 공들여온 신뢰 체계를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결국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인한 전 세계의 불만이 중동 전쟁이라는 계기로 터져 나오면서 미국은 생각보다 비싼 전쟁 청구서를 혼자 갚아야 하는 상황에 몰렸습니다.
JTBC 백민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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